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줬어도 그 손길을 여전히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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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줬어도 그 손길을 여전히 사랑해
  • 이지윤
  • 승인 2023.11.0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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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받고도 여전히 당신을 기다려요
사람을 사랑하듯 우리 또한 함께

“한번 가보고 싶어서 연락드렸는데 어디로 가면 될까요?”, “자세한 위치는 못 알려드리고요. 버스 내리면 전화해 주세요” 은밀한 대화로 느껴지겠지만 안동유기동물보호센터(이하 보호소)를 방문하기 전 거쳐야 하는 과정 중 일부분이다. 일손이 항상 모자라는 보호소지만 주소를 정확하게 표시해 둔 곳이 없어 방문하기란 첩보영화의 한 장면 같다. 주소가 노출되면 그 앞에 반려견을 버리고 가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보호소는 2012년 1월 2일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 동물보호센터로 지정됐다. 지난 2021년 5월 7일에는 보호소, 안동과학대, 장춘당약국이 보호소 제1입양소인 ‘해피리홈’을 개소했다. 지난해 11월 봉사처를 찾던 중 우연히 알게 된 보호소는 늦은 시간에도 기다렸다는 듯 “내일 아침 9시에 와주세요”라며 간절히 봉사자를 찾았다. 시내버스로 1시간 30분은 족히 걸리는 시간에 잠시 망설였지만 사람 목소리에 짖어대는 소리가 마치 ‘나 여기 있어요’로 들려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졌다.

짖고 달려들어도 놀라지 마세요

오전 9시, 서후면에 소재한 보호소 앞에 서자 크기와 모양, 나이가 제각각인 강아지들의 합창 소리가 귀를 때린다. 직원은 익숙한 듯 사무실로 안내했다. 준비된 회색 일회용 방진복과 고무장갑을 낀 후 밖으로 나와 직원 뒤를 쫓아다니며 빗자루로 배설물을 쓸고 타일 바닥을 마대 자루로 닦았다. 추운 날씨가 무색하게 방진복 안은 땀투성이다.

견사 청소가 끝난 오전 11시 30분쯤 직원은 비밀스러운 게 있다는 듯 소곤소곤 손짓하는 걸 보고 따라가자 솜털이 갓 마른 강아지들을 보여줬다. 직원은 “아직 아기들인데 겨울을 잘 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한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추운 날씨는 사람에게만 혹독한 게 아니다. 특히 약하고 어린 이들에게 더욱 가혹한 계절이다.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나가자 눈 한쪽이 탁해져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는 시츄, 다리가 없는 백구 등 아픈 유기견들이 보였다. “다음에도 또 올게요, 너희도 그때까지 꼭 건강하게 있어”라고 말하며 쉽게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긴다.

다시 집으로, Happy re-home

이번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기간에는 보호소도 함께 했다. 보호소에는 직원이 상주하지만 해피리홈은 홍보차 직원이 나와야 해 봉사자를 구했다. “그때 잘해서 ‘우수봉사자’라고 저장해뒀어요. 축제 동안 좀 맡겨도 될까요?”라는 말에 망설임 없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약 30마리 정도를 보호하는 해피리홈은 주로 장애가 있거나 크기가 적당한 중·소형견이 대부분이다.

따뜻한 연갈색 털을 가진 강아지가 침대 밑에서 나와 곁을 내줬다. 앞다리가 없어 이유를 묻자 직원은 “트라이요? 올무 때문에 다리를 절단했어요. 다리가 세 개여도 잘 걷고요. 한 번 으르렁거리지도 않아요. 신기하네요. 처음 보는 사람 있으면 안 나오거든요.” 연아, 뽀미, 햇살, 잭순, 제니….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름을 기억한다. 오후 6시 나갈 채비를 하자 슬픈 눈으로 바라보는 모습에 뒤를 돈다. 한 마리라도 더 보호하고 싶지만 정해진 예산에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 정기적인 봉사, 산책봉사, 임시보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작은 생명들에게 행복을 나눌 수 있다. 내가 느낀 고마움과 사랑을 여러분도 느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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