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가하는 니트 청년, 고독사로부터 위협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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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가하는 니트 청년, 고독사로부터 위협받는다
  • 임혜린
  • 승인 2023.12.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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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고립이 원인
복지사각지대 해결해야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 말로 청년을 위로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말한다. 최근 언론지상에 올라오는 뉴스는 청년은 물론 기성세대조차 불안하게 만든다. ▲사상 최대 실업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 ▲빚투(빚을 내 투자한다) ▲고립 ▲은둔 ▲고독사 등 어디를 둘러봐도 앞이 막막하다. 그러나 현실적 어려움을 몰라줄수록 청년의 좌절감은 커진다. 

사회와 동떨어져 개인적인 공간을 찾아 이른바 ‘니트 청년’을 자처한다. 니트(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는 학업이나 유급 노동을 하지 않고 진학이나 취업을 목적으로 훈련도 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1999년 영국에서 사회복지제도 사각지대에 있는 학교 밖 10대 청소년을 지칭하고자 만든 개념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교육통계보고서’를 통해 니트를 우리나라 20대 취업 포기 청년층까지 확장했다. 

고용률 상승 대비 청년 취업률 하락

지난달 15일 통계청 ‘2023년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세 이상 취업자 고용률은 63.3%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달 대비 34만 6천 명 증가했다. 그러나 고용률 증가 속에서 청년층(15~29세) 취업률은 46.4%로, 전년 같은 달 대비 8만 2천 명 감소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통계청이 실시한 ‘경제활동인구 청년층(15~29세) 부가 조사’에 의하면 구직 활동 없이 쉬었다고 답한 니트 청년은 41만 명에 달한다. ‘왜 쉬었는지’를 분석한 결과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움’이 32.5%로 가장 많았고, ‘일자리가 없음’이 7.3%이다. 이어 ‘다음 일 준비를 위해 쉬고 있음’ (23.9%), ‘몸이 좋지 않아서’ (18.2%) 순이다. 

우리나라 니트 청년 급증, 원인은 사회 구조적 문제

지난 9월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OECD 교육지표 2023’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나라 청년층 고등교육 진학률은 70%대에 달하며 대졸자 비중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그러나 대졸자 고용률은 74.8%로, OECD 평균(77.9%)보다 낮다. OECD는 ‘한국 국가별 보고서’에서 “대학을 졸업하면 보통 고용 전망이 더 좋아지는데, 한국은 예외”라고 지적했다.

2021년 한국경제연구원은 ‘청년층 니트의 경제적 비용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청년층(15~29세) 중 니트 청년을 추정한 결과 22.3%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OECD 평균(12.9%)보다 높다.

한편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니트 청년 비중이 가장 낮은 국가는 독일이다. 인구 5천 명 이상 국가 중 유일하게 10% 미만이다. 독일 청년은 대부분 이른 나이에 노동 시장으로 편입해 높은 출산율까지 유지하고 있다. 독일 기업은 대졸자가 아니어도 회사와 잘 맞는 인재상을 채용한다. 독일처럼 니트 청년을 줄이기 위한 사회 전반 구조적 문제 해결이 시급한 시점이다. 

고립 심화할수록 고독사 위험군 대상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살다 아무도 모르게 생을 마감하고 72시간 이후에 발견된 경우 고독사로 분류한다. 지난 9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2021년 대비 자살 사망자는 3.3% 감소했으나 여전히 10~39세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고독사 수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1만 5천 명이며 연평균 8.8%씩 증가했다. 

그중 청년은 매년 2백 명 이상이다. 안동시 소재 유품정리회사 ‘천국박스’의 황찬문 대표도 청년고독사를 마주한 경험을 털어놓았다. 지난해 숨진 채 발견된 20대 후반 여성의 유품을 정리했다는 황 대표는 “공무원 책과 술병이 많이 쌓여있었고 우울증약도 복용한 것으로 보였다”며 “취업의 벽을 넘으려 애쓰던 절박함이 느껴져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늦기 전에 복지제도 개편 속도 내야

그동안 고독사 위험에 노출된 청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자립을 돕는 제도적 장치가 없었다. 대부분 1인 가구를 위한 정책은 중장년층과 노년층 1인 가구에 맞춰져 있다. 청년 1인 가구는 근로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복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 고독사 발생 전에 자립할 수 있는 복지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지난 5월 최초로 정부가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2023~2027년)’을 발표했다. 사회적 고립 걱정 없는 촘촘하고 두터운 약자 복지 실현을 위함이다. 주요 내용은 ▲고독사 예방 게이트키퍼 양성 ▲고독사 위험군 발굴조사 ▲고독사 위기정보 및 발굴모형 개발 ▲지방자치단체 통합사례관리사 확충 ▲고독사 정보시스템 구축이다. 고독사 실태 파악 주기도 현행 5년에서 1년으로 단축해 매년 사망자 현황과 위험군의 서비스 욕구 등을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실업급여 지급 기간과 수준에 대한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또한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 및 미스매치 해소를 위해 첨단산업 인력양성에 예산을 지원한다. 2025년부터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통해 대기업 정규직이 아니더라도 청년이 취업하고 싶은 환경을 만들어 보겠다는 방침이다.

효과적인 청년의 자립을 위해

최동숙 학생상담센터 담당자는 “어려움이 있을 때 누군가에게 얘기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이해한다”며 “하지만 혼자 눌러 삼킬수록 ‘왜 나만 안 되나’하는 부정적인 생각으로 이어진다”고 전했다. 이어 “전체적으로 거시적인 안목이 필요해 보인다”며 “처음부터 회사의 명성이나 조건을 바라는 것보다는 업무에 대한 경험치를 쌓아가는 것이 이익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좋은 정책을 마련해도 당사자 노력 없이는 의미가 없다. 청년은 스스로 힘들고 고독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여겨야 한다. 니트 상태는 고정적, 불변적 상태가 아니다. 작더라도 긍정적인 기대를 품고 자신만의 삶을 꾸려나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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