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유 노 수리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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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노 수리남?
  • 안정은
  • 승인 2022.11.06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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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 어디까지?

여러분들은 수리남을 보셨나요? 수리남은 남아메리카 북부에 있는 나라로 가이아나, 브라질과 접하고 있다. 구독 스트리밍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넷플릭스’에서 6부작 드라마로 제작돼 지난 9월 9일에 공개됐다. 수리남은 실제 마약왕 조봉행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드라마로 마약 공급 누명을 쓴 한 민간인이 국정원 요원과의 비밀공작을 다뤘다. 수리남은 방영 둘째 날인 11일부터 1위를 달성했고, 주연배우 하정우는 2022 코리아드라마워즈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수리남 정부는 지난 9월 14일 정부 사이트에 드라마 수리남을 직접 언급하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알베르토 람딘 장관은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지만 한계도 있다고 강조하면서 수리남은 드라마에서 나타나는 이미지와는 반대이며 마약 거래에도 참여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수리남 정부의 공식 항의 메시지가 접수됐다는 질문에 “드라마 방영 이후 수리남 정부의 우리 정부에 대한 입장 표명은 없었다”며 “수리남과의 우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 말했다. 실제 드라마 수리남에서는 대통령이 마약왕 ‘전요환’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가 하면, 나라 전체가 마약과 부패에 찌든 국가로 묘사된다. 이와 관련해 제작사와 ‘넷플릭스’는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비슷한 사례로 영화 ‘호스텔’을 들 수 있다. 2005년 개봉한 영화로 슬로바키아 여행객을 살인하고 고문한 범죄조직을 다뤄 슬로바키아 정부가 자국 관광사업이 타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표현의 자유로 인정할 수 있을까? 수리남과 호스텔은 ‘국가 이미지 손실’이라는 명목으로 비판받았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라며 존중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수리남은 현재가 아닌 1980~90년대를 배경으로 한 만큼 현재 수리남의 지적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창작에 있어 각색은 창작물을 더 흥미롭게 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각색이란 흥미나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하여 실제로 없었던 것을 보태어 사실인 것처럼 꾸미는 것이다. 다만 각색은 사람의 견해에 따라 왜곡으로 생각할 수 있다. 과거 역사드라마나 영화에서 심심치 않게 나타난 주제다. 블랙핑크 지수의 드라마 첫 주연작인 ‘설강화’ 역시 역사 왜곡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2월 방영한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는 국민청원게시판에 ‘드라마 방영중지’ 청원 동의 20만 명을 돌파해 결국 드라마 폐지에 이르렀다. 이외에도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가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는데 이는 모두 사실과 다르게 해석해 논란이 된 사례다. 하지만 수리남의 경우 실제 조봉행 사건을 각색한 것이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적지 않으나 드라마 속 전요환 목사가 저지른 범죄는 모두 실화가 바탕이다. 심지어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를 맺은 것 또한 사실이다.

앞선 사례와는 다르게 왜곡이 아닌 엄연한 각색이다. 문화에 있어 왜곡은 금기시하지만 각색은 아니다. 오히려 각색은 성공적인 작품의 밑거름이 되며 문화적으로 허용된다. 수리남은 과거 수리남 국가의 모습을 각색한 것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다만 넷플릭스에서 수리남을 시청하려고 클릭하면 다음과 같은 글이 먼저 나온다. ‘본 작품은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받았으나, 시리즈 내에서 묘사된 인물과 사건은 극적인 목적을 위해 재창조되었음을 밝힙니다.’ 이 글에서 ‘인물과 사건’ 다음에 ‘그리고 국가는’이 육 음절만 추가됐어도 이와 같은 논란이 벌어졌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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