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위에 오른 국책사업 피해 보상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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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위에 오른 국책사업 피해 보상 문제
  • 이용규
  • 승인 2020.09.28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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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으로 발생한 피해사례
4대강위원회, “오류 개선…”
국가가 건설한 안동댐, 건강 비상
자연환경 보전지역으로 묶여 있는 안동댐이다.
자연환경 보전지역으로 묶여 있는 안동댐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3년 전, 201711월 포항시 흥해읍에서 5.4 강진과 계속된 여진으로 포항시민은 물론 전 국민이 두려움에 떨었다. 그저 이웃 나라 이야기로만 여겼던 지진 피해가 우리나라에도 현실로 다가왔다. 포항지진은 2016년 경주지진 이후 역대 두 번째 규모로 피해가 가장 크다. 윤장원(국어국문·16) 학생은 당시 군대에 있어서 강도를 직접 느끼진 못했지만 이후 건물에 금이 간 것을 보고 심각성을 알았다고 회상했다.

지진의 원인으로 포항지열발전소가 지목되면서 포항시는 피해를 본 시민을 위해 포항지진 특별법 입법을 준비했다. 윤 학생은 포항지진 발생 당시 지급했던 재난지원금 수령 시기를 놓쳤다국책사업 피해로 발생한 지진이라고 원인이 밝혀진 만큼 추가 지급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20191227일 국회 본의회를 통과해 20204월부터 포항지진의 진상조사 및 피해구제 등을 위한 특별법을 시행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국책사업에서 발생한 피해를 구제받는데 약 3년이 걸린 것이다.

원만한 피해 해결에 시간이 오래 소요되며 해결되지 않는 사례도 있다. 안동댐 건설 후 주민들은 안개일수가 증가해 농사 피해를 겪고 호흡기 질환으로 건강에 비상이 걸렸다. 그런데도 피해 보조금만 지원할 뿐 본질적인 해결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두 번째로 강한 포항지진, 그 원인

20171115일에 발생한 포항지진은 진원 깊이가 지표면에 가까워 경주지진보다 큰 피해를 줬다. 2017121경북 포항지진 발생 및 대처상황 보고에 따르면 사망자는 없지만 부상자는 92명으로 집계됐다. 이재민 898명은 포항 흥해실내체육관, 흥해공고, 기쁨의 교회 등 8개소로 대피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집계에 따르면 학교, 항만, 문화재 등 공공시설 644개소에 균열이 일어났고 주택, 상가, 공장 등 사유 시설 31,000개소가 피해를 봤으며 주택이 28,811건으로 가장 많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도 높은 경주지진보다 43명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고 정전 사태가 일어나며 상하수도, 상수관 피해도 잇따랐다. 또한 여진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장 건물 14곳 중 10개교에 균열이 발생해 대학수학능력시험 도입 후 처음으로 시험을 연기했다.

2019320일 정부조사단은 포항지진이 자연 지진이 아닌 포항지열발전소가 원인인 촉발 지진이라고 발표했다. 지열발전을 위해 땅에 물을 주입해, 지진을 일으키는 단층대가 활성화됐다는 것이다. 포항지열발전소는 국내 첫 지열발전소로 지열발전 상용화 연구개발(R&D) 사업중 하나며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한 국책사업이다.

정부는 피해 금액 70% 지급을 입법 예고했다. 하지만 국책사업 중 하나인 포항지열발전소가 포항지진 원인으로 지목되자 포항시 주민들은 정부에 100% 피해 금액을 요구했다. 이에 정부 80%, 경상북도와 포항시 20% 비율로 피해자들에게 100% 지급하기로 했다. 해당 법은 202091일부터 시행되며 포항지진의 구체적인 발생 원인과 책임소재 진상을 밝히고 피해구제를 통해 경제 활성화와 공동체 회복을 도모하는 것이 목적이다.

국책사업에 해당하는 포항지열발전소로 인해 지진이 발생했고 인명·재산 피해가 생겨 국책사업갈등이 수면 위로 떠 올랐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책사업갈등은 공공정책을 수립하거나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과 국민 간 이해관계의 충돌을 말한다.

우리나라 국책사업, 다른 피해사례

국책사업은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공공 이익을 위해 수립하는 사업이다. 이는 국민의 기본 인권 보장과 국가기간시설의 설치라는 두 가지 헌법상 가치가 교차하는 영역이다.

대표적인 국책사업으로는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조성 동남권 신공항 건립 4대강 정비를 꼽을 수 있다.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설치에 대해서는 님비(Not in My Back Yard)현상으로 주민 반대가 극심했다. 동남권 신공항 사업은 핌피(Please In My Front Yard)현상으로 갈등이 발생하자 이명박 정부가 최악의 수로 백지화를 선택해 무산됐다.

이 중 4대강 정비 사업은 막대한 예산이 소비된다는 것과 자연환경이 파괴된다는 지적에 논란이 되고 있다.

