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어 프리 (barrier-f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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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어 프리 (barrier-free)
  • 안동대학교 신문사
  • 승인 2022.10.08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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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박할 사이
얼마 전 정말 억울하게 계단에서 굴러떨어졌다. 내려갈 때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것도 아니고 발을 헛디딘 것도 아니다. 계단에 부착된 낡은 미끄럼 방지 패드에 신발이 걸렸기 때문이다. 만약 머리부터 박았다면 이렇게 글을 쓸 수 없었겠지만, 앞으로 매고 있던 가방이 에어백 역할을 해주어서 발목만 살짝 돌아갔다. 그날 아침 갑자기 눈에 뜨여 챙긴 백팩이었다.

넘어진 곳과 병원 걸어서 약 5분 정도 걸리는 가까운 거리였다.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내 옆을 지나간 사람은 총 4명 정도 되었고 모두 발을 잡고 끙끙거리는 나와, 떨어진 가방과 공책을 보고도 그냥 지나쳤기 때문이다. 도저히 혼자 움직일 수 없어서 다른 곳에 있는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그가 오기까지 30분 동안을 벽에 기대어 웅크려 앉아있었다. 무력함, 당혹함, 고통, 안도감, 소외감 등 모순적인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누구에게나 
약 2주 동안 반깁스를 한 채로 절뚝거렸다. 발목의 회복을 위해선 최대한 가만히 있고 천천히 움직여야 하지만 그 2주는 내 인생에서 가장 분주한 시기였다. 상황은 변했지만, 세상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릴 때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내 걸음을 답답해하진 않을까 걱정되어 더 서둘러 움직였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늘 보행자 신호가 끝나서 차들이 경적을 울렸다. 버스에 올라타면 휘청거리며 의자와 손잡이에 부딪히며 중심을 잡았고 내릴 땐 뒷사람에게 밀려 늘 뛰어서 착지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원래’의 ‘보통’의 모습처럼 지낼 수는 없었다. 왜 이런 고생을 겪어야 하는지 억울했다. 몸이 힘들었다. 어서 발목이 나아 원래대로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주변에서도 어서 낫기를 응원했다. 하지만 이렇게 힘든 생활이 다친 발목 때문일까? 움직이기 불편한 몸이 진짜 문제일까?

일어나는 일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지 않으면, 불편한 몸으로 살아가는 고통으로부터 자유롭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오고 인간은 누구나 늙는다. 인간의 몸은 변해간다. ‘보통’이라고 생각하는 지금의 몸은 인생의 한순간일 뿐이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고 누구든지 노인이 된다. 내가 겪은 일상생활 속의 문제는 장애인과 노약자만이 겪는 문제가 아니다.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개혁하고 운동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사회 구성원 전체가 겪을 문제이기 때문이다. 즉 특정 계층을 위한 배려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 투자다. 

배리어 프리는 장벽을 뜻하는 ‘배리어’와 자유로움을 뜻하는 ‘프리’가 합쳐진 단어로 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들이 모든 종류의 물리적, 제도적, 심리적 장벽으로부터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자는 뜻이다. 4년 전만 해도 배리어 프리의 움직임은 건축 디자인에 국한되어 찾아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각, 청각 장애인을 위한 자막과 음성 해설을 갖춘 영화, 손으로 만지며 관람할 수 있는 공연 등이다. 

아직까지 배리어 프리는 장애인의 사회적, 물리적 제약 극복으로 많이 사용되지만, 노인과 어린아이를 위한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키오스크와 같이 노약자의 사회적, 물리적 장벽을 허물기 위한 노력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근본적인 사회적 가치가 뭔지 고민해보자.

김규리(경영회계·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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