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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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살아간다
  • 조준희
  • 승인 2021.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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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단풍이 지고 추운 겨울이 또다시 찾아와 한해가 져간다. 남은 시간 잠시 쉼표를 찍고 온전히 회복할 수 있을까. 어떤 것을 마무리해야 할 때가 되면 우리는 많은 후회를 하게 된다. 아무리 완벽한 사람일지라도 아쉬움과 안타까움은 남기 마련이다. 다시 같은 시간과 조건이 주어진다면 전처럼 하지 않고 더 잘할 수 있으리란 생각을 한다. “그 때 참을 걸, 그 때 잘할 걸, 그 때 이렇게 해볼 걸…” 소중한 지금을 굳이 과거에 얽매여 살고 싶진 않다.

지금을 포기하고 뒤를 돌아보는 삶이라면 항상 후회가 남는 인생이 될 것이다. 올 한해는 누구에게나 힘들고 지친 일상의 연속이었다. 거세지는 코로나19 여파, 치솟는 물가와 같이 넓은 사회에서부터 인간관계처럼 좁은 사회까지 우리를 한 번에 덮친 시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인터넷을 들여다보면 매일 누군가의 실종, 사망사고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여전히 OECD 회원국 중 1위에 올라있다. 대략 하루에 30여 명이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다. 우린 그들에게 ‘극단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자격이 있을까. 그들의 선택엔 수없이 많은 고민과 삶의 무게가 있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항상 웃음을 띠며 홀로 아들을 키워낸 지인의 소식을 얼마 전 전해 들었다. 코로나19로 권고사직을 당해 한순간에 길바닥 신세를 지게 됐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는지 힘든 기색이 역력하지만 우연히 발견한 날 보고 웃음을 지어 보였던 그 날이 떠오른다. 하루만 편한 곳에서 아무 걱정 없이 잠들고 싶다는 게 마지막 소원이었다. 그 소박한 꿈을 이루고 며칠 되지 않아 스스로 떠났다. 내가 그때 손 한 번 더 잡아줬더라면, 하루만 함께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링컨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빌리 브라운은 작은 가게 주인이었다. 링컨이 힘듦 가운데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워싱턴으로 가 만나기로 작정한다. 대통령 비서가 약속된 만남임을 묻자 빌리는 “우린 그럴 필요가 없다. 대통령의 오랜 친구들은 그럴 필요가 없으리라 생각한다”며 “그러니 빨리 가서 대통령에게 빌리 브라운이 왔다고 전하고 뭐라 말하는지 보자”고 말한다. 2분쯤 지나자 대통령 집무실 문이 열리며 링컨이 뛰쳐나왔다. 한참 동안의 이야기를 나눈 후 링컨은 빌리 브라운이 찾아온 이유를 묻는다. 빌리는 “자넬 보러 왔다. 대통령인 자네가 외로울 것이라 생각하고 오랫동안 만나질 못했기에 왔을 뿐이다”는 답을 내놨다. 링컨 은 빌리의 말을 듣고 눈물을 흘린다. “빌리, 자네는 자네가 나에게 얼마나 좋은 일을 했는지 결코 알지 못할 거야.” 한 나라의 대통령은 그저 오랜 친구와 함께한 시간에, 또 그 마음에 온전한 위로를 받은 게 아닐까.

사람이라는 존재는 누구나 위로와 격려가 필요하다. 인간은 항상 관계를 맺고 사는 사회적 동물이기에 홀로 살아 갈 수 없다. 지금 우리 곁에 위와 같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고난과 역경의 바다를 헤쳐 나가느라 온 힘을 다 쏟아내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아픈 몸을 이끌고 한숨으로 하루를 지새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내가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 몰라 어둠 속을 걷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저 옆에 함께 한다는 것이 최고의 위로가 되지 않을까. 지금 우리 사회는 서로를 헐뜯고 비난하는 행위를 쉽게 하고 있다. 위로는커녕 칭찬조차도 찾아볼 수 없는 삭막한 시대에 살고 있다. 모두가 힘든 시기를 견뎌내려면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혀야 하지 않을까. 많은 일을 보고 듣고 느끼며 살아간다. 이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오늘도 쓰러지지 않으려 버틴다. 삶의 무게가 크지만 함께라면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 함께, 오늘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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