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것은 네가 아니라 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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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것은 네가 아니라 바람이었다
  • 김민수
  • 승인 2020.03.16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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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유명해져라, 그러면 당신이 똥을 싸도 사람들은 박수 쳐 줄 것이다앤디 워홀이 했다고 알려진 말이다. 하지만 앤디 워홀은 이 말을 하지 않았다. 이 말을 영문으로 구글링해봐도 역시 한국 사이트만 뜰 뿐이다. 그렇다면 이 말은 어떻게 등장한 것일까.

사람들은 유명한 사람이 했을 법한 말에 열광한다. 남보다 뛰어난 사람, 더 유명한 사람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살아오면서 겪는 엄친아와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누구와 비교하고 성적이 좋은 누군가의 공부법을 따라 하며 그 공부법이 성행하는 것 그리고 ‘TV에 방영된 맛집’, ‘XXX가 다녀간 집이라며 현수막을 크게 만들어 가게 밖에 내거는 것과 같다.

이는 극단적인 형태로도 나타난다. TV 프로그램으로 등장해 유명세를 탄 포방터 돈까스가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한 블로그에 본인의 입에는 맞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후기를 게시했다. 그 게시물의 댓글창에 포방터 돈까스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몰려와 싼 티 난다’, ‘맘에 안 든다고 블로그에 악평 쓰면 보기 좋지 않습니다. 거지님과 같이 글쓴이를 비하하는 댓글이 우후죽순처럼 밀려들었다. 이는 맹목적으로 유명인을 따르는 전형적인 예시다.

유명세를 이용해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믿게 하고, 유명세를 거스른다는 이유로 욕을 먹어야 한다.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책임의 부재라고 생각한다. 내가 고른, 내가 생각한, 내가 원하는 맛이 아닌 남들과 비슷한, 남들이 고른, 남들이 했던 것을 따른다. 이로써 발생하는 행동의 결과가 달든 쓰든 내가 책임지지 않는다. 내가 찾은 곳이 맛집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선택한 곳이 맛집이 되는 것이다.

이는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세대가 택한 잘못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이 이미 지나간 길을 걷고 다른 사람들이 해본 것을 하려는 것은 개인의 다양성을 추구하고 개인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개인주의 사회와 정반대되는 모습이다. 보장된 것만을 추구하고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른 채 누가 했으니또는 누가 권해서라며 행동을 치장하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는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적은 행동으로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한 방법이다는 말은 결국 내 생각을 배제해야 나올 수 있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지성의 상아탑이라고 불리는 대학에서 많은 사람이 한다는 결과만으로 이뤄진 행위를 단순히 수용하고 동조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모든 행동에 책임이 따르듯 우리는 스스로 잣대를 갖고 행동해야 한다. 그리고 행동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이상적인 지성인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인스타그램 맛집으로 나오는 2,280만 개의 결과가 아닌 내가 좋아하는 맛집을 찾아야 한다.

끝으로 미국의 수학자 G. H. 하디는 이렇게 말한다. ‘지성인이 군중을 따르는 것은 시간 낭비다. 그렇지 않아도 군중이 될 사람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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