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나를 위한 여행, 안동 선비 순례길을 걷다
상태바
내일의 나를 위한 여행, 안동 선비 순례길을 걷다
  • 김혜미 기자
  • 승인 2019.06.05 16: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동호반자연휴양림에서 안동호를 바라본 순례길의 모습이다.
안동호반자연휴양림에서 안동호를 바라본 순례길의 모습이다.

 

현재 우리대학 학생들은 더 나은 내일을 살기 위해 각자의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더 나은 삶, 더 나은 미래를 살기위해 휴식이 필요하다.

세상을 보는 지혜의 저자 그라시안 신부는 적당하게 일하고 좀 더 느긋하게 쉬어라. 현명한 사람은 느긋하게 인생을 보냄으로써 진정한 행복을 누리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느긋한 인생을 보내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면 주변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안동은 20년 전 한국의 모습이 가장 잘 담긴 지역으로 선정돼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방문할 정도로 옛 한국의 모습을 잘 담고 있는 곳이다. 그중 안동 선비 순례길은 지역의 특정 장소가 가지는 역사 문화와 인문적, 생태적 특성을 잘 보여준다고 평가된다.

안동 선비 순례길은 낙동강 상류 지역인 와룡면의 협곡을 막아 생긴 안동호의 수변을 따라 만든 코스로 총 길이 91km, 코스 9개의 자연 친화적인 탐방로다. 다양한 코스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안동호의 절경과 다양한 유교 문화유적을 함께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이 중 작년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5월의 추천 길로 선정한 안동 선비 순례길 1코스 선성현길을 직접 걸어봤다.

선성현길의 시작점

선성현길은 군자마을에서 시작된다. 군자마을은 조선 중기 대학자인 한강 정구선생이 이 마을에 들러 한 마을에 군자가 아닌 사람이 없다고 감탄한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군자마을의 원래 자리는 현재 안동호 물속에 잠긴 외내마을인데 1974년 낙동강을 막아 안동호가 생기자 외내마을은 물에 잠기게 된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가옥과 정자들의 원형을 훼손하지 않고 현재의 위치로 옮겨와 보존해 40여년 세월이 그대로 배여 있다.

군자마을 입구에서 길을 따라 300m 정도 안으로 들어가면 아담한 고택들이 보인다. 길을 따라 마을을 둘러보면 문화재로 지정된 탁청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그 앞에는 연못과 나무가 조화롭게 있어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형성한다. 군자마을을 관광 중이던 송현지(45·대구) 씨는 순례길 탐방 겸 이곳을 찾았는데 옛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정자에 앉아 풍경을 바라보면 마음이 저절로 치유되는 것 같다고 감탄했다.

마을에서 빠져나와 산길로 접어들어 풀내음이 가득한 길을 걷다 보면 마을 길이 나오고 잠깐의 숲길을 지나면 35번 국도를 만난다. 갓길에 설치된 길을 따라 멀리 보이는 안동호를 향해 걷다 보면 길 건너편에 역동 선생 유허비가 나온다. 그를 지나 예안교를 건너 길 따라가면 언덕 위에 보광사가 보인다. 보광사는 보물 제1571호로 지정된 목조관음보살좌상 및 복장 유물이 소장하고 있는 곳이다. 주요 전각으로는 관음전, 천불전, 삼성각, 요사 2종이 있다. 규모가 작지만 웅장한 보광사는 군자마을과 마찬가지로 지금은 수몰된 예안면 동부리에 있었으나 안동댐 건설로 1977년 지금의 자리로 옮겨 세웠다.

전통한옥을 체험할 수 있는 예끼 마을

보광사를 지나 걷다 보면 선성현문화단지가 있는 휴식처 예끼 마을이 나온다. 이곳은 안동댐 건설로 생활 터전이 호수 속에 잠긴 수몰민들이 이주한 마을이다. 이주 초기에는 400여 가구가 거주 했지만 지금은 절반 이상이 타지로 떠나 마을은 활력을 잃었다. 이에 안동시는 경상북도 3대 문화권 사업의 일환으로 옛 관아 복원과 역사관, 민가, 주막, 산성공원 등을 설치하는 선성현문화단지 조성사업을 시행했다.

