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난 집에 부채질도 정도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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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난 집에 부채질도 정도껏
  • 이철승
  • 승인 2022.03.05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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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언론의 ‘안동대 때리기’
일부는 익명 학생 인터뷰까지

곧 대선이다. 상식과 분별력이 있는 유권자라면 단순히 여론이나 이미지에 휩쓸리지 않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나의 미래를 위해 꼼꼼히 정책을 읽고 투표장에 나갈 것이다. 모든 국민이 그러길 바라고 그래야만 한다. 그리고 이 신문을 보고 있을 당신이 꼼꼼히 짚어봐야 할 문제는 차기 대통령뿐만이 아니다. 당신은 우리대학이 처한 상황을 얼마나 ‘바로’ 보고 있는가.

지난 몇 달간 안동대를 언급한 기사는 대부분 낮은 입시경쟁률과 졸업학점을 둘러싼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이 ‘실패’, ‘무책임’, ‘황당’ 같은 자극적인 키워드를 내세웠다. 학교 내부의 문제는 차치하고, 졸업학점의 경우 언론에서 ‘건수 하나 잡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최초로 보도됐던 각서 사건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지만, 이후 쏟아지는 보도들은  무더기로 타 학과 사례까지 연결시키며 안동대 전체의 문제로 일반화하려 들었다. 조교의 실수, 학생의 부주의 등 여러 이야기가 많지만 과연 이게 ‘국립대 수준’ 운운하며 학교 전체의 이름을 깎아내릴 일인가? 졸업요건을 갖춘 4만 6천여 명의 학생과 학과 조교들은 왜 학교 이름과 함께 싸잡아 깎아내려져야 하나. 일부 언론에서 맹비난하는 학사관리시스템도 필요 이상으로 비난받고 있다. 졸업사정시뮬레이션 오류는 분명하나 오류가 분명한 만큼 학생들에게도 그 사실이 익히 알려졌다. 인턴십 학점의 일반선택 분류 역시 성적표 하단에서 공지를 확인할 수 있다.

언론이 학교의 비전, 사업, 교육과정, 행정조직 따위의 내밀한 문제에는 관심도 없으면서 사건만 터지면 득달같이 달려들기 바쁘다. 그렇게 학교에 불이 나게 전화를 걸면서 어째 학교와 학생들의 이야기를 심층적으로 바라보는 기사 한 건이 안 나오나. 개중에는 지역언론도 포함돼있다. 명색이 ‘지역’ 언론이면서 중앙언론마냥 수박 겉핥기로 사건 개요만 적으면 무슨 의미가 있나.            

심지어 어떤 기사는 ‘안동대 학생에 따르면’, ‘학생회 간부에 따르면’같은 표현으로 익명 학생의 입을 빌려 노골적으로 학교를 비판한다. 언론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거짓 인터뷰는 아니리라 믿는다. 다만 그 내용이 상당히 의문스럽다. 기사 속 학생회 간부는 대학을 향해 볼멘소리를 쏟아내고, 신입생 미달 사태를 예견하고, 최첨단 장비를 도입할 것을 하소연한다. 그러나 내가 아는 한 우리대학 학생회는 대학을 향해 목소리를 내고, 신입생 미달사태를 주의 깊게 지켜볼 만큼 대학문제에 열의를 가진 집단이 아니다. 물론 머릿속으로 생각한 바를 인터뷰 했을 수도 있겠지만 학생의 대표라는 직함을 달고 취하기엔 너무나 졸렬한 태도다. 어디까지나 인터뷰가 사실이라는 전제 하에 말이다.

대학을 덮친 문제가 산적해있고 학교 안팎으로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이미 다 타버린 집에 대고 열심히 부채질해서 군불 때는 짓은 그만뒀으면 좋겠다. 화재원인을 분석하던, 재건축 계획을 조사하던, 잿더미를 뒤지는 일보다 생산적인 일이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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