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은 미래세대를 위한 보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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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은 미래세대를 위한 보험이다”
  • 이지윤
  • 승인 2023.03.01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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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지역 안팎의 환경문제에 헌신
총학생회장 출신, 6월항쟁 앞장서기도
“작은 실천으로 환경 구하는 나비효과를”
안동환경운동연합 대표, 김수동(국어국문·81) 동문
지난달 안동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김수동 동문을 만나 학창시절, 환경문제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달 안동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김수동 동문을 만나 학창시절, 환경문제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는 기후‘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다. 더 이상 기후‘변화’ 같은 표현으로 회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과거 북극곰의 생존 문제쯤으로 여기던 환경문제는 폭우, 한파와 같은 이상기후를 넘어 이젠 에너지 위기에 따른 전기·가스비 인상까지 닥쳐오며 그 심각성이 피부로 와닿고 있다. 우리대학을 품고 있는 경북과 안동지역은 한반도의 등줄기 태백산맥과 영남의 젖줄 낙동강이 관통하고 있어 환경문제에 반드시 관심이 필요한 지역이다. 그리고 십수 년 전부터 그 중요성을 알고 우리 지역의 환경을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한 단체가 바로 김수동 동문이 몸 담고 있는 안동환경운동연합이다. 우리대학을 졸업한 김수동 동문은 2010년 환경운동연합 안동지회 창립을 시작으로 2021년 전국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를 지내는 등 안동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후세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기 위한 노력을 이어 나가고 있다. 지난달 김 동문이 있는 안동환경운동연합 사무실을 찾아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동환경운동연합 대표 김수동이다. 전국적으로 50여 개 조직으로 구성된 환경운동연합의 공동대표 4인 중 한 명을 맡고 있기도 하다. 안동환경운동연합은 2010년 환경운동연합 안동지회를 시작으로 우리 지역을 비롯해 전국적인 이슈에 목소리를 내며 환경을 지키기 위한 여러 연대활동과 환경교육 등을 진행해오고 있다.

최근 뉴스에도 출연한 것을 봤는데 요즘 집중하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요?  

10년 가까이 이어가고 있는 영풍석포제련소 폐쇄 운동이다. 아연 제련공장인 석포제련소는 낙동강 최상류 봉하군에 위치하면서 주변 산림을 황폐화시키고,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낙동강과 안동댐까지 중금속을 유출시켰다. 이는 환경부와 시민단체가 2018년부터 5년간 조사를 통해 객관적인 데이터로 증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지난해 말 정부가 이런 조사 결과를 무시하고 100가지 조건을 걸어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 허가를 다시 내줬다. 100가지 조건(허가 기준)이라는 것이 이미 그만큼 많은 문제를 인지했다는 의미인데 정부가 기업의 손을 들어주기 위한 정치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 어떤 학창시절을 보냈는지 궁금합니다.

1979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대학에 바로 진학하진 않았다. 그 사이에 안동대가 2년제에서 4년제 국립대학으로 승격되고 1981년에 국어국문학과가 새로 생겼다. 그때 지원해서 1기 학생으로 입학했다. 국어국문학에 특별하게 큰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국어 과목이 좋아서 지원했다. 다니다 보니 주변의 시선이 뭔가 내가 시도 쓰고, 소설도 쓰고 그런 줄 알더라. 사실 문학창작은 전혀 다른 분야라 나는 시 한 편 안 써봤는데도 말이다. 자랑 같긴 하지만 그래도 1학년 때 성적이 잘 나와서 교직 과정도 이수했다. 1학년을 마치고 바로 군대에 다녀왔다. 의외로 내가 영주경찰서에서 전투경찰로 복무했다. 직접 진압에 나선 적은 없지만 알다시피 데모를 막는 게 주 업무라 그런 훈련도 받고 대구 쪽으로 지원 가기도 했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복학 후에 봉화 농민 집회에 나서 경찰과 대치 중인데 저쪽에서 누가 “야 김수동이 거기서 뭐해!” 소리치더라. 알고 보니 같이 근무했던 경찰이었던 거다. 아무튼 군생활 할 때까지만 해도 사회, 정치문제라거나 그런 생각은 별로 없었는데 복학 후에 자연스럽게 사회적인 분위기를 타게 됐다. 반 농담으로 80년대에 대학 다니면서 돌 한번 안 던져보거나 시위 한번 안 나가본 학생이 없을 것이다.

1986년에 제3대 총학생회장을 맡기도 했는데요, 복학 이후 학교생활은 어땠나요?

