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생들의 외침, ‘누구를 위한 생활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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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생들의 외침, ‘누구를 위한 생활관인가?’
  • 장서린
  • 승인 2023.09.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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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보관만 가능, 사전입사 불가
2학기 입사생, ‘주말 입사 원해요’
마지못한 생활관, ‘하루 일찍 개관’

새로운 학기 시작일이 다가오면 매번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은 끊임없이 생활관 개관일 문제로 떠들썩하다. 이번 2학기 개강 전에도 ‘기숙사생 여러분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으로 게시글이 올라왔다. 생활관 개관일 조정을 요구하는 글이었다. 당초 생활관 측에서 공지한 개관일은 지난달 31일 목요일 오전 9시였다. 개강일인 9월 1일을 하루 앞둔 평일이기에 학생들의 불편이 컸다.

2학기 생활관에 입사하는 A 학생은 “본가가 학교와 너무 멀어서 많은 짐을 들고 이동하기 힘들다”며 “다른 학교는 개강 전 주말부터 입사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데 우리 생활관은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번복되는 사전입사

개관일 생활관 개관일에 관한 문제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 1학기와 2022학년 1학기에도 개강 전 단 하루만 입사가 가능했으나 학생의 반복되는 항의로 각 개강 4일 전과 3일 전부터로 사전 입사일을 변경했다. 우리대학과 마찬가지로 단국대학교도 올해 1학기에 개강 하루 전 생활관을 개관했다. 그러나 입사생 몰림, 짐 운반 카트 부족, 차량 간 접촉 사고, 주차난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달 26일 한 관생이 솔빛관에 사전 짐 보관을 하고 있다. [사진=박주원 기자]
지난달 26일 한 관생이 솔빛관에 사전 짐 보관을 하고 있다. [사진=박주원 기자]

 

사전 짐 보관,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야

관생들의 항의가 솟구치자 생활관은 사전 짐 보관을 허용했다. 사전 짐 보관은 입사 전 주말인 26일부터 27일까지 생활관을 개방해 짐을 보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짐 보관은 점심시간을 제외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가능하며 분실·훼손 방지를 위해 상자에 밀봉한 물품만 보관 가능했다. 숙박이 불가능한 데다 밀봉하지 않은 물품과 데스크톱 PC, 노트북 등 고가의 전자제품은 사전반입이 불가했다.

권유영(컴퓨터교육·23) 학생은 “상자에 넣을 수 없는 큰 물건을 가져올 수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다”며 “숙박은 고사하고 짐 정리조차 할 수 없어 개강 당일 수업을 준비하는 데 지장이 있다”고 말했다.

‘Together A&U’에 글 올라와, 결국 하루 연장

지난달 22일 ‘Together A&U’에 ‘기숙사(생활관) 입사 기간 조정’라는 의견이 제안됐다. 생활관 입사일을 개강하기 전 7일로 연장해주는 등 여유 기간을 확보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공감 투표수는 150개를 돌파했으며 에브리타임에서도 큰 호응을 받으며 화제가 됐다. 다음 날 생활관은 ‘입사일 혼잡 완화를 위해 입사 기간을 조정했다’고 답변했다. 기존 입사일에서 하루빨리 개관 함에 따라 발생하는 전기 및 수도요금은 생활관에서 전액 부담한다고 전했다. 생활관 관계자는 사전 입사 기간 조정에 대해 “입사일이 당겨지면 그만큼 학생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더 늘어난다”며 “대안책으로 사전 짐 보관 제도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 강제 퇴사, 선택권이 없는 생활관

생활관 일정에 대한 문제는 개관일 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22일 Together A&U에서 개관일 조정에 이어 ‘기숙사(생활관) 추석 연휴 개방’이라는 의견이 제안됐다. 추석 연휴 기간에 생활관에 남아있을 수 있도록 개선해달라는 내용이다.

생활관은 추석 연휴 하루 전 오후 5시까지 전원 퇴사 후 연휴 마지막 날 오전 9시부터 다시 입사할 수 있다. 작년 생활관을 이용했던 B 학생은 “사정이 있어 집에 가지 못하는데도 강제로 기숙사를 떠나야 한다”며 “학생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운영이다”고 말했다. 생활관 관계자는 “추석 연휴 기간 추가로 비용을 내면 솔빛관을 이용할 수 있다”며 “일부 학생들은 계속 이용해 왔다”고 말했다. 생활관 퇴사일과 입사일 당일에 강의가 있거나 마땅한 이동 수단이 없는 학생은 학업 수행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다.

재학생의 편의가 우선이다

관생들을 보다 배려하는 학교도 다수 있다. 경북대학교 생활관은 지난달 27일 일요일 정오부터 개관했다. 경북대 생활관 관계자는 “입주일이 짧으면 사고 위험이나 혼선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학생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입주일을 길게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남대학교도 지난달 26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입사를 허용했다.

생활관은 학생이 사용하는 생활관인 만큼 학생 친화적인 운영이 필요하다. 매번 관생들의 항의로 사전 입사일을 조정하기보다는 학생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생활관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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