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텃밭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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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텃밭이 아니다
  • 이예빈
  • 승인 2021.12.15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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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간 TK서 살다 보니 기대보다 반감이 앞서
익숙함에 속아 이곳이 소중함을 잃지 않기를
선거 때만 지역에 와 관심 두는 척만 하지 않길

 

7살 때부터 15년간 대구에서 산 나는 대구만 한 곳이 없다고 생각했다. 안동시에 와보니 이곳도 참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내년에 큰 선거 두 개를 두고 너나 할 것 없이 유명 정치인들이 안동을 방문하고 있다. 불과 2달 사이에 안동과 경북도청을 방문한 정치인은 5명 그 이상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부터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등 많은 이들이 안동을 찾았다. 도산서원이나 이육사문학관을 다녀간 사람도 있었고 낙강물길공원에서 토크콘서트를 한 사람도 있었는데 이들 행보에 부정적인 생각이 앞선다.
평생을 TK 지역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인지 이 지역만의 공고한 정치색을 좋지 않게 생각하게 된 것 같다. 다른 지역 사람들이 봤을 때는 그 지역에서 계속 살았으니 특정 정치색에 익숙해져 따를 것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오히려 나를 비롯한 주변 20대들은 반감이 심한 경향을 보인다. 국회의원이든 지자체장이든 계속 특정 정당이 하는 데다가 어느새 그것이 당연해져 버린 것 같은 분위기가 기대보다는 실망을 안겨준다. 게다가 어느 당이든 선거 시즌에는 청년층을 위한 많은 공약을 약속했던 것 같은데 당선된 지 시간이 지났음에도 실감 나는 정책이 없다는 게 힘 빠지게 하고 정치에게서 등 돌리게 만든다. 이 지역 주류로 자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함에 속아 이곳이 소중함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고 얘기하고 싶다. 이 지역이 텃밭이라지만 변변찮은 공약만 하고서는 어림도 없다. 15년간 살았던 대구 북구을 지역이 바로 이를 방증했다. 대구이기에 계속해서 보수정당이 당선되다가 지난 국회의원들이 별 성과를 내지 못하자 진보정당에서 컷오프에 걸려 무소속 출마한 사람이 당선됐다. 그 이후 민심은 아예 돌아섰을까?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 의원은 다음 선거에서 재선을 도전했지만 크게 한 것도 없고 제 역할을 다했다고 평가받을 만큼 존재감이 있지도 않았기에 바로 낙선했다.
이 지역 주류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제대로 된 선택과 집중을 할 게 아니라면 선거철을 앞두고 와서 친한 척하지 말고 이 지역에 도움이 될 명확한 플랜을 제시하길 바란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한쪽 당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어쩔 수 없는 차선으로 주는 표만을 받고 떨어질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특정 지역의 이해를 보호하거나 강화하기 위해 그 영역적 속성과 범주를 정치화하는 사회정치적 또는 문화적 운동을 우리는 지역주의라고 부른다. 타지에서 산 기간이 더 길고 이전에는 강조하지 않던 고향을 강조하는 것도, 싫어하는 사람의 고향이라고 막말을 하는 것도 어느 한쪽에게도 큰 도움 되지 않는다. 서로를 깎아내릴 시간에 시민들에게 다가와 얘기 한 번 더 듣고 현재 사람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느끼길 바란다.
대학에 들어와 교수님께 혼났던 것 중 하나가 답을 정해놓고 그 당위성과 배경을 끼워 맞추는 것이었다.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내가 원하는 답을 두고 그 명분을 짜 맞추면 논리가 약하고 뻔해지기 마련이다. 자기가 내세울 공약을 먼저 정하고 사람들의 여론을 끼워 맞추기보다 먼저 무엇이 왜 필요한지 듣고 대안을 고안해나가는 정치가 이뤄지길 바란다. 멀리 떨어진 사무실에 앉아 누가 와서 떠 먹여주길 바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연인 사이든 친구 사이든 말을 하지 않으면 모른다지만 상대가 듣는 체도 않는다면 누가 말하고 싶을까. 저자세로 다가오라는 것이 아니라 그저 듣겠다는 태도를 더욱 드러내길 바랄 뿐이다. 늘 함께하는 친구가 돼주길 바라지 않는다. 힘들 때 얘기를 들어줄 친구가 돼주길, 갑자기 와서 가식적으로 친구인 척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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