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덤펍, 게임과 도박은 종이 한 장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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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덤펍, 게임과 도박은 종이 한 장 차이
  • 이지윤
  • 승인 2023.11.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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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바다이야기’화 우려
게임 칩 현금환전은 불법도박

최근 대학가에는 홀덤펍이라는 새로운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홀덤펍은 텍사스 홀덤이라는 카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홀덤펍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모호한 업종으로 불법 도박으로 처벌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떤 홀덤펍이 합법이고 어떤 홀덤펍이 불법일까. 지난달 특별취재팀은 홀덤KOK 안동대점을 직접 방문해 현장을 경험했다.

지난달 14일 특별취재팀이 홀덤KOK 안동대점을 방문했다.
지난달 14일 특별취재팀이 홀덤KOK 안동대점을 방문했다.

 

생소함에 눈길이 가는 홀덤펍

공대 계단 밑 마트 2층에 스페이드 마크로 꾸며진 입간판에 눈길이 간다. 해가 진 밤임에도 불구하고 1층에 있는 마트는 밝게 빛나고 있지만 2층에 있는 홀덤펍은 내부를 볼 수 없어 호기심을 자극한다. 내부에 들어가니 홀덤 테이블 4대가 취재팀을 반겼다. 그다지 늦지 않은 시간이라 그런지 취재팀을 제외한 손님은 없었다. 안내를 요청하자 이용방식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주류나 음식은 판매하지 않으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나 아이스티를 무료로 제공했다. 게임 경험이 전혀 없다고 하자 입문자 게임비는 1시간당 1만 원으로 게임 횟수와 종류에 따라 가격이 상이했다. 한 차례 게임동안 게임비를 모두 잃기도 하고 3배 이상 따내기도 하며 일부 기자는 “이 정도면 가끔 친구와 방문해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얻은 칩은 포인트로 전환하며 다음 방문 시 게임비에서 차감하는 방식이다.

홀덤펍, 합법과 불법의 경계는?

홀덤펍의 합법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은 게임에 사용하는 칩의 현금화 여부다. 칩을 현금화할 수 없고 게임 내에서만 사용하거나 포인트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는 경우는 불법 도박이 아닌 게임으로 인정한다. 이 경우 일반 음식점으로 신고 후 영업하면 법적인 문제가 없다. 반면 칩을 현금이나 상품권 등으로 교환해주는 경우에는 불법 도박으로 간주해 업주와 손님 모두 처벌을 받을 수 있다. 2000년대 중반 큰 사회문제가 됐던 ‘바다이야기’도 같은 방식으로 운영했다. 이런 상황 속에 홀덤펍이 제2의 바다이야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부 홀덤펍은 칩을 현금이나 상품권 등으로 교환해주거나 고가의 경품을 건 게임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런 홀덤펍은 불법 도박장으로 단속의 대상이 된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서울 강서경찰서는 홀덤펍을 가장한 불법 도박장에서 판돈 약 1억 원 이상을 굴려 도박·상습도박 혐의를 받는 고액 이용자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한 지난 9월 전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도박개장, 도박개장 방조 등 혐의로 40대 업주 A씨 등 19명을 검찰 송치했다.

사단법인 대한홀덤협회는 지난 9월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해 홀덤펍 및 홀덤대회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홀덤’에 대해 장기나 바둑과 같은 마인드스포츠로 보는 비율은 61.9%, 포커게임의 한 종류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33.5%, 도박과 비슷하다고 보는 비율은 4.6%로 극소수였다. 또한 획득한 칩을 현금이나 사은품 등으로 교환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합법적이다는 비율은 48.1%, 불법적이다는 비율은 51.9%로 비슷한 수준이다. 홀덤게임에 참여하기 위해 참가비를 내는 방식에 대한 인식은 ‘별문제 없다’가 64.2%로 ‘문제 또는 불법’이라 보는 비율(35.8%)보다 적었다. 정부 또는 행정기관 단속에 대해서는 ‘게임인데, 단속이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33.5%, ‘도박형식이면 단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66.5%로 나타났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린다

현재 국회는 카지노업 유사행위 금지와 처벌 조항을 강화하는 ‘관광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상정돼 있다. 개정안에는 ▲카지노업 유사행위 등의 금지 규정 신설 ▲위반 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식약처는 음식점으로 영업 신고한 전체 홀덤펍 업체의 운영 현황과 게임 운영방식 전반에 대한 실태를 지난 9월까지 조사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경찰청은 ‘식품위생’과 관련한 홀덤펍 적발사례, 법원 판례 등을 분석해 불법 유형을 정리하기로 했다. 지자체는 관련 영업자를 대상으로 계도·홍보한다. 경찰청은 홀덤펍 내 불법도박 집중단속 기간을 지난 8월부터 오는 12월까지 운영할 예정이다.

도박은 정당한 근로가 아닌 재물의 취득으로 경제의 도덕법칙을 훼손한다. 동시에 SNS 등을 통해 불법 홀덤펍이 쉽게 우리사회에 녹아들면서 건전한 홀덤펍은 설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불법 홀덤펍에 대한 철저한 단속과 규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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