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극복, 커플 매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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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극복, 커플 매칭으로?
  • 김은주
  • 승인 2023.10.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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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이 능사가 아니야
프랑스·독일은 달랐다
실질적인 정책 필요해
그림 권해진
그림 권해진

 

지난 7월 성남시는 미혼남녀의 만남주선을 위해 마련한 ‘SOLO몬의 선택’을 진행했다. 1차(7월 2일), 2차(7월 9일) 행사에 참여한 100쌍 중 39쌍(1차 15쌍, 2차 24쌍)의 커플 매칭이 성사되며 지난달 25일부터 오는 13일까지 4·5차 행사 참가자 160명을 모집할 예정이다. 이처럼 SOLO몬의 선택이 흥행한 가운데 타 지방정부들이 저출산 문제 해결 등을 위해 미혼남며 만남을 주선하는 사업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나주시는 지난달 20일부터 ‘Hip한 청춘의 Solo탈출’, 광양시는 오는 28일에 ‘솔로엔딩’을 운영할 예정이다. 안동시도 ‘2023 안동시 미혼남녀 만남 프로그램’커플 예감! 힐링동아리’를 계획해 참가자를 모집하며 커플 매칭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로부터 ‘시대착오적 행사’, ‘저출생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수 없다’,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팅은 무산, SOLO몬의 선택은 성공

지난 6월 서울시는 청년 1인 가구들을 대상으로 자연스러운 만남을 주선하고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서울팅’ 사업을 추진했다. 서울시가 계획한 프로그램은 ▲씽글이들의 맛 뽐내기(편의점 요리대회) ▲전통시장 상생 맛집 투어 ▲청춘 플로깅 ▲등산 클래스 등이다. 서울시는 사업비로 8,000만 원을 편성했으나 남녀의 만남만으로 저출생 문제가 해결되겠느냐는 여론과 세금 낭비라는 비판이 잇따르자 무산됐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A 학생은 “이미 온·오프라인 커뮤니티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상황이다”며 “시가 만남을 주선한다고 해서 청년이 활발하게 참여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만남이 곧 출산으로 이어진다는 생각 자체가 너무 구시대적 사고다”고 전했다. SOLO몬의 선택 참가자들의 반응은 대부분 ‘만족’이라는 평가다. 특히 ‘시에서 신분을 검증한 사람만 참여할 수 있다 보니 애플리케이션 등 온라인 만남보다 신뢰도가 높다’, ‘결혼정보회사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 시에서 진행하다 보니 무료여서 부담이 없었다’ 등의 반응이다.

청년 53.5%, 출산의 필요성 못 느껴

지난 8월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사회조사로 살펴본 청년의 의식변화’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결혼에 긍정적인 청년은 36.4%로 3명 중 2명은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청년은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이 결혼하지 않는 주된 이유’가 ▲결혼자금 부족’(33.7%) ▲결혼 필요성을 못 느낌’(17.3%) ▲출산·양육 부담’(11.0%) ▲고용 상태 불안정’(10.2%) ▲결혼 상대 못 만남’(9.7%) 등으로 나타났다. 이는 저출생 주요 요인이 경제적 문제, 비용과 출산과 양육 등 돌봄 문제, 시간 문제, 일과 직업의 양립에 관한 고용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는 뜻이다. 청년 53.5%가 ‘결혼하더라도 자녀 가질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만날 사람이 없어 연애나 결혼을 못 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출산 강국 뭐가 다른가 이처럼 ‘만남’이 아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프랑스, 독일은 2000년 이후 단 한 번도 1명 이하로 출생률이 떨어지지 않았고 2015년 이후로는 1.5명 이상 출산율을 유지했다. 프랑스는 지난해 출산율 1.76명을 기록했다. 혼외 출생을 제도적으로 차별하지 않는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자녀로 구성한 가족 프레임이 사회적으로 영향을 끼치지 않았기에 혼외 출생지원이 가능했다.

비혼 출산율은 2002년 45.2%, 2012년 56.7%, 2022년 63.8%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도 비혼 출산을 생각하는 청년은 꾸준히 증가해 39.6%이지만 남녀로 구성된 혼인 부부만 출산 관련사업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독일도 지난해 출산율 1.54명을 기록했다. 정책 측면에서 ‘한부모가정’을 ‘보통 가정’으로 인식해 경제적으로 부족한 가정을 위해 양육비 지원을 한다. 환경 측면에서도 대학을 위한 선행과 경쟁이 아닌 강의·토론·실습으로 교육받으며 틀려도 비난하지 않고 알맞은 답을 알아가는 방향으로 교육하며 자라날 아이를 위한 환경을 조성했다.

부모에게 유용한 출산제도 형성에 노력해야

우리나라가 제공하는 임신·출산과 관련된 생애주기별 복지 서비스는 ▲영양 플러스 ▲첫만남이용권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사업과 ▲출산 급여 ▲아이 돌봄 ▲전기료 감면제도가 있다. 이런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산율 0.7명’이란 처참한 결과가 나왔다. 단순한 금전 지원에 그칠 것이 아니라 아이가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가족 친화적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직장인 부모가 육아휴직·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하며 이는 부모가 소속된 기업의 협조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태어날 아이뿐만 아니라 이미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가고 있는 국민의 삶을 위한 대책 마련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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