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풀리지 않는 대학가 저작권 문제… 해결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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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째 풀리지 않는 대학가 저작권 문제… 해결책은?
  • 권회창
  • 승인 2024.03.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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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차원 청소년 대상 저작권 교육 필요
저작권 침해 방지 서비스 적극 활용해야
개인의 저작권 의식 개선 노력이 최우선

지난해 12월 A학생은 전공 수업 내 발표 과제에서 큰 감점을 받았다. 출처를 제대로 표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지막 페이지에 모두 표기했으나 각각의 자료 아래 출처를 남기지 않았다. B학생은 지난해 9월 전공 서적 구매 가격이 부담돼 친구에게 책을 빌려 제본해 사용했다. 두 사례는 모두 대학생 저작권 의식 부족을 드러낸다. 김규훈 교양교육원장은 “대학생들이 출처 표기를 어색해 하는 경향이 있다”며 “또한 대학가 불법복제 문제가 끊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대학생의 저작권 의식 수준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의식 부족은 교육 및 홍보 탓?

주요 원인으로는 저작권 교육 부족이 꼽힌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2022년 15세~64세 인구 약 3천 674만 명 중 약 1.8%만이 저작권 교육을 받았다. 이태구(무역·19) 학생은 “그동안 학교에서 저작권 교육을 받은 적이 없어 저작권 준수 필요성을 많이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교양교육원장은 “고등학교까지 교육과정이 입시 위주로 진행돼 학생이 저작권 의식을 갖추지 못하고 대학교로 진학한다”며 “학생이 직접 저작권을 준수하는 경험을 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원인은 저작권 침해를 방지할 수 있는 서비스의 홍보 부족이다. 대표적으로 반값교재 서비스가 있다. 정가의 절반 가격으로 제본된 교재를 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반값교재는 집필자가 인세를 절반 밖에 받지 못하는 걸 감안하고 허가해야 해 집필자의 자발적 참여 없이는 확산되기 어렵다. 게다가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널리 사용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강미진 커뮤니케이션 북스 관계자는 “홍보 방법이 교수님들에게 보내는 안내문 밖에 없어 학생에게 다가가기 어려운 것 같다”며 “널리 사용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저작권 침해는 창작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저작권 의식의 필요성은 윤리적 측면과 기대효과 측면에서 강조된다. 저작권 침해는 생산자의 집필 의욕을 꺾어 콘텐츠의 지속적 생성을 방해한다. 심할 경우 생산자의 생계를 위협할 수 있다. 김호운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은 “저작권으로 노력을 보상받는 창작자에게 저작권 침해는 창작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다”며 “명예가 실추돼 창작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윤리적 측면에서 저작권 의식을 강조했다.

게다가 저작권 침해는 오히려 출판 비용을 높여 결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김 이사장은 “출판사는 저작권 침해로 인한 손실을 복구하기 위해 출판 비용을 증가시킬 수밖에 없다”며 “저작권을 준수해야 소비자도 정상 가격으로 책을 구입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저작권 의식 준수가 창작자의 집필 의지를 지켜줄 수 있다”며 “창작자의 지속적인 창작 활동을 통해 학문적 계승을 이뤄낼 수 있다”고 학문적 효과를 설명했다.

저작권 교육 확대가 시급히 필요할 때

저작권 의식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는 국가 차원의 저작권 교육 확대가 꼽힌다. 최성배 한국저작권위원회 교육본부 교육운영팀장은 “저작물의 이용자면서 미래의 저작자가 될 수 있는 청소년에게 저작권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청소년 저작권 교육을 토대로 저작자의 창작 활동을 독려해 문화·예술·학문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저작권 교육 ▲저작권 체험교실 ▲조건부기소유예제 교육 등 다양한 교육을 시행 중이다. 영상 시청 위주의 저작권 교육에서 보드게임, 캐릭터 만들기 등 체험활동 중심의 입체적인 교육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또한 2022년 8천 600회에 그쳤던 청소년 저작권 교육을 작년에는 1만 229회로 확대했고 올해는 1만 1천회로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또 다른 방안으로는 저작권 침해를 방지할 수 있는 서비스의 홍보 강화가 있다. 커뮤니케이션 북스 강미진 관계자는 “저작권 침해를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사람들이 널리 사용할 수 있도록 홍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커뮤니케이션 북스는 리딩패킷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여러 책을 챕터별로 잘라 재구성해 한 권의 책으로 만들 수 있는 서비스다. 입맛에 맞게 교재를 재구성할 수 있어 많은 책을 번거롭게 지니고 다닐 필요가 없다. 여러 책을 들고 다니기 불편해 불법복제를 하는 경우를 줄여 저작권 침해 방지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다. 강 관계자는 “리딩패킷 서비스로 강의 안에서 교재들이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나아가 대학가 불법복제 문제가 해결될 수 있길 희망한다”며 “학생과 집필자의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전했다.

저작자의 노력을 존중하는 마음 필요

전문가는 대학가 불법복제를 비롯한 저작권 침해 문제 해결에 있어 개개인의 인식 개선이 무엇보다도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병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도서유통선진화팀 팀장은 “양질의 콘텐츠 생산과 국가 문화경쟁력 증가를 위해서라도 개개인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며 “대학생들 스스로 떳떳하고 성숙한 문화 소비자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학가 불법복제 문제가 화두로 오른 지 오래됐지만 저작권 침해 문제는 여전히 만연해 있다. 학문적 계승과 한국 문화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저작권 의식이 필요하다. 새 학기 시작과 함께 불법복제 문제가 다시 점화되는 요즘, 우리 스스로 저작권 침해 문제에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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