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학생회 선거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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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학생회 선거를 만나고 싶다
  • 김규리
  • 승인 2020.11.16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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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과 구호가 아닌 공약으로 선거 유세 준비해야 해
선거 시행 규칙을 열람할 수 있는 공식적인 방법 필요
남은 임기 동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건 당연한 일

11월, 학생회 선거기간이다. 대학에 들어와서 처음 선거를 접했을 때, 곳곳에서 서명을 부탁하고 구호를 외치며 춤을 추는 모습에 참 놀랐다. 마치 국회의원, 대통령 선거철처럼 ‘유세 송’이 들리는 기분이었다. 학과 전강에서 총학생회, 단과대학생회 후보자들이 춤을 추고 구호를 외치면 다들 뜨겁게 호응했다. 그 다음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21학년도 총학생회 선거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대면 활동이 많이 제한됐다. 이번 기회로 학생회 선거가 달라질 수 있을까?
이미 학생회 선거 운동의 핵심은 춤과 인사다. 학생들의 관심도 마찬가지다. 후보자들은 추운 날씨에 늦게까지 구호를 외쳐 성실하다는 평가받고 10명이 넘는 인원이 하나처럼 춤춰 노력을 많이 했다고 칭찬받는다.
하지만 유권자의 표는 공약으로 얻어내야 한다. 전설처럼 내려오는 공약에서 벗어나야 한다.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파악해 해결·충족할 방법을 찾아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공약을 왜 만들었는지,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 얼마나 실현 가능한지 확실하고 차분하게 설명하고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춤과 구호에서 주도권을 빼앗아 오기 위해 ‘어려운’ 고민을 거쳐 당선된 학생회. 즐거운 선거 유세 분위기에 잘 어울리기 위한 ‘쉬운’ 노력으로 뽑힌 학생회.이 둘을 어떻게 같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대학 학생의 대표로 학생사회를 이끌겠다는 큰 포부를 가진 후보자라면 본인의 진가를 발휘할 좋은 기회인 ‘선거운동방법개혁’을 놓칠 수 없을 거다.
단과대학생회와 학과학생회 선거도 시작됐다. 2017년부터 온라인으로 공시한 총학생회 선거 시행 규칙과 달리 단과대학생회 선거 시행 규칙은 아직 열람할 수 있는 곳이 없다. 관련 규칙이 있다는 걸 모르는 학생도 많다.
학생들이 요구할 때 보여주는 것과 학생 스스로 볼 수 있게 하는 건 다르다.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공개’와 ‘공시’의 뜻을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이다. 이는 유권자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큰 문제도 있지만, 학생회와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알릴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유 없이 선택적으로 규칙을 공개하는 행동은 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극단적으로 학생들에게 알리지 않고 선거 시행 규칙을 임의로 바꿔 선거를 유리하게 조작했다는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 학생회로서 열심히 활동했더라도 유권자가 모르는 규칙으로 치른 선거와 그렇게 당선된 후보자는 정당성을 갖출 수 없다. 학생회 자치 활동의 근거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그리고 여태껏 그렇게 하지 ‘않음’을 비판받고 사과해야 한다.
학과학생회 선거는 단과대학생회 선거보다 더 많은 문제가 있다. 선관위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 학과, 입후보자등록 기간을 알려주지 않는 학과, 입후보자등록을 막는 학과 등이 있다.
2020학년도는 아직 시작하지 않은 것 같은데 우리는 벌써 다음 해를 준비해야 한다. 기대했던 모습과 다른 1년을 보내 아쉬움이 가득할 수도 있고 계획했던 것을 이루지 못해 무의미한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해야 하는 일도 있다. 스스로 부끄러움 없는 시작과 끝을 위해 오랫동안 피했던 문제를 똑바로 주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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