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대학교 글로컬대학30 사업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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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대학교 글로컬대학30 사업의 과제
  • 안동대학교 신문사
  • 승인 2023.12.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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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대학교가 글로컬대학30 사업에 최종 선정되었다. 대학 캠퍼스 정문을 지나면 솔뫼문화관에는 지난달까지 걸려있던 ‘안동형일자리 사업’ 대신 ‘글로컬대학30 사업’ 선정을 자축하는 민망할 정도로 큰 현수막이 걸려있다. 홈페이지에서도 “국립안동대학교 글로컬대학30 최종 선정!”이라는 대문짝만한 글귀를 확인할 수 있다. 주변에서는 안동대학교의 선정 소식을 듣고 다양한 종류의 덕담들을 보내온다. 겉으로만 보면 안동대학교는 축제의 현장과도 같다. 아직 사업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글로컬대학30 사업에 선정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안동대학교가 경상북도를 대표하는 거점종합대학으로서의 입지를 다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막상 동료 교수나 학생들에게 글로컬대학30 사업의 내용에 대해 물어보면 쉽게 답하지 못한다. 글로컬대학30 사업에 관심이 높은 사람들은 안동대학교 TogetherA&U 웹페이지(https://planshare.anu.ac.kr/)에 접속해서 실행계획서를 직접 읽어보기도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의 흐름이 올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계획서 집필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본부 보직자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공청회나 설명회 형식으로 안동대학교 구성원에게 주요 내용만을 전파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글로컬대학30 사업에 생각보다 많은 집단의 욕망과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 글로컬대학30 사업은 안동대학교가 계획서를 작성하고 교육부와 글로컬대학위원회가 평가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지만,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2025년부터 출범할 통합대학을 함께 꾸리는 경북도립대학교, 경상북도와 안동시, 예천군과 같은 지자체, 한국국학진흥원, 경북연구원, 경상북도인재평생교육진흥원, 경상북도인재개발원 등 7개의 혁신공공기관, SK바이오사이언스, SK플라즈마 등의 산업체, 해외문화홍보원,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 등의 협력기관이 모두 글로컬대학30 사업에 얽혀있다. 촘촘하고도 복잡한 안동대학교의 글로컬대학30 사업의 참여 구조는 공청회와 설명회 또는 실행계획서의 내용만으로 파악하는 데 분명 한계로 존재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문제인 것은 계획서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안동대학교의 글로컬대학30 사업 실행계획서를 보면 크게 네 개의 주요 꼭지를 확인할 수 있다. ‘공공대학’, ‘인문혁명’, ‘장벽파괴’, ‘지역상생’이 그것이다. 공공대학은 경북도립대학교와의 통합을 이룬 후 2025년 3월에 출범할 예정이며 현재 이미 통합신청서를 제출한 상태이다. 인문혁명은 글로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문 교육 및 연구 혁신을 도모하고, 궁극적으로 글로벌 K-인문콘텐츠의 허브를 구축함으로써 신한류를 개척하는 데 목적이 있다. 장벽파괴는 대학구조를 혁파함으로써 유연한 학사 운영을 통해 학생의 선택권을 강화하고 학제 간 장벽을 허무는 데 그 지향점이 있으며, 지역상생은 지역특화 바이오·백신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고교-대학-기업-지자체’의 상생·발전 구조를 구축한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안동대학교의 글로컬대학30 사업의 비전은 “경북발전을 선도하는 K-인문 세계중심 공공형 대학으로 대전환”이며, 목표는 “국공립대 통합 및 전통문화 기반 인문특성화를 통해 세계적 대학으로 대도약”이다. 즉, ‘인문학’을 중심으로 ‘글로컬대학’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안동대학교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전통문화’, ‘인문특성화’, ‘K-인문’과 같은 주요 키워드가 네 개의 꼭지 중에 ‘인문혁명’에만 해당한다는 것이다. 비전과 목표는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전체 사업을 총괄하며 사업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담아내는 기능을 해야 하는데, 구조적으로 보면 비전과 목표가 어떤 특정한 추진과제에만 국한되어 있다는 인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로 ‘지역상생’을 보면, ‘백신’, ‘농생명’ 등의 특화산업과 ‘창업’ 등에 대한 내용만 담고 있다. 인문학과는 크게 관계가 없는 것이다. 이는 공공대학이나 장벽파괴에서도 동일하게 포착되는 특징이자 한계이다.

사업계획상의 구조적 불안정성은 안동대학교 구성원이 글로컬대학30 사업의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물론, 짧은 시간 안에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지방대 지원 사업이라는 글로컬대학30 사업의 계획서를 집필하다보니 이런 문제가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정말 ‘희생’이라는 말이 모자랄 정도로 집필진의 노고는 엄청났고 최종 선정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점은 분명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인문학을 매개로 경상북도의 발전을 선도할 수 있는 공공형 대학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이런 불안정성을 ‘구성원들과 함께’ 해결해야 한다. 실제로 사업이 시작되고 이를 성공적으로 이끌려면 무엇보다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종 선정 이후 마지막으로 작성해야 하는 ‘수정계획서’의 제출 기한이 내년 2월까지인 것으로 알고 있다. 고등교육의 공공성과 책무성을 책임질 수 있는 공공형 대학으로 나아가기 위해, 안동대학교가 인문 중심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Together ANU Forward ANU”라는 안동대학교의 슬로건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수정계획서는 안동대학교의 구성원 모두가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는 형식과 내용을 갖추어야 한다. 그만큼 대학 본부에서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안에 교수, 직원, 학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조율해서 수정계획서에 반영해야 하는 것이다. 아마도 이것은 글로컬대학30 사업의 남아있는 최대 과제이며, 축제 분위기 속에서도 우리가 냉철함을 되찾고 풀어나가야 하는 숙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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