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송합니다…’ 현실 앞에 막막한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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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송합니다…’ 현실 앞에 막막한 인문학
  • 윤준상
  • 승인 2023.09.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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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복합·자동화 중심 취업 시장 냉랭
수요에 따라 규모가 축소되는 현실

오늘날 취업과 돈벌이를 위해 기능적으로 실용 학문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인문학은 학문적 효용성이 쇠퇴하는 추세다. ‘취업에 도움 안 되는’, ‘미래에 살아남기 힘든’ 등 부정적인 꼬리표들이 무수히 박힌 인문학은 위기론까지 거론될 만큼 현실 앞에 나날이 위축되고 있다.

취업 시장 외면받는 인문학

인문계열 전공자들이라면 ‘문송합니다’라는 말이 익숙할 것이다. 본뜻은 ‘문과라서 죄송합니다’의 줄임말로 2010년대 이공계열 취업 수요가 증가하면서 반대로 인문계열의 삭막한 취업 현실을 자조적으로 표현한 신조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인문계열의 취업난은 10여 년이 지난 현재에도 지속돼 여전히 ‘문송합니다’가 입에 오르내린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 ‘2021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 조사’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인문계열 졸업자의 취업률은 57.3%로 전체 계열 평균 64.1%에도 근접하지 못했다. 또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3년 상반기 신규 채용계획’에서도 채용계획 인원 10명 중 약 7명(67.5%)은 이공계열 졸업자로 인문계열은 약 3명(32.1%)에 불과했다. 이는 현재 발전하는 융복합·자동화 중심 산업의 경제구조 속에서 인문계열의 취업문이 현저히 좁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사회수요에 따른 인문학의 축소

2016년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와 사회수요에 맞게 정원을 조정한 대학들을 지정해 3년간 총 6,000억 원을 지원한 ‘프라임 사업’을 진행했다. 과대 공급이 예상될 인문·예체능계는 정원 축소하고 과소 공급이 예상될 이공계는 정원 확대를 유도해 대학들은 인문·사회·과학계열 간의 학과 통폐합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인문계는 자신들의 전공과 관련 없는 학과와의 통폐합으로 고유 전공이 쇠퇴하는 처지에 ‘인문학 죽이기’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이에 교육부는 ‘대학인문역량강화’ 사업으로 대응했지만 전공자를 위한 투자는 장학금에만 그쳤고 학문 발전보다 취업 준비를 위한 구색만 갖추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거론된 사업들은 사실상 사회수요와 취업 제고 중점의 기업친화적 개편에 불과했고 이공계의 편향에 따라 규모가 줄어든 대학 인문학은 서서히 추진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인문학이 다시 일어나길 바라며

우리대학은 지난 6월 경북도립대와 함께 교육부가 2026년까지 지방대 30곳에 5년간 1,000억 원을 지원하는 ‘글로컬대학 30’에 예비 선정됐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우리대학이 타 대학들과 달리 ‘인문학’을 중점으로 혁신 모델을 제안한 점이다. 그동안 인문학 육성을 강조했지만 별다른 변화 없이 무마된 사례가 많았기에 이번 모델은 단발성 성과에 그치지 않고 인문학 재기에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오늘날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와 같은 고찰은 결국 인문학에서 발현한다. 앞으로의 4차 산업 시대에서 윤리 의식이 강조되는 만큼 인문학은 미래를 살아갈 우리에게 필수적인 학문이다. 부디 단일적인 경제 성장과 취업 제고에만 바라보는 인식이 무뎌지고 학문적 효용성이 회복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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