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그래도, 우리 너무 그러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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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래도, 우리 너무 그러지 맙시다
  • 조성범
  • 승인 2023.11.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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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에 민감한, 도움에 인색한 우리
손해봐도 나에게 돌아오는 ‘도움’

2017년 9월. 혐오시설 설립을 반대하는 시민들 앞에 어떤 이들이 무릎을 꿇고 울며 “제발 허락해달라”며 한맺힌 절규를 쏟아냈다. 혐오시설은 지역 주민에게 공포감이나 고통을 주며 지역 쾌적성이 훼손 돼 집·땅값이 내려가는 등 부정적인 효과를 유발하는 시설이다. 여기서 혐오시설은 바로 특수교육 교육기관인 ‘특수학교’다.

특수학교는 혐오시설?

2017년 서울 강서구에 특수학교인 ‘서진학교’ 신설을 위해 주민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서 설립반대자들은 혐오시설이다며 특수학교 신설을 반대했다. 1차 주민토론회가 결론이 나지 않고 무마됐다. 2차 주민토론회에서 특수아동 학부모가 무릎 꿇고 설립을 허락해달라며 절규하는 ‘무릎 사건’이 벌어졌다. 이후 2018년 특수학교 설립을 진행하되, 한방병원 건립을 약속했다. 특수학교가 혐오시설이란 것을 은연 중에 인정하고 선호시설인 한방병원으로 보상해주겠다는 의미이다. 특수학교는 꼭 필요하다. 특수아동은 일반학생과 교육과정 자체가 달라 특수교육을 받아야 한다. 교사 한 명이 담당하는 특수아동 수도 일반학생보다 적기에 많은 특수학교·교사가 필요하다. 중요성, 필요성은 덮고 이야기해보자.

학교란 교육기관이 왜 혐오시설인가. 또 그들에게 우는아이 사탕 물려주듯이 한방병원 건립을 약속한 것은 또 무엇인가. 애초에 학교설립은 교육감 고유 권한이다. 지역주민이나 지역구 국회의원 동의가 필요하지도 않을뿐더러 반대해도 휘둘릴 이유는 더더욱 없다. 특수학교를 건립하는 데 대가를 지불 한 격이다. 주민과 갈등해결을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교육감이 고유한 학교설립 권한을 되려 주민에게 허락 받은 것이다.

누구의 잘못인가

정말 부끄럽지도 않은가? 이게 불과 교육수준이 낮던 옛날 옛적도 아니고 우리나라 교육 수준이 가장 집중되는 서울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억지로 이해하려 노력해보면 사람들 탓이 아니라 어쩌면 지금 사회의 잘못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네이버웹툰 <내일>에서 장애아동 이야기를 다룬 ‘함께’라는 에피소드에서 “경쟁에 익숙한 사회가 돼서 그래. 뒤처진 사람에게 어깨를 내주고 함께 달리기보다 내 앞 선로만 보고 달리는게, 뒤처진 사람은 그냥 그 자리에 남는 것이 당연한 듯 익숙해져서. 누군가를 돕는다는게 내 손해가 될 수도 있는 세상이니까.”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도, 우리 그러지 맙시다

결국 이 사회가 너무 치열해 뒤쳐진 사람과 함께 가기 어렵고 남을 돌봐주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어렸을 적부터 경쟁해 내신을 쌓고 치열한 취업전쟁에서 누군가를 밟고 그 위 취업 문턱에 올라가는, 그런 빡빡한 사회여서 우리가 이렇게 날카로워졌다. 비단 특수학교에 국한한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우리 모두가 날이 바짝 서있다. 조금이라도 손해보는 상황이 생기면 날카로운 날을 세워 달려들고 남을 도와주는 것을 시간낭비라 여긴다.

사회 분위기가 그런 것도 맞고 실제로 우리가 손해를 보는 것도 맞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자. 우리가 손해를 보며 누군가를 도와주면 분명 도움을 받은 사람은 이득을 본다. 또 그 사람은 도움을 받아서 남을 도와줄 이유와 여유가 생긴다. 결국 그 도움은 우리가 부족하고 힘들 때 우리에게 돌아온다. 정말 우리가 아닐지라도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돌아갈 수도 있다. 우리 행동 하나가 시작이 된다. 정말 세상이 너무 각박해져도, 우리. 너무 그러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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