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회 솔뫼문화상 전체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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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회 솔뫼문화상 전체 심사평
  • 안동대학교 신문사
  • 승인 2023.12.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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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부문 심사평

문학상 심사를 할 때마다 늘 설렌다. 그것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문학상 심사 때보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할 때 더 그렇다. 그 이유는 요즘 젊은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까? 혹은 문학을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을까?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제44회 솔뫼문화상에 투고한 학생들의 작품에서도 이런 기대감을 충족할 만한 젊음 특유의 패기와 도전을 볼 수 있었다. 솔뫼문화상에 응모한 학생들에게 입상 여부와 상관없이 격려와 감사를 보낸다. 다들 나름대로 진실하고 열정적인 시를 써서 투고했고, 그 작품들의 갈피갈피에는 청춘의 고뇌와 좌절, 그리고 삶에 대한 새로운 전망의 빛깔이 보여서 감동적이면서도 짠한 마음을 숨기기 어려웠다.

투박하게 말해 시는 언어로 짓는 일종의 집(건축물)이다. 사용하는 재료는 참신한 언어, 아름답거나 새로움이 가득한 날카로운 비유, 삶의 구체성에 대한 진실성 등을 동원해 집을 짓고 독자들에게 그 모습을 선보이는 것이다. 독자들은 그 집의 모습을 보고 자기가 살 집을 선택하듯이 감동이라는 미적 체험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감동을 통해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사회적 통찰력을 키워 보다 바람직한 인간의 삶을 살아간다.

투고작 모두 우열을 가리기 힘든 노작들이었는데 당선작 「아버지의 경운기」는 삶의 구체성과 진실성을 잘 표현한 점을, 가작 「블랙홀」은 참된 자아를 찾으려는 고투를 풍부한 언술로 표현한 점을, 입선 「도약」은 바다가재 비유를 통해 자기 갱신을 추구하려는 의지가 돋보여 각각 수상작으로 뽑았다. 수상자에게 축하를, 아쉽게 탈락한 분들에게는 격려를 보낸다.

김용락(시인, 전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장)

 

소설 부문 심사평

제44회 솔뫼문화상 소설 부문에 응모된 작품은 총 11편이었다. 무협·판타지·로맨스 등 장르적 요소가 강한 작품이 절반 가까이 되었고, 웹소설 스타일의 서술 방식을 사용한 작품도 드물지 않았다.

주제는 다양했는데, 사회적 약자의 의미를 재정의하며 기성 질서 해체를 논하는 다소 도발적인 어조의 작품도 있었다.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를 논하던 고루한 시절은 이미 오래전에 막을 내리고, 틀에 얽매이지 않은 채 자신만의 방식으로 서사를 구축해가는 젊은이들의 시대가 도래하였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사적 완결성, 주제 전달력, 문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봤을 때, 기존 문법을 따른 작품이 선두에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소설가 태평 씨의 일일」이다. 이 작품은 표절 논란에 휘말린 베스트셀러 작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창작 윤리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있다. 과거 연인 관계였던 소설가와 영화감독은 각자 자신이 가진 세계관을 작품화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영역을 침범한다. 이 이야기는 몇 년 전 한국 문단을 시끄럽게 했던 ‘사생활 무단 도용 사태’를 떠올리게 하는데, 잘못을 지적하는 납작한 논쟁에서 벗어나 창작 기준에 대한 재논의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메타포의 사용 등 기술적인 면에서도 노련함이 느껴졌기에 망설이지 않고 당선작으로 정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눈여겨본 작품은 「오로지, 나만의…….」다. 고전소설 「금방울전」을 모티프로 현대적 서사를 창작해낸 이 작품의 지은이는 이야기꾼으로서 탁월한 자질을 갖고 있다. 전생과 현생의 리듬감 있는 교차, 인물이 가진 불안감의 증폭, 뒤의 내용을 궁금하게 만드는 미스터리적 요소들이 만나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다만 결말에 가서 손쉬운 방식으로 주제를 전달하고 있는 점이 아쉬워 가작에 머물렀다.

그 외에는 수준에 큰 차이가 없어 입선작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고심 끝에 「완벽한 노을」을 선택했다.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감각적인 문장과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마음을 사로잡는 구석이 있었다.

당선자들에게 축하를 전하며 아쉽게 다음을 기약할 이들에게도 격려를 보낸다.

전세연(소설가)

 

수필 부문 심사평

문학을 비롯한 모든 예술은 고독에서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자신의 내부에서 삭히고 삭힌 고독의 결과물이 탄생했을 때 독자는 감동합니다. 물론 긍정과 환희의 작품은 독자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안겨줍니다.

응모한 수필 작품은 대체로 탄탄한 필력을 가진 분들이었습니다. 단지 아쉬운 것은 진실성에 우선하는 수필 형식에서 비켜난 작품이 더러 있었습니다. 고상하거나, 잘난 체하면 수필의 형식인 진실성이나 고백의 형식에서 멀어집니다. 무의미한 일상보다는 의미 있는 일상을 이야깃거리로 삼아 주관적인 생각을 객관적으로 제시해야 작품성이 살아납니다. 

