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전염병, 예방이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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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전염병, 예방이 최선
  • 서영건 기자
  • 승인 2019.06.03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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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동물감기 파급력 상당
치료제 없어 감염축 발생 시 생매장

 

당시 와룡면 돼지 집단 사육지로부터 신고가 접수돼 검사해보니 양성반응이 나왔습니다. 안동에서는 그게 최초였죠라고 임원식 안동 시청 축산진흥과 주무관은 2010년 구제역을 이와 같이 회상했다.

20101128일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이후 경기도와 강원도 등 전국 11개 시도로 확산되면서 가축전염병으로서는 최초로 행정안전부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구성됐다. 당시 소와 돼지 353만여 마리가 살처분 됐고, 정부는 매몰 처분 보상금과 방역 비용 등으로 약 3조 원의 비용을 들여 가축전염병의 확대를 막기 위해 노력했다.

가축전염병이란 가축의 감염증으로 한 개체로부터 다른 개체로 전파하는 성격을 가진 질병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가 있다. 가축전염병이라고 해서 인간은 감염되지 않는 것이 아니다. AI와 같은 인수공통감염병은 인간에게도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

구제역의 경우

구제역은 소, 돼지, , 염소 및 사슴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우제류에 감염되는 질병이다. 이는 전염성이 매우 강하고 입술, , 잇몸, 콧등에 물집이 생기며 체온이 급격히 상승하는 등 심하게 앓는 증상을 보인다. 구제역에 감염된 가축의 폐사율은 소의 경우 7~8%, 돼지는 성돈의 경우 10% 미만이지만 새끼일 때에는 치사율이 60%에 육박하며 그 외에는 자연 회복한다. 감염된 가축과 그 일정 반경 내 모든 축사에 있는 가축을 살처분 하는 것에 비하면 생각보다 낮은 치사율로, 가축 자체에는 심각한 질병이 아니다. 다만 대규모 확산 시 경제적으로 육류와 유제품 등 축산물의 시세가 폭등하고 동물원의 우제류 야외 전시 중단 등 관광업에 타격이 발생한다.

AI의 경우

AI는 야생조류나 닭, 오리 등 가금류에 감염되는 전염성 호흡기 질환을 말한다. 이는 구제역과는 다르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변이로 사람 역시 감염될 수 있는 인수공통감염병의 일종이다. 이는 제1차 세계대전의 종전 직후 맹위를 떨쳤던 범유행전염병인 스페인 독감의 원인으로 추정된다. 구제역과 같이 주로 습도가 낮은 철에 발병하고,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이래 매년 겨울마다 발병해 겨울철의 불청객으로 인식된다. 지금까지 국내에는 AI로 인한 감염자가 없었지만 2015년 중국에서 196명이 감염되고 그중 92명이 사망한 사례가 있다. 이 외의 인체 감염 사례는 적은 편이지만 감염 시 치사율이 30~60%에 이르다보니 안일하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생매장이 최선인가?

구제역과 AI는 현재까지 예방백신은 존재하나,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백신은 현 시점에 존재하지 않는다. 발병 시에는 병의 전염을 막기 위해 감염된 개체는 물론이고 일정한 반경 내의 가축들을 도살하는데 이를 예방적 살처분이라고 한다. 한국에서의 살처분은 비용 상의 이유로 대개 생매장을 택하는데, 살아있는 가축의 목숨을 끊는 살처분의 특성상 매장 작업에 동원된 이들의 트라우마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살처분에 참여한 268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4명 중 3명꼴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리적 충격과 죄책감을 느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도 있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살처분 작업자들의 건강상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국가의 심리치료 지원을 의무적으로 안내할 것을 농림축산식품부와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 생매장으로 인한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2010년 구제역 이후 전국 각지에 포진한 매몰지에서 유출된 침출수로 인해 토양이 심하게 부식돼 매몰지 인근지역 농산물 출하에 영향을 미쳐왔다. 실제로 매몰지를 보면 생매장 당한 가축의 사체에서 나온 체액, 부패 가스가 토지 위로 올라와 냄새가 나거나, 그 자리에서만 농작물이 잘 자라지 않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가축전염병의 대응

정부는 가축전염병의 예방백신을 축산농가에 배포하고 가축 전염병 관련 검사, 주사, 투약 등 농림축산식품부의 명령이 있을 때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제재를 가하는 방식으로 예방접종률을 높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차원의 철저한 차단방역과 정확한 예방접종이 병행돼야 가축전염병의 종식이 가능하다고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해 10월부터 이번 달 말까지 구제역·AI 특별방역대책기간으로 정하고 매주 금요일 도축장 일제소독 실시, 철새도래지 소독 강화, 전국 축산 관련기관에 방역대책 상황실 설치 및 운영 등 평소보다 방역을 대폭 강화해왔다. 특히 지난 128일 경기도 안성시에서 발병한 구제역의 경우 신속히 발생지역을 중심으로 방역과 살처분을 실시했다. 이어 전국적으로 1,383만두에 대한 긴급백신을 접종해 대규모 확산을 차단하는데 성공했다.

임 주무관은 축산농가와 관련이 없는 민간인이라고 하더라도 국내의 축산시설이나 해외여행 시 여행지의 가축시장을 방문을 자제하고, 허가되지 않은 축산가공식품을 국내로 반입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라고 민간의 방역 협조가 중요함을 말했다.

식용이 가능한가?

구제역·AI가 확산중일 때 그 고기를 먹고 병에 감염될 것을 우려해 우제류나 가금류로 생산한 축산물을 먹는 것이 꺼려지는 경우가 있다.

구제역의 경우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니기에 인간에게 해를 끼칠 수 없다. AI의 경우 사람에게 전염될 가능성이 있으나, AI 바이러스가 섭씨 70도에서 30, 75도에서 5분이면 열에 의해 사멸하기에 닭고기, 오리고기, 달걀 등 가금류로 생산되는 축산물은 익혀먹으면 안전하다.

가축전염병에는 안심하면서도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 전염병에 걸린 가축은 상품으로 출하가 금지돼 있고, 도축장에서 감염여부를 검사하는 등 시중 유통절차를 엄격하게 관리 중이니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 하지만 사람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방역에 협조하지 않거나 예방수칙을 어기며 방심한다면 막대한 경제적 피해로 다가오는 것이 가축전염병의 여파라고 할 수 있겠다.

AI 예방을 위해 세워진 차단막
AI 예방을 위해 세워진 차단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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