20187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4대강위원회)‘4대강 사업은 국가 범죄, 대국민 사과하라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4대강 사업 추진과정에 대한 잘못을 밝히고 국책사업 오류 개선 방안을 제시하라는 것이 요점이다.

4대강위원회는 국책사업이 잘못된 사업이라는 전제로 활동 중이다. 정규석 4대강위원회 사무국장은 커다랗게 4번의 감사를 진행해 4대강 사업 원인과 과정에 오류를 확인했다하지만 국책사업 오류 개선 방안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사무국장은 정권마다 국책사업 오류를 감시하는 판단 기준이 달라져 정확한 예방적·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6월까지 처리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했던 국가물관리위원회(국가위)8, 유역물관리위원회(유역위)9월에 출범했다. 그리고 4월 총선 이후 4대강 관련 결정이 미뤄져 난항을 겪고 있다.

크고 작은 국책사업 갈등은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양상으로 발생한다. 20181029일 임병택 시흥시장은 중앙정부와 LH공사가 국책사업으로 인한 피해를 해결해야 한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흥시는 장현, 은계, 목감을 포함한 지역에 6개 국책사업을 추진 중이다.

임 시장은 국책사업 시행자인 LH공사는 국민의 주거 안정 실현과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설립된 공공기관인데 설립 목적에 맞지 않는다반 서민적인 사업 추진과 이익 추구만을 강행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임 시장은 네 가지를 요구했으나 2020923일 기준, 시흥시청 대중교통철도팀에 따르면 신안산선의 조속한 착공을 촉구합니다만 이뤄졌다.

안동시도 국책사업 피해지역?

2020, 안동댐이 준공된 지 44주년이다. 안동댐 건설은 국가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고 영남 지역에 용수를 공급하며 수해 방지를 위한 필수사업이다. 이는 다목적댐으로 농업·공업용수 공급과 홍수와 가뭄 피해를 줄여줘 인명·재산을 보호해준다.

안동댐은 92,600만 톤을 하류 지역으로 공급하며 역사적으로 현대사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닌 국가 시설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안동댐은 지역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활용도가 낮아 안동시는 물론이고 시민들 역시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

전지민 안동시청 안전재난과 주무관은 안동댐이 수자원 보호로 자연환경 보전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각종 규제를 받는다건물을 짓는 것도 제약을 받고 공장도 못 짓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 주무관은 안동댐 때문에 안개일수가 증가해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농사에 피해가 간다고 호소했다. 안동댐 건설 후 약 3만 명이 거처를 옮겼고 수몰민은 1만여 명에 이른다. 안동댐 주민들은 비염과 같은 호흡기 질환에 시달리기도 한다.

권준영 권내과의원 원장은 호흡기 환자가 증가하는 것은 안개에 순수한 수증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공해 물질, 먼지, 매연 등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최근 안동댐 근처 관광을 활성화하면서 경제성장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인식도 나온다. 댐 주변을 주민 여가 공간, 친환경 수변 공간으로 조성하고 카누 체험 등과 같은 놀이도 즐길 수 있다. 낙동강을 활용해 음악분수를 진행하기도 한다. 현재 안동댐은 문화적인 부분으로 댐 근처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관광 활성화가 주민들 건강 악화 문제나 농사 피해를 해결해 주진 않는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안동댐으로 피해를 본 주민을 위해 매년 댐 주변 지역사업을 준비한다주민 의견을 반영해서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큰 불만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피해 보조금을 명목으로 주민들의 피해를 보상해주고 있지만, 본질적인 문제 해결은 아니다. 전 주무관은 피해 보조금 이외에는 특별한 해결방안을 내놓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무엇을 위한 국책사업인가?

헌법에서는 국책사업을 명문으로 규정하지 않고 입법형성의 자유에 위임한다. 37조 제1항 생명권 10조 인간의 존엄권 35조 환경권 34조 제6항 국가의 재해 예방 및 위험으로부터의 보호 의무 120조 제2항 국가에 국토와 자원의 균형 있는 개발과 이용을 위해 필요한 계획을 수립할 권한과 의무 부여 122조 국토의 이용·개발과 보전 등이 입법기준이다. 이를 침해한다면 국책사업은 헌법상 인정받을 수 없다.

국책사업갈등관리법론따르면 국책사업을 둘러싼 헌법상 기본권의 보장과 국가기간시설의 설치라는 두 헌법적 가치는 규범 조화의 원칙에 따라 해결돼야 한다. 그리고 이는 상반되는 헌법적 가치를 최대한으로 조화시켜 동화적인 효력을 나타낼 수 있도록 해석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혜진 법학과 교수는 국가배상법으로 손해 배상을 받을 수 있다국책사업 부정행위와 피해, 법 간의 인과 관계성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책사업 절차에 부정성을 찾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 교수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국책사업이 실행되는 만큼 희생이 최소화돼야 한다절차를 올바르게 밟아서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민의견 수렴을 통해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정부에서 진행하는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잘 돼 있지만 제도적인 개선, 운영적인 부분에서 미흡한 것 같다실체적인 적법절차 주의를 거쳐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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