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하고 ‘억’하는 정보 홍수, 당신도 그 희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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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하고 ‘억’하는 정보 홍수, 당신도 그 희생자
  • 이용규
  • 승인 2020.06.08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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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민주항쟁으로 보는 언론 그리고 현재
상업적 이익을 추구한 기사 경계해야

19871, 일명 탁억사건으로 불리는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은 6월 민주항쟁의 시발점이 된다. 전두환 정부는 대통령 직선제 헌법 개정을 포함해 민주체제를 요구하는 민주화운동에 강경하게 탄압했다. 그러는 중 서울대 학생이었던 박종철이 치안본부 대공수산단에 연행돼 조사 중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경찰은 물고문 사실을 감추고자 심문 과정에서 책상을 하고 내리쳤더니 하고 쓰러져 죽었다고 망언했다. 언론에서 이를 기사로 다루며 저 망언을 헤드라인에 녹여냈다. 1987610일 전국에서 거의 동시에 시작된 시위는 약 한 달간 계속됐다. 학생들 중심으로 진행되다가 점차 일반 시민 수가 늘어나 국민운동으로 발전했다. 결국, 당시 전두환 정부는 대통령 직접 선거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 등을 내용으로 6·29 민주화 선언을 발표했다. 이에 헌법이 개정돼 국민은 16년 만에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게 됐다.

영화 ‘1987’은 당시 상황을 잘 그려내고 있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는 이 영화에는 숨은 공신들이 많이 나온다. 삼촌의 부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연희’, 그 삼촌 한병용’, 박종철을 부검할 수 있도록 노력한 검사가 그 공신들이다. 현재가 있기까지 한 명, 한 명 모두 소중하고 감사한 존재이다. 하지만 영화 속 여러 주연 중 유독 윤상삼 기자 역을 맡은 배우 이희준에게 눈이 갔다. 윤상삼 기자는 고문치사사건의 피해자를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학생이라는 사실과 이름 두 글자만으로 알아냈다. 그리고 물고문을 당하다가 사망한 사실도 치밀한 취재를 통해 알아낸다.

현대사에 있어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는 언론에 가장 혹독한 시련기 중 하나일 것이다. 당시 언론은 군부의 철저한 언론통제정책과 언론인 대량해직, 언론사 통폐합으로 얼룩졌다. 19791026일 대통령 암살사건 이후 발효된 계엄령으로 대학신문을 포함해 모든 언론매체는 사전검열을 받아야 했다. 그렇게 많은 진실한 사실은 검열 속으로 사라져가야만 했다. 예상컨대 1987년은 이로부터 꽤 지난 시간이지만 외부 압력은 여전히 존재했다.

당시 6월 민주항쟁을 알렸던 종이신문, 뉴스는 1980년대 가장 대표적인 대중매체였다. 2020, 현재 스마트폰 보급률 세계 1위인 우리나라는 스마트폰으로 포털사이트나 SNS를 통해 뉴스와 정보를 접한다. 2018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뉴스 리포트 2018’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언론사에 직접 접근해 뉴스를 이용한다의 비율이 5%로 집계됐다. 과거 종이신문과 뉴스의 영향으로 민주항쟁이 이뤄졌던 정통 미디어 시대는 공정성과 객관성으로 자체 검열 후 뉴스가 배포됐다. 하지만 현재는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보들이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있다. 이에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가짜뉴스도 빈번해지고 있다.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저희 25개월 딸이 초등학생 5학년에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청원은 53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는 SNS와 인터넷 기사들을 통해 전파됐고 사람들은 링크를 타고 들어가 공감하며 청원했다. 하지만 지난달 19일 강정수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청와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해당 청원은 허위사실이라고 밝혔다.

사람들은 인터넷 기사와 SNS를 통해 접하면서도 그 청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에는 관심이 없었다.

19876월 민주항쟁으로 언론은 순기능을 보여줬지만 가짜뉴스 등장,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토해내는 인터넷 기사와 SNS로 언론의 역기능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언론의 순기능을 잘 활용해야 한다. SNS로 퍼지는 뉴스는 출처를 확인해 신뢰할만한지 스스로 판단해야 하며 같은 주제에 대한 여러 기사를 찾으며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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