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와 중독 사이, 아슬아슬 ‘홀덤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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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와 중독 사이, 아슬아슬 ‘홀덤펍’
  • 임혜린
  • 승인 2023.11.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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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홀덤펍, 과연 괜찮나
행위중독 이해와 예방 필요
그림 권해진
그림 권해진

 

최근 대학가 중심으로 홀덤펍이 들어서고 있다. 대한스포츠홀덤협회(KHSA)가 공식적으로 집계한 국내 홀덤펍 매장 수는 지난해 7월 기준 약 2,800여 개다. 이 외에도 보드게임 카페나 일반 음식점으로 등록해 운영하는 매장을 포함하면 약 7,600여 개로 추정한다. 우리대학 근처에도 두 곳의 홀덤펍이 자리 잡았다. 시내와 도청을 합치면 총 4곳이 운영 중이다. 지도 애플리케이션에 등록하지 않은 매장을 포함하면 더 많은 홀덤펍이 운영 중일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일부 홀덤펍이 불법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되면서 홀덤펍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정부는 청소년 홀덤펍 출입 금지 및 ‘홀덤펍 불법대응 TF’ 구성 등 도박중독 및 사행 행위 노출 예방에 힘쓰고 있다.

불법 도박은 아니지만, 홀덤 바로 알기

Holdem(홀덤)과 Pub(술집)의 합성어인 홀덤펍은 카드 게임을 하며 음주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일반적으로 진행하는 게임은 ‘텍사스 홀덤’이다. 개인 카드 2장과 나머지 5장의 카드를 조합해 승자를 가리는 게임이다. 최종 승부를 낼 5장의 카드를 골라 공개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게임 중간중간 베팅이 이뤄진다. 이때 펼치는 심리전이 홀덤의 묘미다. 한 장 한 장 카드를 오픈할 때마다 긴장감이 고조된다. 가장 높은 카드 조합을 손에 쥔 플레이어가 이기는 방식이다. 홀덤은 돈, 금품 등을 걸고 게임을 하지 않는 점에서 합법이다. 게임 종류에 따라 이용료를 내고 해당 공간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칩을 받아 게임할 수 있다. 입문자에게 사전 교육 시간을 통해 게임 규칙을 알려주기도 한다. 획득한 칩은 포인트로 지급하는데, 게임 과정에서 현금 및 상품권 교환이나 상품 지급이 이뤄질 시 불법이다. 형법에서 규정하는 도박죄 및 도박장 개장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용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고 사업주와 직원들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불법 홀덤펍 이용자가 자수하면 처벌을 감경하거나 면제해 주고, 신고하거나 제보하면 최대 500만 원의 검거 보상금을 지급한다.

박건주 케이홀덤스튜디오 사장은 “우리 가게에서는 가게와 손님 간 또는 손님 간에 금전이 오가는 행위는 일절 없다”며 “홀덤에 입문하려는 학생들이 사행성 도박에 빠지지 않게 하려고 게임 규칙 교육과정에서 항상 강조하는 부분이다”고 전했다. 박 사장은 “아직 국내에서 인식이 좋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며 “불법행위 없는 가게가 앞으로도 많이 생기고 근절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인식이 많이 개선되리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어 “컴퓨터 게임과는 다르게 현장에서 여러 사람과 카드게임을 즐기는 놀이 공간으로 생각하고 언제든 편하게 놀러 와 달라”고 말했다.

문제는 게임보다 ‘행위중독’

게임을 통한 두뇌 싸움은 언제나 흥미롭다. 지난달 11일 한국게임산업협회(K-GAMES)가 공개한 ‘2023 글로벌 게임 플레이 영향력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을 통해 스트레스, 불안감, 고립감을 해소한다. 사회가 다변화하면서 게임 종류가 점점 더 다양해지고 이용자 수도 급증하고 있다. 국제 보건 의료계는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은 게임 그 자체가 아닌 ‘행위중독’이라 말한다. 행위중독은 결과가 해로움을 알고 있음에도 특정 행동을 자제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그 행동에 탐닉하는 것을 말하는데 대표적인 예가 도박중독이다.

아동·사회복지학과 이재경 교수는 “당장 기쁨과 즐거움, 쾌락을 느낄 수 있지만 점점 빠져드는 경우 삶을 무너트리는 심각한 행위중독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하지 않는 것이 먼저다”며 “특히 홀덤은 여가 놀이로 시작하더라도 사행심을 자극해 중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 걱정이 앞선다”고 전했다. 이어 “도박중독은 쉽게 드러나지 않다가 문제가 곪아 경제적 붕괴 등 극단적 상황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며 학업과 사회진출을 앞둔 대학생의 삶을 무너트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대학가 홀덤펍 운영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도박중독은 질병, 은밀하게 나타나

세계보건기구(WHO)는 게임 이용 장애를 ‘중독 행동으로 인한 장애’로 분류한다. 연구 결과 도박중독자는 전두엽에 이상이 생겨 스스로 실수를 깨닫지 못한다. 의료계에서 중독은 ‘금단증상’과 ‘내성’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특정 행동을 중단했을 때 우울감, 불쾌감, 초조함을 느끼고 동일한 흥분과 스릴,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점점 더 많은 행동이 필요하다면 중독을 의심해야 한다.

도박중독은 문제의식 없이 시작돼 알코올, 마약과 같은 몸에 해로운 물질을 투여하는 정도로 뇌가 서서히 망가진다. 중독자는 자신의 중독 문제를 감추려고 애쓰지만 결국 치유를 늦추는 결과를 초래한다. 도박중독은 질병이므로 마음만으로 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개 스스로 중독자라는 사실을 부인하고 치유를 거부한다.

도박중독자는 대체로 순수한 즐거움을 추구하며 시작한다. 이러한 사교성 도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면 개인이나 사회적으로 염려할 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사교성 도박 단계를 넘으면 문제성 도박 단계로 정의한다. 본전 생각 때문에 잃은 돈이 아까워 처음 예상했던 금액 이상으로 베팅한다. 돈을 잃었을 때 자제력 상실을 경험하고 공허함, 무력감을 느낀다면 문제성 도박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도박 문제를 인정하고 자발적으로 노력해야 하나 쉽지 않다. 그만해야겠다고 마음 먹어도 사소한 유혹에 금방 흔들려 악순환에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방 및 전문 치료 필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연말까지 ‘홀덤펍 등 영업장 내의 도박행위’에 초점을 맞춰 집중단속을 진행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불법도박 감시 및 단속 실효성 강화를 위해 ‘관광진흥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2005년 불법 도박게임 ‘바다 이야기’로 인해 재산을 탕진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며 정부는 본격적인 사행성 게임 통제를 시작했으나 최근 홀덤펍이 ‘제2의 바다 이야기’라 불리고 있다.

홀덤펍 방문 이유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호기심으로 만든 취미가 행위중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복구, 본전, 만회 등 과거지향적 생각이 들어도 중독 위험성을 기억하고 단호하게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 문제를 인지한다면 즉시 인지행동 치료 등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홀덤펍 불법행위가 ‘제2의 바다 이야기‘와 같은 사회문제가 되지 않기 위해서 모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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