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공동화를 원하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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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공동화를 원하지 않는다면
  • 김미애 기자
  • 승인 2019.06.05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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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0여 명 학우에 맞는 복지시설 부재
보건소설립 요건, 학교는 대상 아님

방학이 되면 왜 학교가 텅 비는 걸까요?” 얼마 전 공과대 A 교수로부터 들은 질문이다. 우리대학 학생들은 주말이나 방학 등 수업이 없는 날 학교에 남아있지 않는다. 이 현상을 학교 측에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중 하나라고 보는 듯하다. 교수는 위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음악회를 제안했고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르지 않는 이유를 볼거리가 없는 것으로 생각했다. 음악회로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의 발걸음을 잡을 수 있을까?

공식적인 행사가 있을 때 우리는 6,000여 명의 학생이 재학 중인 국립안동학교라며 자부심을 가지라고 한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숫자에 버금가는 복지시설이 대학 및 대학가에 있냐는 것이다.

실로 우리대학에서는 각종 병원과 약국을 찾아볼 수 없다. 그 때문에 감기에 걸렸다면 약을 처방받기 위해, 눈병에 걸렸다면 안과 진료를 목적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이점 역시 안동이 아닌 타지에서 온 학생들에게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버스 운행정보를 알려주는 BIS(Bus Information System)의 부재와 정류장 별 표기의 모호성이 그 이유다.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빼곡한 강의 시간표 속에서 병원진료에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학생이 얼마나 될까?

취침 전 조제약을 복용하는 이유는 내일에 지장이 가지 않는 오늘의 컨디션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우리대학 학생들이 편리하게 약을 처방받으려면 약국이 있어야하고 약국이 있으려면 대부분의 경우 병원이 있어야 한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의료시설은 복지관에 위치한 보건진료소다. 이는 우리대학 소속 보건소로 방학에도 운영한다. 하지만 이 기관에서는 전문의의 진단을 받을 수 없으며 병원이 아니므로 병원진료의 필요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 주 역할이다. 또한 약국이 없어 조제약을 지급받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대학의 자부심인 국립이라는 이름으로 국가에서 운영하는 의료시설이 들어올 수는 없을까? 이에 안동시 보건소 담당자는 약국의 경우 개인이 영업이익을 위해 운영하는 것이다국가에서 운영하는 약국은 없다고 전했다. 또한 보건진료소는 지역보건법에 의해 설치되는데 학교시설은 그 대상이 아니다민간 병원이 들어오지 않는 이유는 충분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우리대학 주변에 병원과 약국이 생기면 학생들이 이곳에 머무를 것이라고 피력하는 것이 아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 충족되지 않는 곳에는 누구도 머물고 싶어 하지 않는다. ‘공부하기 좋은 환경을 가진 학교는 기본적인 복지시설도 갖추지 못한 조용한 학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학교에 남아있지 않는 이유는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집 주변에서 편히 누릴 수 있는 각종 병원과 약국 그리고 편의시설은 수업이 없는 날 학교에 머무는 나를 끌어들인다.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를 보면 가장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가 충족돼야 가장 상위 단계인 자아실현의 욕구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지금 이 상황도 마찬가지다. 건강함을 영위할 수 있는 보장이 선다면 그 위의 다른 복지 및 더 나은 생활환경이 들어섰을 때 시너시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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