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같은데 너무나도 다른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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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같은데 너무나도 다른 우리
  • 이지윤
  • 승인 2021.10.0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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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20대를 위해 ‘힘내’라고 말하기

“야, 나는 네가 진짜 부럽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을 한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 약간 어색한 마음으로 식사를 하고 있는데 그 침묵을 깨고 나온 첫 마디였다. “넌 연애도 하고 학교에서 공부도 하고 여러 가지 활동하면서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게 좋아 보인다”고 말하면서도 “너는 나처럼 밤낮으로 일하지 않고 냉난방 빵빵한 곳에서 공부하고 사람들이랑 희희낙락 어울리는 거 좋은 줄 알라”며 으스댔다. ‘나는 뭐 노는 줄만 아나’싶어 정말 불쾌하기 짝이 없는 말이었지만 괜히 긴 설전이 될까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대학에 다니는 20대와 취업한 20대는 이렇게 서로를 보는 시선이 다르다.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 전선에 뛰어든 친구는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아 차라리 돈을 버는 게 나을 것 같다며 작은 회사에 들어갔다. 전문대를 졸업한 동료들이 자신보다 더 많은 월급을 받는 걸 알고서 ‘걔네가 나보다 일을 더 잘하는 것도 아닌데 왜 돈을 더 줘’라며 이를 꽉 깨물고 욕을 하며 소주를 몇 병이나 비워냈다. 그러면서도 ‘폴리텍이나 사이버대학이라도 들어갈까? 그냥 지금이라도 수능 준비를 할까?’라며 학벌에 한계를 느끼는 듯한 고민을 늘어놨다. 그럴 때마다 “주위 사람들 전문대 나와서 다 취업하고 잘 사는데 다들 어느 순간 ‘4년제 졸업할걸’이라더라 아무래도 일하는 강도에 비해 돈이 적긴 한가 봐”라고 위로 아닌 위로를 해보지만 친구는 씁쓸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친구와 헤어진 이후 묘한 찝찝함에 집으로 바로 돌아가지 못하고 한참 거리를 배회했다. 처음 접한 전공과목에 대한 어려움, 많은 과제,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선후배 간 관계, 언제 어디로 취업할까 같은 여러 고민을 넌지시 늘어놓을 때마다 묘하게 날 한심하게 보는 듯한 친구, 아마 나도 친구가 고민을 늘어놓을 때 똑같은 표정을 지었으리라. ‘나는 내 자식은 꼭 좋은 대학 보내려고, 나 같은 인생 살면 안 되잖아’라고 농담으로 말하던 친구의 슬픈 표정과 ‘꼭 안에서 일하는 사무직, 전문직을 해라’고 말하던 부모님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사회에서 말하는 20대는 왠지 모르게 ‘4년제 대학을 다니는 학생’이다. 텔레비전 속 ‘평범한’ 20대는 언제나 4년제 대학 학생들로 그려지고 정치인들이 말하는 20대를 위한 정책 다수도 4년제 대학생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20대 모두가 대학에 다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나 다 가는 대학이라며 일찍이 돈을 버는 청년들에게 잘하고 있다고 하지만 임금 차별과 대우 차이라는 현실에 상처를 받는 청년들과 취업을 하지 못해 4년제 대학 졸업이라는 타이틀에 맞지 않는 삶을 살까 두려움에 빠진 청년들이 많다. 서로 다른 상황에서 서로를 다른 존재로 바라보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아등바등 살아남고 있는 청년 모두를 위해 서로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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