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죽음은 불공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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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죽음은 불공평하다
  • 이철승
  • 승인 2022.11.0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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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똑같이 찾아오는 죽음
그러나 누군가에겐 더 차갑다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모든 이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지난달 벌어진 참사는 우리 모두에게 큰 충격과 공포를 안겼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그리고 세상을 떠난 자들에 대한 슬픔을 가장 강하게 느꼈으리라. 그러나 뭇 사람들의 눈에는 그것을 넘어 ‘분노’가 느껴졌다. 사건 조사가 진행되는 현재 시점으로는 신고를 묵살한 경찰 및 행정부와 안전대책 하나 세우지 못한 지자체의 잘못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다. 특정 인물의 인상착의를 거론하거나 자리에도 없던 연예인까지 언급할 정도로 불붙은 마녀사냥은 무차별적으로 비난의 화살을 난사했다. 또한 사고 경위와 규모조차 파악되기 전에 전임 대통령과 시장의 이름까지 거론하며 속 보이는 정치공세를 펼치려는 자들의 행태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과도하다
조심스러운 표현이지만 어떤 면에서 지금의 추모는 ‘과도하다’는 표현이 절대 과도하지 않다. 순수한 추모의 마음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한치도 없다. 일생에서 누군가의 죽음과 장례만큼 거대하고 슬픈 일은 없다. 그러나 추모를 강요하고 단 한 번의 웃음까지 잡아내고 비난하려는 광기는 분명히 지적해야 한다. 또한 문제만 생기면 다 없애버리는 ‘대한민국식 대처법’이 다시 등장하고 말았다. 2014년의 애꿎은 학생들은 체험학습 한 번 못 가봤으며, 2022년의 아이들은 잔뜩 기대했던 사탕 꾸러미를 구경도 못하게 됐다. 공연, 예술, 축제와 관련된 누군가는 일자리를 잃었다. 
금전적으로 유가족을 위로하려는 시도 역시 옳은지 의문이다. 이미 여러 사고의 희생자들이 국가적인 애도를 받고 요구하지도 않은 큰 보상을 받았으나 오히려 ‘떼법’이라는 비아냥, 특혜라는 비난까지 받으며 유가족에게 한 번 더 상처 주는 일이 됐다.
 
바깥은 여름
하루에도 수없는 사람이 산재로, 교통사고로, 병으로 죽는다. 그중에는 이번 참사만큼이나 황망한 죽음도 많다. 그러나 이들 모두가 똑같이 위로받고 도움받기란 어려운 일이다. 
김애란 작가의 소설 ‘바깥은 여름’은 가까운 누군가를 잃은 후 부서진 일상을 붙잡고 살아가는 이들의 감정을 세밀하게 다룬 작품이다. 남겨진 사람의 삶은 마치 투명한 스노우볼 안에 갇힌 것 같다. 내 세상은 여전히 눈발이 몰아치는 겨울이지만 바깥은 이미 여름이 찾아왔다. 그 이질감 사이에서 견뎌내야만 하는 게 삶이고 현실이다. 
죽음과 추모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환경에 맞게 감당할 일이지 눈치 보고 누가 누구에게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      

어떤 죽음은 더 차갑다
‘정부와 경찰의 잘못이 아니다’, ‘놀러나갔다 죽은 죽음은 추모할 가치가 없다’는 식의 말을 하고싶은 게 아니다. 추모를 빙자해 자신들의 분노와 욕심을 해소하려는 행태에 환멸이 날 뿐이다. 그리고 추모받아 마땅함에도 기사 몇 줄에, 혹은 그마저도 없이 사라지는 이들에게 한 번이라도 더 눈길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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