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 잃은 생활과학관, 공간 활용에 어려움 겪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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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 잃은 생활과학관, 공간 활용에 어려움 겪어
  • 이철승
  • 승인 2021.09.13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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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생활과학관 일부 본부가 관리 중
기존 생활대 학과는 건물활용에 불편
효율적 공간 활용방안 고민 해볼 때

지난 여름방학 생활과학관 4층에서 누수가 생겨 2층까지 물이 새는 사고가 발생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4층을 사용하는 식품영양학과는 생명대 행정실에, 3층을 사용하는 생활복지학과는 사회대 행정실에, 2층을 사용하는 의류학과는 인문예술대 행정실에 연락을 취했다. 건물 한 곳의 누수로 세 개 단과대 행정실이 달려와야 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연출됐다. 지난 2019년 구조개혁으로 생활대가 해체되며 세 학과의 소속 단과대가 달라진 탓이다. 생활대가 사라진 지 3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생활과학관 공간 관리를 두고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행정실 직원이 생활과학관에 상주할 수 없으니 빠른 문제 파악과 관리가 어렵다.

구조개혁 당시 생활과학관 일부 공간의 사용권을 상실한 점 역시 불편을 더하고 있다. 강의실 확보 문제로 고민하던 생활복지학과는 유휴공간이 된 생활대 시절 학장실과 행정실을 강의실로 활용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생활복지학과는 학과생 외에도 사회복지학 융합전공 수강생이 많아 대형 강의실 확보가 필요하다. 학생들의 학습공간을 위해 생활과학관 1층 정독실의 확대도 요구했으나 해당 공간의 사용권을 가진 본부가 요청을 거절하며 무산됐다.

 

졸속 구조개혁에 희생된 생활과학대

2017, 본부는 2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에 대비해 구조개혁을 추진했다. 구조개혁 대상을 두고 ‘5개 학과 미만 단과대를 해체한다는 방침을 설정했다. 사실상 3개 학과로만 구성된 생활대와 예술·체육대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일방적인 구조개혁의 부당함을 주장하기 위해 생활대는 총장과 세 차례에 걸쳐 간담회를 가졌다. 2,3차 간담회에서는 본부가 신설한 생명백신공학부 공간 확보를 위해 생활과학관을 이용하겠다는 기획안이 유출돼 큰 반발을 샀다. 당시 간담회에 참여한 A 교수는 본부가 생활대 3개 학과의 교육, 연구, 공간, 시스템에 전혀 변화가 없고 단과대 명칭과 행정조직만 변경할 뿐이라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9년 구조개혁으로 생활대가 해체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각 학과의 사용공간은 보장했으나 본부가 3개 학과가 공동으로 사용하던 생활대 소유 공간을 모두 가져갔다. 1층의 대형 강의실·학생휴게실·정독실 등 6개 호실, 22개 호실, 학장실과 행정실이 있는 32개 호실이다. A 교수는 공용 공간은 물론이고 단과대 차원에서 관리하던 생활과학관 내 정수기까지 빼 갔을 정도였다며 해체 당시를 회상했다.

특히 2층과 3층 공간은 생활과학관 설계단계부터 층 별로 각 학과가 사용하기로 했으나 단과대를 위해 학과에서 각출한 공간이다. 생활대 해체로 학과 공간 일부를 손해 본 셈이다.

 

20197월에는 간담회 과정에서 한 우려가 현실이 됐다. 생명백신공학부를 위한 별도 공간을 마련하지 못한 본부가 생활과학관 입주 안을 꺼내들었다. 생활과학관 1층 일부 호실에 생명백신공학부가 입주하고 2022년 이후 다른 건물로 이주한다는 안이다. 생활대 출신 3개 학과 측에서는 1층에 정독실과 학생 휴게실 공간을 보장하고 2022년 다른 건물로 이주한다는 내용을 문서화하자는 수정안을 제안했으나 본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생활과학관 공간 활용문제는 지금까지 답보상태로 3년째 이어져왔다. 그동안 3층 학장실과 행정실은 자물쇠로 잠겨 아무런 용도로도 사용할 수 없었고, 1층은 사용은 가능하지만 리모델링은 고사하고 제대로 관리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3개 학과의 공간 활용 및 리모델링 요청도 번번이 거절당했다.

 

생활대 교수 학생 공간 침해 없어야

여름방학 기간 동안 기획과는 생활과학관을 찾아 본부 소유 공간을 조사했다. 기획과는 단순한 공간파악이라고 설명했으나 생활대 출신 학과들에 2년 전의 갈등을 상기시키기 충분했다. 3개 학과 교수는 또 다시 학생 공간이 침해받을 것을 우려해 지난달 31일 기획처장과 회의를 통해 입장을 확인하고 오해를 풀었다. 회의 결과 3개 학과 교수는 당장 공간 활용에는 지장이 없음을 확인하고 추후 공간 활용 방안을 논의했다. 2층과 3층 공간은 각 층을 사용하는 의류학과와 생활복지학과에 돌려주고 1층은 모든 학과가 사용할 수 있는 공개적인 공간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기획처 측은 "학사개편이 이뤄진 이후 바뀐 정원에 맞춰 전체적인 학내 공간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학교 전체적 공간 활용 고민할 때

생활과학관 공간 활용에 대해 기획과도 고충을 토로했다. 행정상으로는 이미 2019년부터 본부가 소유한 상황으로 이전 본부와 생활대 간의 구두 약속 등 당시 상황까지 고려하긴 어렵다. 생활복지학과의 추가 강의실 요구를 쉽게 들어주지 못한 이유도 설명했다. 기획과 측은 우리대학 교사시설 확보율은 평균 이상이다공간은 충분하지만 효율적인 분배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사시설 확보율이란 대학이 교육기본시설, 지원시설, 연구시설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비율이다. 2020년 공시정보 기준 교사시설 확보율(재학생 기준)166.4%로 전국 대학 평균인 153.7%를 웃돈다. 기획과 측은 학령인구 감소와 정원 감축으로 학교 면적 대비 학생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효율적인 공간 분배를 위한 융통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 교수는 학교 상황에 따른 공간 분배 필요성은 충분히 이해한다다만 생활과학관을 사용하는 학생들이 공부할 공간, 쉴 공간이 제대로 조성되길 바라는 마음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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