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경험으로 나아갈 길을 밝힐 적성과 재능을 찾고 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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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경험으로 나아갈 길을 밝힐 적성과 재능을 찾고 준비하라
  • 조준희
  • 승인 2021.09.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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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박테리아에서 알츠하이머 치료제 연구해 약학계의 희망
끝없는 연구와 실험으로 불치병·난치병 치료에 큰 기여 하고파
기회는 준비된 자의 것… 언제나 잡을 수 있는 능력 갖출 것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천연물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권윤(생약자원·07) 동문

 

한 연구원의 발견이 알츠하이머를 연구하는 의약학계와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줬다. 알츠하이머는 기억력의 점진적 퇴행을 가져오는 뇌 이상에서 오는 병이다. 가장 흔한 신경 퇴행성 질환 중 하나지만 지금까지 그 치료법은 전무하다. 약물 치료로 진행을 늦추는 방법은 있었지만 아직 뇌세포 파괴를 멈추게 하거나 영구적으로 되돌릴 수 없다. 그는 강장제 인삼 뿌리 근처 토양에 서식하는 박테리아를 조사했다. 이 박테리아는 인삼의 원료를 사용해 이전에 알려지지 않은 천연 물질 리졸루틴(Rhizolutin)을 생산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리졸루틴은 치매의 전형적인 단백질 침전물을 용해하고 염증을 억제한다. 권윤(생약자원·07) 동문은 새로운 물질을 발견하고 어떻게 하면 약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 연구하는 것을 즐긴다. 전공과 재능을 살려 우리나라 약학계에 한 획을 그어나가는 권 동문을 만났다.

현재 하는 일

현재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천연물과학연구소 소속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천연물과학 전공 내에서도 진균과 방선균을 배양해 생산되는 이차대사물질들을 분획하고 HPLC(고성능 액체크로마토그래피)를 통해 분리 및 순수정제한 후 그 구조를 NMR(핵자기공명장치)로 분석해 결정 혹은 동정하는 일을 하고 있다.

다양한 경험과 함께한 대학생활

신입생 때는 동기, 선배들과 어울려 정말 즐겁게 보냈다. 2학년에 들어서 정형진 전 총장님의 식물약리학 연구실에 함께하게 됐다. 정말 운이 좋게도 호주와 뉴질랜드에 각각 학교 사업을 통해 5주씩 ELA(English Language Academy)에 다녀왔다. 처음 호주에 갔을 때는 브리즈번이라는 도시가 정말 꿈꾸던 낙원과 같았다. 지금과 같은 코로나19 시국에는 어렵겠지만 넓은 세상을 경험해보는 것이 시야를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생약자원학과를 선택한 이유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와 생물을 좋아했다. 특히 집에서도 열대어를 비롯한 여러 생물을 키워왔다. 사실 동물을 대상으로 무언가 연구를 하기에는 그들의 아픈 모습을 봐야 했다. 그런 점보다는 식물을 주 대상으로 하는 생약을 공부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선택했다. 한약으로 오래전부터 사용된 약재들의 대부분이 생약에서 유래한다. 생약이란 천연에서 유래한 것을 그대로 혹은 가공해 약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예로 한약으로 사용되거나 민간요법에서 찾을 수 있다.

교수 임용

2011년 8월에 졸업한 후 서울대 약학대학에서 천연물과학 전공으로 석박사 통합과정에 진학했다. 오동찬 교수님의 지도아래 2018년에 약학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미국 하와이주립대 힐로캠퍼스에서 1년간 진균에 관련된 연구를 했다. 2019년엔 귀국하고 나서 덕성여대 심상희 교수님 연구실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올해 3월엔 지금 소속된 서울대 천연물과학연구소로 이직했다. 서울대 약학대학에 지금은 퇴임한 김영식 교수님이 있었다. 재직기간 동안 이미 많은 특허를 기술이전해 사회에 많은 기여를 한 모습에 롤모델로 삼아 같은 삶을 살고 싶어 교수의 길을 걷게 됐다.

연구 활동

2011년 8월부터 현재까지 딱 만으로 10년이 조금 더 됐는데 2014년 초부터 신물질 탐색에 난항을 겪었다. 발견되는 물질마다 현재의 기술로도 해결하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그러다 한번은 라이브러리에 검색되더라도 모든 물질을 NMR을 통해 측정해보라는 지도교수의 말씀이 있었다. 그 말씀대로 모든 물질을 측정했는데 마지막 물질이 정말 기본적인 다이엔(diene) UV만을 갖고 분자량도 360으로 작은 편에 속하는 특성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 물질은 구조적 신규성과 알츠하이머 병의 주요 기전 중 하나에 대해 강한 활성을 나타냈다. 그 탓에 동물 실험을 진행하기 위해 많은 물질량이 필요했다. 이 물질의 생산량이 처음에는 1리터당 약 0.03mg이었다. 물질의 수율을 개선하기 위해 이 균주가 인삼밭에서 기원했다는 점에 착안해 피직삼(껍질이 있고 곧은 인삼) 가루를 투여하는 방법으로 약 10배의 생산량을 달성할 수 있었다. 후속 연구 결과 2개의 용집체에 대해 동시에 활성을 나타내는 것이 밝혀져 동물 실험(in vivo)까지 진행했고 세계적으로 저명한 화학학회지 중 하나인 ‘Angewandte Chemie’에 VIP(Very Important Paper)로 게재됐다. 앞으로 신규 모핵을 갖는 물질들을 찾아 새로운 약리활성의 작용기전을 발견해 불치병과 난치병 치료가 용이하게 되게끔 인류에 기여하고 싶다.

후배들에게

두 번 만에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았다. 바로 대학원에 진학할 때다. 세계최초로 신물질을 발견하고 그 물질이 어떤 생리활성을 갖고 약으로 응용될까에 관한 연구를 논문으로 발행하는 것, NMR을 통해 물질의 구조 자체를 해석하는 일이 즐겁다. 직업의 업무에 대한 적성과 재능이 함께 가는 것이 제일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대학 생활 때 가능한 많은 경험을 해보고 본인과 맞는 직업을 찾고 준비하기 바란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대학원을 진학하려고 생각했다. 그때 평소 가깝게 지내던 김봉현 교수님이 한번 한의원으로 찾아오라고 했다. 찾아뵈면 아마 한의원에서 일하라고 할 사실을 알고 거절 의사를 밝히기가 조금 껄끄러웠다. 그래도 한번 찾아뵙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역시나 예상한 대로 말씀했고 솔직하게 대학원에 진학하고자 알아보는 중이라 전했다. 영어 성적을 물어보시더니 좋은 대학원을 소개해줬다. 사실 이처럼 기회는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르는 것이라 생각한다. 언제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능력과 그것을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직접 많은 경험을 하고 멘토와 소통을 하길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여기까지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지도를 해준 생약자원학과(현 원예·생약융합학부) 정형진 전 총장님을 비롯해 권기석·김건우·정규영·구진숙·김봉현·정진부 교수님께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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