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신문이 우스워 보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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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신문이 우스워 보입니까?
  • 이철승
  • 승인 2022.12.13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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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 얘기는 좀 빼고 질문을...”
중립성 의심받는 기형적 선관위


‘현 학생회가 모 후보를 물밑에서 지원해준다더라’ 어느 학생회 선거를 막론하고 공공연하게 돌던 소문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해졌다. 
통상적으로 우리 언론사는 선관위가 주관하는 정책토론회와 별개로 각 후보와 인터뷰 및 추가취재를 통해 공약을 검증한 후 기사로 발행한다. 언론사는 이번 선거도 마찬가지로 출마한 후보들과 공약 인터뷰를 준비했다.
그러던 중 뜬금없이 선관위에서 연락이 왔다. ‘원래 토론회 외에도 별도 인터뷰를 해야하느냐’고 입을 열었다. 첫 마디부터 참 어이가 없다. 본인들도 1년 전 후보 시절 토론과 별개로 언론사와 인터뷰한 사실을 그새 까먹기라도 했는지 원. 아무튼 이어서 본론을 꺼내더라. 

‘왜 한쪽에만 질문을 보내셨습니까? 공정성을 위해 선관위를 통해 각 후보당 1개씩의 질문만 부탁드립니다’ 
왜 이걸 선관위에게 답변해야 하는지 모르겠으나 질문에 대한 대답부터 하자면, 양 측 후보에게 질문이 전달된 시간 차가 있어 한쪽 후보가 크게 오해한 듯하다. 그걸 왜 선관위에 일러바쳤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게다가 질문지를 먼저 전달받은 후보는 오히려 유리한 입장 아닌가.    
그건 차치하고 대체 ‘1개 질문만 부탁드립니다?’ 무려 선관위 확인을 통해서? 요새 뉴스에서 높으신 분이 기자회견을 좌지우지하는 걸 보고 크게 영감이라도 받으셨나보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이 상황이 뭐가 잘못됐는지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아시리라 믿는다. 

명대사는 또 있다. ‘양 쪽에 중립성 때문에.. 한 쪽만 어려운 질문을 받으면 안되니까 인터뷰에 선관위 참관인이 들어가는게...’ 앞구르기하고 다시 봐도 도대체 뭔 소린지 지금도 이해가 안간다. 참관인? 중재? 이게 언론 인터뷰에 가당키나 한 소린지. 심지어 공약 관련 질문은 자제해달란다. 무식한 건지 용감한 건지 모르겠다. 특정 후보를 팩트 체크로부터 보호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면 내 마음이 너무 꼬인걸까? 결말은 더 허무하다. ‘양 측 후보에 같은 개수로 질문하는 것’을 조건으로 합의했다. 선거 당시에는 언론사로서 선거에 영향을 줄 만한 일을 만들지 않으려 조용히 참았으나 이게 무슨 황당한 상황인가. 결과적으로 선관위 측이 물러나며 해프닝으로 끝났으나 도대체 언론사를 얼마나 얕잡아 보는지, 혹은 선관위가 얼마나 선거에 영향을 행사하려 드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공정한 선거란 언감생심인가
애초에 구조부터 기형적이다. 후임자를 뽑는 선거에 전임자가 선관위원장에 부임하는 경우가 어디 있나. 대통령이 중앙선관위원장을 맡으면 그걸 공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학생자치라는 특수성 때문에 외부 인사가 끼기도 어렵고 참 애매한 상황이지만 최소한 선거에서 한 발치 떨어지려는 시늉이라도 해야할 것 아닌가. 언론사 질문 제한이 가당키나 한가? 대학신문을 쓰며 여러 교직원, 학생의 비상식적인 행동을 봐왔지만 거기에 화룡점정을 찍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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