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함과 아쉬움을 묻고 떠나는 권순태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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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함과 아쉬움을 묻고 떠나는 권순태 총장
  • 이철승
  • 승인 2023.05.09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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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사업 다수 유치로 재정 확보,
“등록금 한 푼도 낭비할 수 없어”
충원율 부진은 유구무언, “아쉽지만 최선 다했다”
“코로나로 대학생활 즐기지 못한 학생들 안타까워”
지난달 20일 총장실에서 권순태 총장을 만나 4년동안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 이지윤 기자
지난달 20일 총장실에서 권순태 총장을 만나 4년동안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 이지윤 기자

 

오는 5월 30일 권순태 총장이 4년 임기를 마치고 이임을 앞두고 있다. 권 총장의 임기 중에는 유독 어려운 일 많았다. 전 세계를 위협한 코로나19 팬데믹, 학령인구 급감, 대선과 총선 등 학교 안팎으로 다양한 이슈가 연이어 벌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를 위해 바쁘게 돌아다니며 악전고투한 권 총장이다. 성공과 실패, 칭찬과 비판, 쾌거와 아쉬움, 미안함 등 4년간 겪었을 수많은 상황과 감정을 뒤로하고 학교를 떠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임을 앞둔 소감이 어떤가

이임이라는 말이 전혀 실감이 안 갈 정도로 할 일이 무척 많다. 아직도 한 10년은 더 일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인데 이임이라고 하니 이상하다. 교육정책과 주변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하루빨리 차기 총장에게 인수인계를 해야 하는데 업무를 전부 해결하지 못하고 이임해야 할 것 같아 안타깝다. 총장 후보자 검증과 최종 임명까지 최소 두 달 이상 기다려야 해서 한 달 이상 총장 공백이 불가피하다. 대학이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는 만큼 나도 백방으로 뛰고 있기에 아직 이임을 생각하기에는 너무 이른 느낌이다.    

국책사업 다수 유치로 대학 재정 면에서 성과를 거둔 소감이 어떤가

총장의 성과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전부 우리 구성원들이 해낸 일이다. 내 역할은 적절한 전문가를 모셔서 의기투합하는 것이다. 우리 교수님들 다섯 분 정도만 힘을 합쳐도 못 하는 일이 없다. 그분들이 아이디어를 짜고 자유롭게 브레인스토밍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을 뿐이지 내 업적이라고 말하기엔 부끄러울 따름이다. 지난해 국·공립대 총장협의회장을 맡아 고등교육 현안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했는데 어땠나 임기 동안 대선과 지방선거가 있었다.

따라서 대학 이슈를 정치권에 전달하기 위해 총장협의회가 무척 바빴다. 가장 큰 목표는 OECD 평균 수준에도 못 미치던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재정 비율을 평균까지 끌어올리는 일이었다. 비록 목표치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1조 7천억 정도 예산을 추가 확보했다.

그리고 국립대학법을 만들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국립대의 학생 1인당 교육비를 서울대, 인천대처럼 법인화된 국립대학 수준으로 맞추자는 내용인데 사립대 반발로 큰 진전을 이루진 못했다. 그 밖에 지역소멸위기에서 국립대학의 소명을 다하기 위한 논의도 진행했다. 그해에는 국회를 거의 매일같이 드나들 정도로 바쁜 하루의 연속이었다.

e-총장실 운영을 통해 학생들과 한층 가까워졌음을 실감하나

철저하게 지키고자 했던 원칙이 학생의견을 ‘보는 순간 답한다’였다. 절대로 미룬 적이 없다. 총장이 학생의 말을 듣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학생이 불편사항을 전할 수 있는 통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정 안되면 나를 직접 찾아오라고 하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학생들이 마음을 풀고 좀 진정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안타까운 기억도 있다. 비대면 수업 시기에 어떤 갈등이 있어서 퇴학 위기에 처한 학생이 있었다.

