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으로 살인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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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으로 살인하는 방법
  • 정혜빈
  • 승인 2022.03.09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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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수용의 자세 필요
사이버 폭력의 위험성 인식 시급

얼마 전 악성댓글과 루머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또 발생했다. 지난 2019년 악성댓글로 인한 연예인의 연이은 극단적 선택 이후 3년이 지났지만 바뀐 게 없는 것이다. 오히려 연예인, 운동선수 등 유명인뿐 아니라 일반인까지 사이버 폭력의 범위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나아가 논란을 부추기는 사이버 렉카의 등장으로 사이버 폭력은 더욱 다양해지고 심각해졌다. 사이버 렉카는 렉카(견인차)처럼 온라인 공간에서 생기는 이슈를 근거 없는 루머와 함께 편집해 조회수를 올리는 유튜버를 칭하는 말이다. 자극적인 섬네일과 루머를 영상에 가득 담아 빠르게 올려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는 것이 그들의 일이다. 사이버 렉카로 인한 피해자는 분명히 있는데 가해자인 사이버 렉카들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 비난을 받아도 이미 높은 조회 수로 이익을 얻은 후, 영상을 지우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슈가 만들어지는 각종 커뮤니티에선 익명의 가면 뒤에 숨어 본인의 의견을 피력한다. 성별, 정치, 소수자 등 사회적 이슈를 넘어 한 대상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말한다. 그 생각에는 비방과 비난도 포함돼 있다. 그 한마디, 한마디가 모여 폭력이 되고 한 사람이 극단적 선택을 하도록 몰고 간다. 또는 자신의 의견을 내세워 다양한 주제로 갈등하고 서로를 혐오한다. 익명 커뮤니티에서 이해와 수용은 없다.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은 좀 다를까. 에브리타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보 공유라는 커뮤니티 개설 취지와 다르게 각종 혐오와 갈등은 물론 익명성을 악용한 게시물과 댓글들이 많아지면서 불쾌감을 느끼는 이용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한 대학의 에브리타임에서는 게시글을 올렸다 악성댓글을 받고 극단적 선택을 한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우리대학 에브리타임에서도 하루에 몇 번씩 서로의 의견을 무시한 채 갈등이 일어나곤 한다. 에브리타임은 이용자들이 거부감을 느끼는 게시물에  마땅한 제재가 가해지고 있지 않다. 물론 금지행위를 규정한 ‘커뮤니티 이용규칙’이 있지만, 규정을 위반 해도 운영자가 직접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

모든 게시물은 이용자의 신고를 통해서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유튜브, 네이버, 페이스북 등의 플랫폼은 이용자가 그들의 자산이기에 표현의 자유를 명목으로 수사와 처벌에 비협조적이고 소극적인 자세를 취한다. 이처럼 현재 시행 중인 법과 제도로는 실질적인 처벌이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이버 폭력 규제를 위해 독일에서는 ‘네트워크 집행법’을 시행 중이다. 이 법은 특정 대상에 대한 혐오 콘텐츠가 올라오면 플랫폼 사업자가 24시간 이내에 이를 차단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처벌이 강력하다.

강력한 규제는 심각성을 인지시켜 사업자가 빠른 대응을 하도록 이끈다. 하지만 경찰이 아닌 민간 기업이 법을 자의적으로 집행해 언론을 감시하고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또한 사업자가 검토한 결과 해당 게시글이 형법을 위반했을 경우에만 삭제한다. 이를 한국에서 발생한 극단적 선택을 이끈 사건들에 적용해봤을 때 불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는 이미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형법에 명시된 불법 정보에서 유해정보까지 심의하고 있다.

사이버 폭력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18~20대 국회에서 여러 ‘악플 방지법’이 발의됐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이후 21대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을 가진 법안들이 발의되었으나 여전히 계류 중으로 비슷한 결말을 맞이할 전망이다.

결국 법적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개인인 우리가 사이버 렉카와 같은 혐오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고 사이버 폭력의 위험성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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