<블랙홀>
이다교(원예생약융합 21)
내가 가진 그물망은 온전히 내가 엮어서 유지되는 끈들로만 가득하다는 생각이 들 때
내가 놓으면 다 흩어질 끈들이란 걸 깨닫는다
가끔은 생각들이 얽히고 얽혀 나를 갉아먹곤 한다
그렇게 하나둘 다시 채울 수 없는 상처가 생겨버리는데
이 상처에 연고 하나 발라줄 숨이 없다
나는 혼자 상처를 쳐다만 보며 아물길 바란다
소독조차 하지 않은 상처는 흉으로 남아버리고
그렇게 지고 또 지고 온통 흉으로 뒤덮인 나체가 내 앞에 놓인 거울에 비칠 땐
썩어서 부패되어버린 미래의 내가 보인다
썩어버린 내 흔적을 아무도 보지 못하게 삼켜 버리고 싶다 나마저 보지 못하게.
소화조차 되지 않을 내 흔적을 꾸역꾸역 씹어 삼키고 목구멍으로 처넣는다
몇 번의 구역질을 하며 다 삼켜내고 나면 가득 차고도 텅 비어버린 나를 느낀다
다시 거울을 보면 처절하게 흐느끼는 내가 있다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얼굴을 마주한다
아, 역겹구나.
아무도 보지 못하게 꼭꼭 숨어버리자
누구에게도 닿지 못하게 땅속에 묻혀버리자
인사도 하지 않고 떠나버리자
그냥, 그냥. 사라져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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