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알려고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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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알려고 합시다
  • 안동대학교 신문사
  • 승인 2022.10.08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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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곤혹스러운 경우를 꽤 겪는다. 특히 비신자들로부터 소위 종교 개혁과 개신교의 소요 사태에 관한 질문을 받았을 때가 그렇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설명하면 좋을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마르틴 루터가 스콜라 철학이 아닌 오컴의 유명론을 기반으로 공부해 교황청과 말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궁금해할까? 면죄부가 아니라 남은 벌을 없애주는 대사(Indulgentia)라는 표현이 맞음을 알고 싶어 할까? 교황 레오 10세가 가난한 신자들은 기도만으로도 대사를 받을 수 있다고 했음은? 당시 돈 받고 대사를 남용한 지역 주교들이 교황의 말조차 듣지 않았음은?

이걸 설명하려고 몇 차례 노력한 결과, 보통 사람들은 그리 복잡한 걸 요구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대부분은 자신의 지식이 틀리지 않음을 확인받기를 원한다. 그러고는 염치없게도 스스로 요구한 설명을 흘려듣거나 자신의 프레임을 더 굳히며, 더러는 자신의 오류를 회피하기 위해 설명하려는 사람을 몰아붙이기까지 한다. 전부 천주교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싶으면 혼자 그렇게 생각할 것이지, 왜 내 시간과 지식과 열정을 받아 내던지는가? 가톨릭이 주류인 국가가 아니므로 그러려니 해도 이런 몰상식한 태도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다른 것들을 알고자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복잡하다. 그러므로 어느 한 개념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인과관계나 그 배경 등을 정확히 알아야만 한다. 그래야만 시비선악이나 개인의 선호도가 비로소 명확한 의미를 지니며 반지성적-비합리적 사고에서 탈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이 없을 때 우리는 편견을 가지게 된다. 그 결과 너무나도 쉽게 상대방을 판단하고 선을 긋는 지금의 현실이 만들어진다. “쟤는 윤리 기준도 없는 회의적 상대주의자야.”, “걔는 암흑시대에 사는 반지성적 구교 신자야.” 이러면서 서로 대화조차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고정 관념이라는 단어를 편견과 동의어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이런 문제는 더욱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인간 정신이 지니게 되는 관념은 관찰 결과에 따라 변화한다. 반면 인간 지성을 초월하는 절대적 진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 나름의 ‘고정된’ 관념을 지니고 있을 수밖에 없다. 플라톤의 이데아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순수 현실처럼 그 사람들에게 있어서 변해서는 안 되는 관념들이 그것이다. 이런 것들을 고정 관념이라고 칭하는 게 옳지 않을까? 이걸 편견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모든 사람이 상대주의자여야 한다는 편견에 사로잡힌 게 아닐까? 이와 같은 ‘상대주의의 절대화’도, 관용 없는 절대주의처럼 인간 이성을 갉아먹고 서로 배척하게 만든다.

따라서 필자는 다음 몇 가지를 독자들에게 제안한다. 첫째, 관용 없는 절대주의나 절대적 상대주의를 배척하자. 앎과 소통의 기회를 저버리고 서로의 이성과 감정만 해치게 된다. 둘째, 쉽게 알려고 하지 말자. 뿌리 없는 줄기가 금방 시드는 것처럼, 쉽게 얻은 가벼운 지식은 자신의 무지와 오만과 편견만 드러낸다. 셋째, 위의 두 가지 태도를 지닌 사람들과 자주 교류하자. 찾기 힘들 수도 있겠지만, 앎에 있어서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다.

제일 중요한 건 독자 스스로가 이를 실천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무엇이든지 나부터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주변에 관용적인 사람이 없는가? 본인이 관용을 베풀면 된다. 주변에 쉽게 알려고 하는 사람들밖에 없는가? 본인이 힘들게 알아가면 된다. 그렇게 주변 사람들에게 있어서 올바르게 이성을 사용하는 사람, 항상 알려고 하는 사람이 되어줄 수 있는 것이다. 머리 아프고 재미없다고 무시하는 사람들에게는 미소를 지어주자. 그들은 머리 굴리는 재미를 아직 느끼지 못했을 뿐이다.

그러니 제발, 좀 알려고 합시다! 서로 믿기 힘들다고 한탄하기 전에 서로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홍승준(국어교육·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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