학생을 만나기 위해 직접 고향까지 찾아가기도 했지만 끝내 퇴학을 막지 못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중재하고 설득하지 못한 점이 후회된다. ANU Square 등 캠퍼스 조경 측면에서 많이 발전했는데 만족스러운가? 총장이 되기 전부터 내 꿈은 ‘학생 친화형 캠퍼스’를 조성하는 것이었다. 캠퍼스에 들어섰을 때 뭔가 학교의 정신이 묻어나오도록 만들고 싶었는데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ANU Square 조성부터 캠퍼스 군데군데 설치한 휴식공간 등 학생들이 마음껏 뛰놀고 즐겁게 머무를 수 있도록 했다. 학교 예산이 부족하다고 허술하게 공사하고 싶진 않았다. 이런 공사들은 등록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전부 교육부와 지자체 예산을 확보해 제대로 학교를 꾸밀 수 있었다. 인문대 앞 도로, 회전교차로 전부 마찬가지다.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ANU Square를 꾸밀 때 교내에 있던 소나무, 은행나무를 옮겨 심기도 했다. 아쉬운 점을 꼽자면 다른 대학처럼 정문에 크고 멋진 상징 조형물을 세우고 싶었는데 예산이 30억 원 이상 필요한 일이라 쉽지 않았다. 나중에라도 발전기금을 모으거나 안동시와 협의해 조형물을 설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코로나19 탓에 약속한 ‘세계로 나가는 글로컬 대학을 위한 국제협력’ 등을 실현하기 어려웠을 텐데 교육국제화역량인증대학, GKS 수학대학 선정 등 많은 성과를 이뤘다.

사실 우리대학에 자유롭게 해외 유학을 다녀올 만큼 부유한 학생은 많지 않다. 그렇기에 가능한 우리 학생들을 해외로 보내 견문을 넓혀주고 싶었다. 해외에서 공부도 하고 취업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나도 학생들의 해외에 나갈 때 늘 함께했는데 변화하고 성장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그리고 이 부분도 마찬가지로 학생 등록금이 아니라 최대한 외부 예산을 이용하고자 했다.

2021년, 신입생 미충원 사태를 떠올리면 어떤가

대학 역사 측면으로도 지역사회 입장으로도 가장 부끄러운 일이다. 학령인구가 감소해왔지만 이렇게 갑자기 닥쳐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특히 학생들의 사기 저하 측면에서 걱정이 크다.

이 문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앞으로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10년 후면 학령인구가 수도권 입학정원과 맞먹는다. 다음 총장님도 고민이 클 것이다.

비대위 구성, 학사구조 개편 등이 순탄하게 이뤄지진 않았다. 후회나 아쉬움은 없는가

구성원들이 많이 노력했지만 개인적으로 개혁 강도에 만족하지 않는다. 비대위 구성 당시 딱 한 가지 이야기했다. 개혁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리모델링, 하나는 불도저로 싹다 밀고 새 건물을 올리는 방법이다. 후자를 생각했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때는 주어진 시간이 굉장히 촉박했지만 다음 총장님은 좀 더 장기적인 방안을 생각하게 될 것 같다. 물론 지금까지 구성원들이 많이 노력했지만, 아직 사회적인 요구를 완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급변하는 세상에 맞춰 대학이 더 변해야 한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신입생 수요에 맞춰 더 적극적으로 정원을 조정했어야 한다. 총장을 하면서 내가 말하는 대로 다 따라오길 바란 적은 한 번도 없다. 진통이 없으면 변화도 없다. 서로가 책임감을 갖고 난상 토론을 벌일 때 조금씩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창의융합학부 등을 두고 본부가 위기 앞에서 대책 마련에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은 어떻게 보나?

창의융합학부는 설립 취지가 굉장히 좋았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분명히 융합전공이 중요해질텐데 막상 융합전공을 선택하는 학생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창의융합학부 개선위원회를 만든 것이다. 알다시피 우리대학은 (시간표 중복 등) 시스템상 문제점이 많았다. 그래서 다중전공 제도를 통해 학점 취득에 대한 학생들의 부담을 줄여주고자 했다. 최근 마이크로과정 신설을 통해 전공 선택의 폭을 넓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창의융합학부를 방치했다는 말은 오해다. 4년 내내 개선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했다.

처음에 창의융합학부 전공 운영이 원활하지 않아서 바로 위원회를 구성했는데 의도와 달리 오히려 전공 개수가 더 많아졌다. 1년 후 결국은 학생들을 위해 학점 부담을 낮춰주면서 다른 학과로 갈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놓았다. 지금도 설립 취지는 상당히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창의융합학부 다음으로 중대했던 문제는 무엇이었나?

다음으로 당면한 문제는 SW중심대학사업이었다. 사업을 일단 유치했는데 구성원 동의가 없는 상태다. 총장이 돼 보니 일이 상당히 복잡하다. 교수 업적평가부터 각종 제도 개선이 필요한데 이걸 전부 해결하고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SW중심대학사업은 우리대학 입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었기에 먼저 사업을 유치한 이후에 구성원 동의를 얻느라 진통이 있었다.

