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원이라도 더 모으자’, 고물가 시대 ‘짠테크’에 열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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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원이라도 더 모으자’, 고물가 시대 ‘짠테크’에 열광하다
  • 오정훈 수습기자
  • 승인 2023.06.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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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고물가에 ‘티끌 모아 태산’
십 원짜리 포인트 모으기 인기
그림 권해진
그림 권해진

 

요즘 어느 식당이나 마트에 가도 가격이 오르지 않은 곳이 없다는 게 느껴질 정도로 고물가 시대가 체감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20년 0.5%, 2021년 2.5%에서 2022년 5.1%로 크게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런 험난한 상황에 맞서기 위해 대학생 사이에 유행하는 것이 바로 ‘짠테크’다. ‘짠돌이’와 ‘재테크’의 합성어인 ‘짠테크’는 생활비 사용을 최대한 줄이거나 적은 돈이라도 모아 쌈짓돈을 만드는 것이다.

‘욜로’는 옛말 ‘짠테크’가 대세

이런 유행은 몇 년 전 ‘욜로’가 유행하던 상황과는 정반대의 양상을 보인다. 욜로는 ‘You Only Live Once’의 약자로 ‘인생은 오직 한 번뿐이다’라는 의미로 한 번 밖에 못사는 인생 현재를 즐기자는 뜻이며 자신의 취미나 행복을 위해 아낌없이 돈을 쓰는 행위를 말한다. 욜로가 유행하던 시기에는 비싼 명품이나 여행을 간 모습을 찍어 SNS에 올리는 사람이 많았다. 2017년 롯데홈쇼핑의 히트상품 TOP10을 보면 프리미엄 브랜드, 디자이너 브랜드가 대거 진입했고 200만~300만 원대 상품 수요도 전년 대비 47% 이상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욜로에 대한 관심은 고물가 시대 이후 줄어들었다. KPR 인사이트 트리에 따르면 2021년 하반기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소비 행태 관련 연관 검색어 분석 결과 ‘무지출’, ‘무소비’에 대한 언급량은 약 30% 증가한 데 반해 ‘플렉스’와 ‘욜로’에 대한 언급량은 약 11% 하락했다.

‘짠테크’로 인해 변하는 사회

짠테크가 떠오르며 사회 분위기도 변했다. 할인상품이나 소비기한 임박 상품 등 가격이 낮은 물건을 애용하는 사람이 늘어나 기업은 각종 가성비 상품 출시나 1+1 이벤트 등 소비자의 선호를 반영하고 있다. CU는 1+1행사 상품 수를 이전보다 94.5% 확대했고 GS25는 과거 가성비로 유명했던 ‘김혜자 도시락’을 재출시했다. 2022년 기준 전년도 매출과 비교해 롯데마트는 0.4%, 이마트는 1%밖에 오르지 않은 것에 비해 GS25는 6.5%, CU는 12%가 올랐다. 물건을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중고 시장 또한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중고 시장의 대표로 떠오르고 있는 당근마켓은 2022년 누적 가입자 수가 3,000만 명을 넘었고 중고 거래는 1억 6,400만 건 이뤄졌다고 집계됐다. 이렇듯 짠테크 유행은 하나의 현상으로 떠오르며 사회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짠테크’도 그저 돈을 아끼는 것만이 전부가 아닌 독특한 절약 방법이 있다. 이런 독특한 방법 중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하겠다.

거지처럼 아끼자 ‘거지방’

‘거지방’은 돈을 아끼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말한다. 채팅방에 있는 사람은 자신을 거지라 칭하고 지출을 공유한다. 만약 충동구매를 하고 싶거나 이미 구매를 한 경우 그 사실을 채팅방에 고백한다. 그러면 다른 사람이 돈을 아끼며 구매하는 방법이나 따끔한 질책을 하기도 한다. 거지방에 대해 자세히 알기 위해 지난달 19일부터 26일까지 일주일간 직접 ‘거지방’을 들어가 보았다. 책을 사려고 한다는 채팅에는 ‘도서관에서 빌리세요’나 네일팁을 사는데 1만 5천 원을 썼다는 채팅에는 사치라며 혼을 내는 답장이 돌아왔다. 그 외에도 취미나 관심사에 관련한 이야기를 하며 절약으로 지친 마음을 치유하기도 했다.

티끌 모아 태산 ‘디지털 폐지줍기’

‘디지털 폐지줍기’는 광고를 시청하거나 걷기 등 특정 행동을 하면 소정의 돈이나 포인트를 주는 앱을 통해 돈을 모으는 것이다. 길거리에 버려진 폐지를 모아 고물상에 팔아 소액의 생활비를 버는 폐지줍기와 겹쳐 보여 디지털 폐지줍기라 부른다. 이런 방식으로 돈을 주는 앱을 ‘리워드앱’이라 부르는데 대표적으로 토스 만보기나 캐시슬라이드가 있다. 특히 토스 만보기는 2021년 8월 46만 명이었던 누적 사용자 수가 2022년 5월 기준 850% 이상 늘어난 400만 명으로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했다. 김고은(생활복지·20) 학생은 “일정 걸음 수를 채우면 10~20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며 “다른 리워드 앱을 통해 한달에 5,000원~10,000원 정도를 벌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커피나 간단한 식사비용을 벌 수 있어 뿌듯하다”고 전했다. DMC미디어와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자 중 76.9%가 리워드앱을 알고 있으며 37.7%의 이용자가 최근 1년 사이에 리워드앱을 써본 적 있다고 응답했다. 디지털 폐지줍기의 수익구조는 사용자가 광고를 보면 기업은 광고주로부터 수익이 발생하고 이 과정에서 사용자는 수익 중 일부분을 받는 형식이다.

절약이 마냥 좋은 건 아니다

정갑연 무역학과 교수는 “대학생들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현재를 소비하지 못하고 절약하는 풍토가 조성된 거 같다”며 “대학생 때만 누릴 수 있는 행복이 있는데 그런 걸 누리지 못하고 미래를 불확실하다고만 생각해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사회에 나갔을 때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못하고 개인주의가 나타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표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짠테크가 소비 위축을 불러와 내수 침체로 이어져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과소비를 자제하고 절약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너무 절약에 얽매여 현재를 즐기지 못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만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도 올바른 삶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절약에 너무 집착하는 것 보단 삶을 즐기는 선에서 ‘짠테크’를 같이 하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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