행복과 불행이 세트이듯이, 사랑과 이별 또한 세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헤어짐은 끝이 아니라 무언가가 뒤이어 다시 오고 있다는 것을요. 사랑은 떠났지만, 그 사랑으로 인해 또 다른 세계에서 사유하게 됩니다. 그렇게 ‘글을 사랑하는 일’이 펼쳐집니다. 

수필의 소재는 대부분 일상에서 취하게 됩니다.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바를 자유롭게 전달하는 것이지요. 거기에 보태 깨달음과 사유를 곁들여 세상을 이해하고 해석해야 합니다. ‘운명’을 극복하는 과정에 무한 응원을 보냅니다. 바쁜 세상에 그래도 느림의 미학이 있다는 ‘종이와 태블릿PC의 상관관계’를 보며 잠시 마음을 내려놓았습니다. 
수상자에게 축하를 보냅니다.

노정희(수필가)

 

영어 에세이 부문 심사평

영어 에세이 부문에서는 다양한 주제를 가진 14편의 작품이 출품되었다. 상황에 적절치 않은 영어 표현이 사용되거나, 소주제에 따른 분량 분배에 치우침이 있는 글들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일관성과 응집성의 측면에서 만족스러운 글들이 대부분이었다.

좋은 영어 에세이는, 그 주제가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들일 만큼 매력적이어야 하고, 내용전개는 그 끌어들인 관심을 놓치지 않고 끝까지 끌고 가는 힘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관성과 응집성이 요구된다. 그러므로 우리의 현실과 밀접하게 관련된 흥미로운 주제를 가지고, 글쓴이의 의도를 잘 파악할 수 있게 쓰여진 작품들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응모작 중, ‘The Freedom of Speech and the Rights of Individual Communication With Comparative Method’는 이 시대의 젊은 지성인의 시각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해 객관적이면서 냉철하게 표현해냈다. 또한 ‘Life, a long journey to find my true self’는 삶의 본질에 대해 깊이 있게 사색하고,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젊은이의 고뇌의 여정을 간결한 필체로 전달하였다. ‘Three Ways to Help You Make a Decision About Your Future’는 미래를 위한 자기결정의 과정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자신만의 독특한 경험을 통해서 신선하고 담백하게 독자에게 전달했다.

끝으로, 대부분의 출품작들이 에세이의 소재와 주제로서 충분히 흥미로웠으며, 동시에 일관성과 응집성도 잘 갖추고 있었다. 이에, 에세이를 읽어 내려가면서 작가가 전달하고자하는 의도를 파악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다만, 소주제들 간의 적절한 글의 분량 분배가 적절치 않아서. 독서의 흐름을 간섭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따라서 소주제간의 분량의 형평성을 유지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글들이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안채원 (강사)

 

사진 부문 심사평

올해는 총 3명이 22편의 작품을 출품하였습니다. 예년에 비하여 응모인원과 작품 편수가 너무 많이 줄어서 놀라웠습니다. 그러나 실력은 지난 해 보다는 향상되어 있어 그나마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당선작 1편과 가작 1편 만 을 선정하였습니다. 외국의 풍경도 제출되고 촬영하기 어려운 야경사진과 빗 속에 촬영을 한 시도는 매우 훌륭한 시도라 봅니다. 이번 심사에서도  학생들의 작품이니, 그들의 시선에 맞는 사진기술보다는 사물을 이해하는 시각, 심상적인 관점에서 사진을 봤을 때 무슨 의미를 품고 셔터를 눌렀을까 하는 생각에 맞춰 심사를 하였습니다. 아쉽다면 1번과 3번 학생의 작품에 사진 제목이 없고 숫자만 있어서 촬영자의 시선을 따라가기엔 한계가 있지 않았나 싶네요.  

당선작으로 ‘가을 산책’을 선정하였습니다. 이 학생의 Rainy days’사진은 빗속에 촬영한 시도는 좋았으나 주제가 확실하지 않은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주제가 분명치 않아 아쉬웠습니다. 빗속의 일상을 보여주는 관점에서 새로운 시도를 한 학생의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가을 산책’사진은 젊은 학생의 관점에서 데이트하는 사람의 뒷모습에서 행복한 앞모습이 유추되고 왼쪽에 있는 사람도 밝은 표정으로 어두운 밤이지만 행복한 모습으로 핸드폰을 들여다 보는 관객으로의 역할을 충분히 보여줬기에 당선작으로 선정하였습니다.

가작은 ‘자연 속 거울’로 선정합니다.

맑은 날 자연과 어우러진 구름을 물의 반사된 반영을 거울로 주제를 잡아 표현한 것에 점수를 줍니다. 제목이 없었다면 주제를 유추하기 힘들었겠지만 제목이 ‘자연 속 거울’이란 주제에 딱 맞는 사진이라 보고 가작으로 선정했습니다.

이번 출품작의 숫자가 적은 만큼 수상작의 숫자도 적음을 이해해 주길 바랍니다. 내년엔 촬영자의 시선에서 무엇을 사진으로 이야기 하려는지 주제가 명확한 사진들이 출품되기를 바라며 심사평을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이동춘(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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