도청캠퍼스 계획은 얼마나 진전됐나. 의대 유치, 글로컬 사업에 선정되면 속도가 붙을지?

경상북도가 도청캠퍼스 설립계획 보고서 작성을 우리대학에 맡겼을 정도로 근접한 상황이다. 부지를 확보했고 결국 문제는 법적인 구매 절차와 수백억 원에 달하는 땅값을 어떻게 지불하는지에 달렸다. 교육부가 땅값을 지원해줄 순 없고 대학이나 지자체가 직접 땅을 구입해야하기 때문에 경상북도와 안동시의 지원이 필요하다.

의대 유치에 성공한다면 도청 캠퍼스는 100% 실현될 것이고, 마찬가지로 글로컬 사업에 선정된다면 전망이 한층 밝아질 것이다.

가시적인 성과없는 명예교수 활성화 공약과 기타 구성원 복지 증진은?

퇴임했지만 아직 충분히 연구할 수 있는 교수님들이 계신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 명예교수는 신분이 참 애매하다. 전임교원이 아니어서 법적 보장이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명예교수가 연구비를 받아오면 그 책임소재가 불분명해 우리대학 연구소를 통해 연구를 진행한다.

물론 학교에 오래 계셨던 분들이기에 실제로 큰 문제는 없겠지만 도중에 연구를 포기하는 등 사고가 발생하면 처리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진다. 명예교수 처우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면이 있다. 명예교수가 강의를 나가면 과거와 다르게 시간 강사와 같은 대우를 받는다.

그런데 강의료는 곧 학생의 등록금 아닌가. 물론 학교 재정이 풍부했다면 좋았겠지만 등록금은 최대한 학생에게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성원 복지 향상은 총장이 되면 가장하고 싶었던 일이다. 구성원이 대학에 자부심을 가지려면 복지가 좋아야 한다. 예산이 충분했다면 고민이 없겠지만 이것도 재정적 어려움이 컸다. 당연한 말이지만 등록금은 절대 함부로 쓸 수 없다.

입시경쟁력과 직결되는 대학 홍보 측면에서도 다소 아쉬운 모습들이 보였다.

홍보, 광고라는 것이 콕 집어 말하기 어렵지 않나. 얼마를 들여 뭘 샀다는 식의 일정한 결과물이 있는 분야가 아니다. 자칫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보일 수 있다. 또한 홍보 분야도 학생 등록금이 아닌 대학재정지원 사업비를 최대한 끌어왔다. 홍보인력 충원도 쉽지 않다.

직원을 새로 채용하는 것 역시 등록금이 걸린 문제기 때문에 최대한 다른 사업과 연계하려고 노력했다. 직원들의 겸무발령 역시 그런 사정이 있다. 다음 총장님이 오시고 사업비가 늘어나면 자연스레 인력도 보충될 것이다.

4년 전과 지금의 대학을 비교하면 어떤가?

그때보다 대학 재정 측면에서는 훨씬 좋아졌지만 주변 상황은 더 위중해졌다. 다음 총장님은 분명 더 어려울 것이다. ‘내가 아니고 다른 사람이 총장이 돼서 잘했다면 좀 나았을까’ 이런 생각, 미안한 마음도 있다. 내 한계가 여기인 것 같다.        

임기 동안 느낀 가장 큰 아쉬움은

우리 학생들이 코로나로 한 3년간 거의 갇혀있다시피 지냈던 일이 가장 안타깝다. 이 학생들이 사회에 나간 이후도 걱정이다. 친구들과 활기찬 캠퍼스 라이프를 경험하지 못하고 공부만 하고 사회에 나가게 됐는데 이 부족함을 어떻게 보충할지, 이건 사회적으로 책임져야 할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임 후 계획은?

앞서 얘기했지만 상황이 워낙 급박하다보니 이임 후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원래 자유분방한 성격이고 남한테 뭘 하라 말라 간섭하는 성격이 못돼서 다시 자유로운 삶으로 돌아가길 원한다. 교수 연구실도 이미 후임 교수에게 자리를 내줬다.

나름대로 계획한 바가 있긴 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 무작정 놀고 싶은 생각도 없지만 아직까진 별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저 5월 30일 18시까지 충실히 평소처럼 근무하고 퇴근할 계획이다.  

전례 없는 어려운 시기에 우리대학을 이끈 권 총장. 언젠가 그가 꿈꿔온 ‘우리가 자랑스러워 하는 안동대학교’로 거듭날 그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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