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버린 쓰레기, 기후위기 대응 발목 잡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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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버린 쓰레기, 기후위기 대응 발목 잡을 수도
  • 임혜린
  • 승인 2023.10.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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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수거·선별 노동자 수작업으로
“올바르고 적극적인 분리배출 필요”

세계기상기구(WMO)는 앞으로 5년 안에 역사상 가장 극심한 폭염이 나타날 가능성이 98%에 달한다고 전망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 열대화 (Global boiling) 시대가 도래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지구의 골든타임이 7년 정도라고 말한다. 지난 2021년 환경부는 ‘수도권은 2026년부터 이외 지역은 2030년부터 직매립 금지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쓰레기 매립 시 발생하는 고농도 메탄을 줄여야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쓰레기는 기후변화 문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안이다. 우리가 만들고 버리는 쓰레기가 어떻게 우리에게 다시 돌아오는 걸까? 그 발자취를 따라가 보았다.

무심코 배출하는 쓰레기, 위협받는 환경미화원

오전 6시, 권용달 안동시청 환경미화원은 송천동 분리수거장에 도착한다. 재활용폐기물이 종량제봉투와 함께 길거리까지 어지러이 쌓여있다. ‘무단투기 금지’ 문구가 무색하게 제대로 분류하지 않은 플라스틱, 음식물이 묻어있는 배달음식 용기, 라벨을 뜯지 않은 상자들도 보인다. 익숙한 듯 생활폐기물을 한곳으로 모아두는 것부터 종이류 정리와 재활용 분리배출 작업을 이어간다. 불쾌한 냄새나 작업의 양이 문제가 아니다.

무분별하게 쌓인 쓰레기 더미 속 어딘가에 있을지 모를 커터칼, 라이터, 유리병 등이 가장 두렵다고 말한다. 긴장 속에서 송천동 일대의 모든 분리수거장을 정리하는데 하루 평균 7시간 정도를 소요한다. 권 환경미화원은 “배출 시간을 지키지 못하더라도 분리배출만큼은 신경 써주면 좋겠다”며 “날카로운 쓰레기를 그냥 버려두면 정리하는 사람이 다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올바른 분리배출 을 실천하고 칼날과 유리 조각 등은 신문지로 감싸 배출하는 사소한 배려만으로도 환경미화원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종량제봉투에는 ‘타는 쓰레기’만 버려야

종량제봉투에 담긴 생활폐기물과 음식쓰레기는 안동시 풍천면에 있는 광역소각시설인 ‘맑은누리파크’로 모인다. 이곳에서는 ‘타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분홍색)’에 담긴 쓰레기를 소각 처리하고 있다. 소각은 폐기물을 매립하는 것보다 부피와 무게를 크게 줄일 수 있고 매립 공간을 절약할 수 있어 효과적이고 지속해서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소각시설 건설비 및 유지관리 비용이 다른 폐기물 처리 방법보다 월등히 높아 비용 부담이 있다.

게다가 폐기물 소각 처리 과정에서 연소가스로 인한 대기오염, 폐수 발생에 의한 수질 오염 등 2차 환경오염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환경오염 방지를 위한 각종 시설이 추가로 더 필요하다. 대다수 지역과 달리 안동시는 폐비닐을 분리배출 하지 않는다. 인구 등을 고려한 지역 특성상 자원으로 회수하는 비용보다 소각하는 것의 이익이 더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폐비닐도 종량제봉투에 함께 버리면 된다. 스티로폼 용기 또한 가연성 쓰레기이므로 일반 종량제봉투에 담아 배출해야 한다. 특히 종량제봉투 그대로 압축하기 때문에 타는 쓰레기와 타지 않는 쓰레기를 분리배출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압축된 '재활용 불가능' 폐기물이 폐기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압축된 '재활용 불가능' 폐기물이 폐기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분리배출 안 된 쓰레기 어떻게 처리되나

재활용폐기물과 대형폐기물은 ‘안동시광역매립장’에 모인다. 수거업체가 싣고 온 쓰레기 중 대형폐기물부터 수작업으로 제외하기 시작한다. 대형기준은 컨베이어벨트에 실을 수 있는지다. 대형폐기물을 제외한 쓰레기는 전부 컨베이어벨트 위로 떨어진다. 천천히 움직이는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총 6명의 노동자가 각자 자리에서 재활용할 수 있는 폐기물을 골라내 같은 재질과 형태, 비슷한 색깔끼리 마대에 담는다.