1984년 복학 후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대불련)에 들어갔다. 시작은 후배의 “형 같이 가요” 한마디였는데 어쩌다 보니 안동과 주변 지역 5개 대학교가 묶인 안동지부의 지부장이 됐다. 그때 종교 단체는 보호막 기능이 있었다. 서울 명동성당도 민주화운동 당시 농성장소로 유명하지 않나. 우리도 학생운동 거점의 일부가 종교 동아리에 있었다. 문제가 생기면 신부님, 목사님, 스님이 도와주시기도 하면서 일종의 우산 기능이 있었다. 1985년에는 총학생회가 부활했다. 당시 상황을 보면 총학생회 이전에 학도 호국단이라는 단체가 있었다. 교련과 같은 개념으로 보면 된다. 군사정권 당시 중·고등학교, 대학교에 설치돼서 군사교육을 시키며 학생 조직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학생회장 대신에 학과별 대의원들의 간선을 통해 호국단 학생장을 뽑는 방식이었다. 1980년에 김옥길 문화부장관이 학원자율화를 추진하면서 처음 총학생회가 출범했지만 신군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호국단 체제로 넘어갔다. 1985년에 비로소 호국단이 폐지되고 학생회가 부활하면서 시대적인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또 어쩌다 보니 출마를 권유받았고 1986년 2학기에 3대 총학생회장에 당선됐다.

직선제 개헌이 이뤄지던 1987년에도 치열하게 학생운동에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 상황이 어땠나요?

6월항쟁 당시에는 시내 곳곳에서 게릴라 시위를 펼쳤다. 원체 경찰들이 삼엄하게 감시하다 보니 네댓 명씩 유인물을 뿌리고, 사라지고, 다시 집결하고 그랬다. 시내 시위 후 숨어 들어간 곳이 목성동 성당이다. 백골단이 성당 앞에 깔려있는데 성당 안으로 함부로 들어올 순 없으니 우리는 그 안에서 잠을 자며 농성을 이어갔다. 6월 21일쯤에 성당에 들어가서 6.29 민주화선언 이틀 전에 농성을 마쳤다.  

총학생회장 이후에는 어떤 활동을 했나요?

6월항쟁 이후 곧바로 노동자 대투쟁이라는 전국적 파업투쟁이 있었다. 안동은 큰 사업장, 공장은 없었지만 택시회사 6곳에서 노조가 만들어졌다. 안동에서 택시 파업이 10월까지 이어졌는데 그때 아는 기사님이 도움을 청해서 유인물도 만들고 택시노조 일에 관여하게 됐다. 그런데 그때 신군부의 ‘3자 개입 금지법’이 있었다. 문자 그대로 회사 당사자가 아닌 외부인이 노조를 도와주는 경우 안기부에 잡혀가는 법이었다. 그래서 급하게 간사 직책을 받았고 이후 한국노총의 택시노동조합연맹 경북지부 북부직할사무소 사무국장으로 몇 년간 택시 노동운동에 참여했다. 노조 문제는 곧 노사 간 노동조건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가르치지만 귀천을 가르는 시선은 분명 존재하고, 특히나 운전하는 직업은 좋은 대우를 받지 못했다. 택시회사는 ‘타코메타’라는 운행 기록 저장장치를 통해 기사들을 종일 감시하기도 했다. 많지 않은 수입으로 회사에 적지 않은 사납금을 내야 하는 회사택시 기사들의 상황이 정말 열악했다. 아무리 택시 요금이 올라도 사납금이 함께 올라버리면 부담은 그대로인 셈이다. 또 지금은 법이 바뀌었지만 예전에는 무사고 운행 10년을 넘겨야 개인택시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이것 때문에 기사들이 사고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사고 처리도 제대로 못하고 자비로 사고를 해결하는 일도 있었다.    

2010년에 본격적으로 환경운동에 뛰어든 것으로 아는데 어떤 사연이 있나요?

2010년 전에는 환경 관련해서 특별한 활동을 해본 적은 없다. 그런데 2009년에 4대강 사업이 시작되는 걸 보면서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국민 혈세 22조를 들여서 멀쩡한 강을 파내는 일이 아닌가. 주변 사람들과 비판적인 생각을 공유하기도 했는데 내가 환경운동연합을 만들어서 반대 운동을 해보자고 하니 다들 슬슬 피하는 눈치더라. 그때 안동에서 환경운동은 생소한 개념이었다. 환경단체가 있긴 했지만 주로 캠페인 같은 시도가 전부였고 현장을 쫓아다니며 잘못된 부분을 찾고 항의하는 이런 운동은 없었다. 환경이라고 하면 뭔가 샴푸도 안 쓰고 자동차도 타지 말아야 할 것 같은 편견에 겁냈던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겨우겨우 31명을 회원으로 모집해서 2010년 2월 25일에 환경운동연합 안동지회를 창립했다. 안동에서 기공식을 하는 등 4대강 사업 열풍이 불었던 도시에서 이정도 인원을 모은 것도 대단한 일이었다.  