예끼 마을은 예술과 끼가 있는 마을이라는 뜻으로, 그 이름에 걸맞게 벽마다 정겨운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림을 감상하며 걷다 보면 마을 내부에 있는 선성현한옥체험관이 나온다. 선성현한옥체험관은 선성현 문화단지조성사업의 옛 관아를 복원했다. 이를 통해 전통문화를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안동호를 내려다 볼 수 있도록 건립했다. 한옥체험관 6동과 세미나실, 식당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곳은 전통성을 확보하고 일반한옥과 차별화하기 위해 기둥, , 서까래 등 대부분의 목재를 국내산 소나무를 사용했다. 더불어 내부는 현대식으로 건축해 한옥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면서도 한옥의 풍류와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만약 이곳에서 자고 싶지 않다면 1코스 선성현길의 꽃인 선성수상길을 지나 안동호반 자연휴양림으로 가면 된다.

선성현길의 꽃, 선성수상길

많은 사람이 안동 선비 순례길 1코스에 도전하는 이유 중 하나인 선성수상길은 안동호 물 위에 반원을 그리듯 설치돼 물 위를 걷는 느낌을 연출한다. 선성수상길의 길이는 약 1km이며 길 중간중간에는 걷다가 쉴 수 있는 공간도 있어 편하게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선성수상길 중간에는 안동호가 만들어지기 전 예안국민학교가 있던 위치에서 사진으로 칠판과 교가, 풍금 등을 볼 수 있다. 강지석(35·서울) 씨는 같이 온 일행과 함께 부교 위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풍금을 연주하는 듯 행동하며 사진을 찍었다. 강 씨는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곳인데 바람도 시원하고 물 위를 걷는 기분이라 정말 좋고 오길 잘했다다른 사람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장소다고 극찬했다.

선성수상길은 부교처럼 고정된 것이 아닌 물 위에 떠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수위변동에 따라 높낮이가 달라진다. 또한 중간마다 철판이 한 부교와 다른 부교를 잇는 역할을 하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 이에 김지숙(43·서울) 씨는 연결 부분이 불안정하고 부교가 고정돼 있지 않아 건너면서 많이 불안했다조금만 더 안정감이 있으면 주변 경관 감상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자연 친화적인 안동호반 자연휴양림

안동호반 자연휴양림은 아름다운 숲과 안동호반의 경관이 조화된 휴양림으로 안동호 주변 산책, 자연에서의 사색이나 명상 등이 가능하다. 이는 도산서원, 이육사 문학관 등 문화유산과 산림과학박물관, 생태숲, 야생동물생태공원이 인접해 있어 자연과 문화유산이 융합된 휴양문화거점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문화 관광지와 연계돼 있고 축구장과 농구장이 있어 아이들과 오기에도 좋은 곳이다. 가족과 함께 온 허은정(41·대구) 씨는 휴양을 위해 왔는데 한옥 형식으로 돼 있어 다른 곳과는 느낌이 다르다앞에는 호수가 있고 뒤에는 산이 있어 마음이 안정되는 기분이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이 돼 가족끼리 와도 정말 좋다고 덧붙였다.

안동호반 자연휴양림을 지나 마지막 종착지인 월천서당으로 가는 길은 산의 굴곡을 따라 형성돼 있으며 중간에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또한 중간지점에 만들어진 전망대와 쉼터에서 안동호와 산길이 어우러진 모습을 감상할 수 있고 약 4.3km를 걸으면 월천서당의 모습이 나온다. 월천서당은 조선시대 학자 월천 조목이 학문을 배우고 후진을 양성하기 위해 건립한 건물로 현판은 스승인 퇴계 이황이 썼다고 한다. 월천 조목은 나라에서 내린 많은 벼슬을 모두 사양했으나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동생 및 두 아들과 함께 의병 활동을 한 사람이다.

한편 현재 월천서당으로 가는 길은 공사 중이므로 순례길을 통해 볼 수 없다.

잊을 수 없는 코스, 선성현길

안동선비순례길을 여는 첫 코스인 선성현길은 도산구곡 중 첫 번째 물굽이인 운암곡 주변을 둘러보는 길이다. 이곳에는 고고한 선비정신을 지키며 살았던 군자의 흔적이 남아있다. 물 위로 늘어진 선성수상길을 지나 한국 문화 테마파크까지 수많은 선인이 우리 앞을 걸어가며 길을 안내한다. 이는 13.7km라는 긴 코스이기 때문에 도전하기에 부담스럽고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주변 경관을 감상하다 보면 충분히 가능하다. 따뜻한 오월, 친구 혹은 가족과 함께 힐링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안동호 위에 부교 형식으로 된 선성수상길이다.
안동호 위에 부교 형식으로 된 선성수상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