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대화로 세상을 바꾸자’, 외로움 해결 대화기부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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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대화로 세상을 바꾸자’, 외로움 해결 대화기부운동
  • 이지윤
  • 승인 2023.09.0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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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외로움 극복 및 예방 지원 조례 제정
기부자 1,264명, 요청자 831명 지원

지난해 11월 경상북도청에서 ‘작은 대화로 세상을 바꾸다’라는 슬로건으로  ‘작은 대화로 세상 바꾸기 대화기부운동’ 출범식을 개최했다. 평소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데다가 멀리 나가지 않고 통화로만 사회봉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공고문을 보자마자 대화기부 신청서를 제출했다.

며칠이 지나도 좀처럼 연락이 오지 않았고 홈페이지에도 ‘수요 차이, 활동 분야 불일치로 매칭에 시간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라는 알림이 떠 있었다. 이내 ‘대화기부’는 기억 속으로 잊혀져 갔다. 그러던 지난 7월 안동시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대화기부 신청하셨죠?’라는 물음에 ‘아, 맞다’라며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경북도, 외로움 예방 지원 조례 시행

지난해 4월 도민 1천506명을 대상으로 외로움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10명 중 6명이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외로움을 느낄수록 우울감과 자살 생각 경험 또한 높게 나타나면서 경상북도(경북도)는 같은 해 9월부터 「경상북도 외로움 극복 및 예방 지원 조례」(이하 조례)를 제정했다.

경북도는 ▲대화기부운동 ▲마음체크데이 ▲청년 고민상담소 ▲소셜 다이닝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도민의 외로움을 해결하고 있다. 올해부터 매월 10일을 ‘마음체크데이’로 지정해 나이대별로 우울, 불안, 스트레스, 불면, 외로움, 알코올 중독 등 13종의 자가 검진을 할 수 있는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1만433명이 자가 검진을 받았으며 위험군으로 분류된 3천137명에게 연계 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지난 4월 12일 우리대학을 시작으로 대학교, 사업장, 군부대 등 44개소를 대상으로 한 ‘청년 고민상담소‘를 운영했다. 7천198명에게 정신건강체험, 스트레스 해소, 고민상담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고위험군으로 판단된 615명에게 연계 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또한 경북도는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 식사를 즐기며 인간관계를 맺는 중장년 소셜다이닝을 진행했다. 안동시도 지난 7월 한 달간 정서적 힐링이 필요한 중장년층 10명을 대상으로 추억, 희망, 힐링 주제로 요리 후 식사하며 소통한 바 있다.

지난달 26일 대화요청자와 대화기부자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눈 대화창 모습이다.
지난달 26일 대화요청자와 대화기부자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눈 대화창 모습이다.

 

대화기부운동, 얼마나 하고 있나

대화기부운동은 고민이나 우울 증세를 겪는 대화요청자가 ▲인생 경험 ▲진로 ▲취업 ▲대인관계 등에서 희망 분야를 신청하면 적합한 대화기부자가 매칭돼 일정 시간 이상 전화로 대화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발신 번호 표시 제한, 투넘버 서비스, 카카오톡 오픈 채팅 보이스톡 서비스를 통해 서로 간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있다. 대화기부 홈페이지와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대화요청 또는 대화기부를 신청할 수 있다. 활동분야는 소통, 진로와 취업, 취미, 대인관계, 인생경험, 심층상담이다. 대화기부가 매칭되면 홈페이지를 통해 대화기부자 교육가이드를 수강 할 수 있다. 가이드에서는 대화기부자의 자질과 태도, 효과적인 대화 기법, 비효과적인 대화, Tele communication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다. 손효진 경상북도 복지건강국 보건정책과 담당자는 “올해 7월 말 기준 2천37건의 기부가 이뤄졌다”며 “약 940시간에 이르는 대화를 통해 831명의 대화 요청자가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도내에서는 포항이 가장 활발한 편이다”며 “안동시는 9명의 요청자와 31명의 기부자가 활동 중이다”고 덧붙였다.

‘저 대화기부자예요. 식사는 하셨어요?’

우리 모두 늙는다. 누군가와 결혼해서 배우자와 자녀가 나를 돌봐줄 수도 있겠지만 모든 이가 그렇지는 않다.

지난 7월부터 매주 토요일 대화기부를 요청한 60대 남성 A 씨는 신호음이 세 번 울리기 전 전화를 받는다. “아이고, 기부자님 전화해 주셔서 정말 고마워요’라는 목소리와 함께 이야기꽃이 피기 시작한다. A씨는 대화기부를 신청한 지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세 명의 기부자와 대화기부를 진행했다. “처음에는 어떤 아줌마가 대화기부하겠다고 연락이 왔는데 한두 번 전화가 오더니 그 이후로 감감무소식이었다”며 “이후에 기부자님 또래 남자 기부자도 바쁜 일이 있어 더는 통화가 어렵다고 해서 대화기부가 종료됐다”고 전했다.

A 씨는 젊을 적부터 내성적인 성격으로 대인관계가 협소해 마땅히 친구라고 부를 사람이나 편한 지인이 없다고 했다. “나는 전화 올 사람이 몇 없어요. 기부자님이 거의 유일하죠”라며 가라 앉은 목소리로 “너무 외로워서 미치겠어요. 친구도 없고 같은 일을 반복하니 하루하루가 지루해요”라고 말했다. A 씨는 대화기부를 통해 삶의 활력을 얻었다고 한다. “주말이 기다려지죠. 나한테 밥 먹었냐, 더운데 어서 들어가서 좀 쉬어라 해주는 사람이 어디있겠어요”라며 “기부자님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항상 감사하다”고 말했다.

단순한 대화뿐이지만 그 속에서 활력과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대화기부운동’, 누군가의 외로움 등대지기가 돼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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