모든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가능할 것 같지만 실제로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은 드물다. 플라스틱의 재질별로 녹는 온도가 다를 뿐 아니라 형태와 색깔에 따라 재생 원료의 가치가 증감하기 때문이다. 선별 후 자원으로 회수할 수 있는 ‘재활용 가능 쓰레기’는 따로 정리해 민간에 위탁 처리하거나 재활용 업체 등에 매각한다.

금속 캔은 철 캔과 알루미늄 캔으로 노동자가 손수 선별한 후 압축해 재활용하는 곳으로 보낸다. 물론 재활용 공정을 방해하는 담배꽁초 등의 이물질이 섞인 것은 제외한다. 스티로폼이라 불리는 발포 합성수지는 분쇄 후 녹여 실처럼 뽑아내 재생 원료를 만든다. 여기에서도 노동자의 손이 필요하다. 대부분 송장 스티커가 붙어있어 일일이 떼야 하기 때문이다.

이수철 안동시 매립시설 운영팀장은 “분리배출에 신경 써 준다면 선별과 재활용 과정에서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다”며 “종이나 스티로폼 상자의 송장 스티커를 제거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더불어 안동시 광역매립장은 일반인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직접 매립장에 방문해 견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폐기물 쌓인 매립지, 문제는 메탄가스

‘재활용 불가능’으로 선별된 폐기물은 다시 모아 압축, 정리한 후 일정 시간 보관돼 있다가 폐기 처분 후 매립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 생명과 직결되는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한다. 쓰레기가 소각되는 만큼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것도 문제가 되지만, 쓰레기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메탄이 전 세계 배출되는 주요 온실가스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에 끼치는 영향을 수치로 표현한 지구온난화지수(GWP)를 보면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약 30배 강력한 수치를 보인다. 한편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지난해 작성한 ‘2021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에 따르면 ‘1,046만 톤’의 폐기물을 매립 처리했다.

대부분의 매립장은 메탄가스를 회수해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잉여량은 연소시켜 이산화탄소로 바꿔 배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안동시광역매립장은 비용 등의 문제로 연료화 작업을 하지 못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근본적으로는 매립 쓰레기의 무게와 부피라도 줄여야만 하는 상황이다. 최동혁 환경공학과 교수는 “사실상 우리나라 메탄 발생 문제는 구조적인 사회 체계 개선부터 이뤄져야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개인이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고 분리배출을 철저히 하는 등 자원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새로운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제는 모두가 책임감 느껴야 할 때

안동환경운동연합과 안동시 시민공회 환경분과 또한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 5월 20일 안동시광역매립장 생태탐방을 통해 매립장을 견학하며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을 익혔다. 이후 환경분과는 지난 8월 31일 ▲일회용 포장 용기 사용하지 않기 ▲텀블러 사용하기 ▲분리배출 하기 ▲폐자원 재활용하기 등의 캠페인 내용을 담은 ‘환경을 살리는 시민의 작은실천’ 홍보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서옥림 안동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올바른 분리배출로 소각 및 매립의 양을 최소화하는 것이 최우선이다”며 “가장 좋은 것은 쓰레기를 덜 만드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제로 웨이스트 상품을 이용하거나 필요 없는 물건은 받아오지 않는 습관으로 가볍게 시작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편리함을 위해 무책임하게 내놓은 쓰레기들이 기후 위기의 문제로 다시 우리에게 되돌아오고 있다. 이제는 더는 외면할 수 없는 우리의 흔적이다. 조금만 더 적극적이면 다가올 위협을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다. 전문가들은 ‘최악의 찜통이었던 올해보다 내년은 더 더울 것’이라 전망한다.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이고 음식물이 묻은 쓰레기는 씻어서 버리는 것, 종이나 스티로폼 상자에 붙은 송장 스티커는 떼서 버리는 것부터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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