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귀중품이 아니다
상태바
꿈은 귀중품이 아니다
  • 서영건
  • 승인 2020.03.16 16: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휴학한 학과 선배를 만났다. 전문직 자격시험을 준비 중인 그에게 가장 큰 걱정은 불합격했을 때의 뒷감당이다. 또래는 취업준비와 스펙 쌓기에 치중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전문직 자격시험 합격만을 바라보며 공부해왔으니 불합격했을 때에는 또래보다 뒤처지는 건 둘째치더라도 자신이 해온 공부가 아깝지 않겠냐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N수생, 취업준비생 그리고 공시생들도 이러한 생각에서 출발해 많은 이들이 초시에서 탈락한다. 때문에 직렬에 따라 재수를 당연히 여기는 풍조도 보인다. 이 역시도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얼마나 더 그 과정을 반복하는지는 다시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도 이들은 하고 싶은 일을 찾았고 그 일에 도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해야한다.

예전에 강의를 듣던 도중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법시험이 시행 중이던 시절, 오랜만에 모교에 방문해 도서관을 찾은 교수님은 중년의 남성들이 도서관 한편에 자리 잡고 사법시험 기출문제를 풀고 있는 광경을 보았다. 흔히 말하는 고시낭인을 본 것이다. 그들은 90년대에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모교 도서관에서 계속 고시공부를 해왔다고 한다. 이들이 그 나이에도 도서관에 있는 이유는 꿈을 좇은 결과일까 아니면 사회적 성공을 좇은 결과일까.

내 인생은 무계획이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진로, 꿈을 아직 확정하지 못한 것이다. 이들의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보면 대다수가 진로 희망사항으로 공무원이라고 기재했을 것이다. 이마저도 빈칸으로 둘 수는 없으니 억지로 채운 경우를 많이 봤다. 그리고 다수가 그 진로희망사항을 따른다. 물론 진지하게 정년과 노후 보장을 생각하고 공무원을 택하는 이들도 있지만 할 것도 없는데 공무원이나 할까라는 안일한 판단으로 공무원 시험에 임하는 이들이 더 많다고 본다.

그들의 직업만족도는 어떨까.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해 7~846개 중앙부처와 17개 광역자치단체 소속 일반직 공무원 4천백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그리 만족도가 높진 않아 보인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공무원 3명 가운데 1명은 기회가 되면 이직하고 싶다고 한다. 낮은 보수, 승진 적체, 과도한 업무가 그 이유다. 정말 공무원을 꿈꿔온 게 아니라, 하고 싶은 게 딱히 없어서 공무원을 하고자 한다면 지금이라도 다른 진로를 찾아보길 권한다.

한 친구의 장래희망은 대통령이다. 초등학교 4학년이 아닌, 대학교 4학년의 장래희망이다. 처음에는 비현실적이고 무모하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는 진지했다.

지방대 정치외교학과로 진학한 그는 자신의 꿈에 한 발짝 더 다가서는 듯 원내정당 대학생위원회의 창립멤버가 되기도 했고, 2018 지방선거 때에는 선거캠프에서 청년대변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때로는 보람을 느끼고, 때로는 실망하기도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 과정 전반이 그가 정계로 진출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는 내게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실패인지 아닌지는 그때엔 모른다. 시행착오의 과정 역시 경력이 된다고 이야기했다. 결과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더라도 그 과정에서의 경험은 또 다른 시도를 할 때에 많은 힘이 된다는 말이다.

고소득 전문직이 우수한 삶이라거나 창업에 뛰어들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꼰대가 하는 말로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무작정 도전하라는 말도 아니다. 다만 무언가를 할지 정하고 그 후에는 그 무언가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말이다. 그리고 너무 빨리 좌절하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한 번에 꿈을 이뤄낼 수 있다면 제일 좋겠지만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현실에선 쉬운 일이 아니다. 하기야 로또 당첨마냥 인생한방을 노리는 것도 안일한 태도겠다.

많은 사람이 실패할 경우를 생각하며 불안해한다. 그리고 자신의 꿈이 깨지지 않기를 바라며 소중히 간직한다. 이러면 꿈을 이루지 못할까 무서워 결과만 놓고 봤을 때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경우도 종종 보인다. 그저 꿈같은 삶을 꿈으로만 보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꿈을 현실화 하고 있는가 아니면 꿈을 이루려 하는 것이 꿈인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