그렇게 4년 정도 시간이 흘러 4대강 사업도 끝날 무렵에는 회원이 70여 명까지 늘어났다. 4대강 반대운동이라는 목표만으로 주변 사람들을 알음알음 모아서 이끈 조직인데 4대강 사업이 끝났다고 내가 무책임하게 발을 빼면 공중분해될 판이었다. 그래서 다시 고민해보니 안동에도 다양한 환경문제, 사회문제가 보였고 전국적인 탈핵 문제, 석면 문제도 눈에 들어왔다.  

환경운동연합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은 순간은 언제인가요?

기억에 남는 순간이 많은데 2013년 밀양 송전탑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다. 당시 전국적인 이슈가 되면서 우리도 투쟁에 연대하기 위해 찾아갔었다. 투쟁 과정에서 농민 한 분은 분신으로, 한 분은 음독으로 희생하셨다. 주민들이 직접 공사를 반대하고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행한 국가 폭력에 의해 두 분이 희생된 것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지팡이 짚고 나와서 경찰과 대치한다. 이걸 보고 한전에서는 보상금 많이 받아내려고 그런다고 말하는 씁쓸한 상황이었다. 앞서 말한 영풍석포제련소도 정말 화나는 일이다. 2018년 3월부터 주민, 시민단체, 정부인사로 구성한 환경관리협의회가 5년간 7개 분야를 조사했다. 특히 납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낙동강 중금속 오염과 석포제련소의 연관성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결정에 모든 조사가 무용지물이 됐다. 그 밖에도 2년 가까이 배를 타고 안동과 제주를 오간 제주 해군기지 반대운동이 기억에 남는다. 구럼비 해안은 정말 아름다운 자연유산이었는데 그렇게 파괴되어 버리고 말았다.  

환경운동에 관심이 없거나 회의적으로만 바라보는 시민들에게 어떤 말을 전하면 좋을까요?

우리가 하는 환경운동은 정치적인 이념의 문제와 상관없다. 그저 생존의 문제인데 우리나라에서는 환경운동이라고 하면 거의 진보진영의 주장으로만 치부하는 분위기가 있다. 그래도 지금은 기후위기, 플라스틱 문제 등 그나마 환경에 대한 인식이 많이 올라갔다고 본다. 인간이 산업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뒤따라온 환경문제는 인류 생존의 문제다. 환경운동은 특별한 소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환경운동은 보험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작은 행동, 내가 환경운동에 보탠 물질과 마음이 곧 안전하고 깨끗한 미래세대의 환경을 위한 보험료다. 이보다 큰 보험이 어디 있을까.

우리가 당장 환경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요?

환경문제, 기후위기 문제는 ‘나 하나쯤이야’가 아닌 ‘나부터’가 중요하다. 나비효과처럼 내 실천이 지구를 구하고 미래세대를 구한다. 예를 들어서 내가 먼저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들고 다니면 주변에서 관심을 보이고 하나둘씩 동참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환경문제를 이야기하고 또 다른 실천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만든다. 나아가서 우리가 당장 쓰레기 하나 줍고 말고의 문제보다 훨씬 근본적이고 파괴력을 가진 문제가 잘못된 국가정책이라는 사실을 알고 이를 방치하지 않도록 노력해야한다.  

얼마 전에 진행한 강연에서 누가 “제가 여기까지 환경교육을 들으러 차를 끌고 오면서 환경을 오히려 오염시킨 것 같은 데 이게 맞나요?”라고 묻더라. 나는 당연하게 맞는 일이라고 대답한다. 차를 몰면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것은 맞지만, 교육을 통해 내가 바뀌고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배운 내용을 널리 전할 수 있다면 훨씬 가치 있는 일이다. 나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몸을 닦고 집을 안정시킨 후 나라를 다스리며 천하를 평정함)라는 말이 참 봉건적이고 잘못된 말이라고 생각한다. 내 몸, 내 가정이 완벽하지 못한 사람은 함부로 나서지 말라는 의미다. 그런데 내가 부족함이 있더라도 사회문제를 이야기하고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충분히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환경문제라는 것이 특별한 사람들의 거창한 문제가 아니라 내 삶의 문제임을 깨닫고 당장은 어색하더라도 조금씩 실천해나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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