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체계 감시할 자체 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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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체계 감시할 자체 기구가 필요하다
  • 조준희
  • 승인 2021.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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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종합감사 분야별 지적 사항 46건, 처분 사항 262건
교수·교직원 위기의식 결여, “어느 누가 그런 거 다 지키나”
중립 위치에 선 대학 내 독립적 감사기구 부재가 이끈 결과
부정부패, 대학 본부만의 문제 아닌 구성원 함께 책임져야

충격의 연속이다. 신입생 미충원 사태의 상처가 다 아물지도 않은 채 교육부 종합감사 결과가 공개됐다. 대학 자체종합감사를 부서별로 나눠 진행했음에도 밝혀지지 않은 비리와 꼼수가 46건이나 나왔다. 2021년도 상반기에 공개된 타 대학 감사 결과와 비교하면 건수는 비슷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내용은 훨씬 심각했다. 중징계 2명에 경징계 7명. 타 대학 가운데선 중·경징계자가 단 한 명도 없는 대학도 있고 대부분 경징계에 그친 데 반해 무거운 벌을 받게 됐다. 심지어 중징계자 2명과 경징계자 1명은 이미 대학을 떠났고 1명은 징계 시효가 끝나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다. 징계 대상자 중 절반가량이 없다는 소리다. 길을 걷다 우연히 들은 교직원의 반응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본인들이 공무원 해보라 그래. 어느 공공기관이 그런 걸 다 지키면서 일해”

이런 일이 국립대에서 일어날 수 있느냐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국립대라서 가능하지 않았냐는 생각도 머릿속을 치고 갔다. 안정된 직장, 정해진 보수, 보장된 정년에 공직 기강이 해이해진 교수와 교직원들의 위기의식 결여가 만든 사태다. 자체종합감사는 총무과에서 맡고 있다. 대학 내 부서와 기관을 감시하기엔 중립적이지도 않고 독립성도 없다. 2018년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 실태조사 결과, 국공립대 42곳 가운데 34곳(81%)에 감사 전담 기구가 아예 없는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또한 제도적으로 명문화한 감사기구가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권익위는 교육부에 2019년 12월까지 ‘독립적 자체 감사기구 설치’, ‘대학 자체 감사 활성화’ 등을 권고했다. 교육부는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 계획을 세우며 자율적인 감사 전담 기구 설치를 평가요소로 반영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 실시 예정인 대학기본역량진단에 평가 지표화를 할 계획으로 내부 논의를 거쳤다”고 밝혔지만 과연 관련 내용이 추가될지는 미지수다. 부산외대의 경우 타 대학과 달리 자체 감사팀을 운영한다. 잘 활용하면 기대 이상 효과를 보겠지만 어딘가 부족함이 느껴진다.

부산외대 감사팀 측은 “교육부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조사해갔다”며 “교육부 감사 처분 결과에 따라 이행하면 충분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우리대학은 아직 자체 감사기구를 두지 않고 있다. 매해 자체종합감사를 진행하지만 감사팀은 해마다 새로운 내부위원과 타 대학 외부위원을 위촉해 운영한다. 종합감사에서 숨어 있던 부정부패가 튀어나온 이유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제대로 구축한 감사 기구가 없어 확실한 조사가 불가능하고 다 아는 사람들을 조사한다는 사실이 ‘봐주기 식’ 감사라는 평이다. 단순히 독립적 자체 감사기구를 만들어만 두는 게 아닌 활발한 활동이 필요하다. 자체감사 결과를 토대로 우수부서와 부진부서를 나눠 엄격한 상벌제도를 운용하고 자체 감사제도가 잘 정착되게끔 우수부서에 적당한 표창을 줄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교육부 종합감사와 자체종합감사에서 지적받은 내용을 유형별로 분류·분석해야 한다.

대학 내 부정부패를 바로 잡기 위해 본부 구성원을 비롯한 내부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교수는 “본부 직원들이 오래 한 자리에 머물러 있어 꼼수와 작전을 쓰기 쉬운 환경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어느 누구의 탓으로 돌리는 건 대학 구성원으로서 자질 부족이다. 대가와 권리만을 요구하는 자가 조직을 와해시키고 벼랑으로 이끄는 주범이다. 신입생 미충원 사태도 마찬가지. 학과를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교수가 있는 반면 총장과 본부의 책임으로만 전가하는 일부가 아직도 남아 있다. 성경에서 예수는 “너희 중에 누구든지 죄 없는 사람이 먼저 돌로 쳐라”고 말한다. 대학 존폐를 따지고 누군가에게 감사 결과의 책임을 묻기 전 본인이 얼마나 대학을 위해 고민하고 정직했는지 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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