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시를 떠나라고 등 떠미는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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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시를 떠나라고 등 떠미는 대학
  • 이지윤
  • 승인 2023.04.04 0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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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제 역할 해야 시 또한 재도약

국립대학육성사업에 따르면 국립대학을 ‘고등 인재 양성을 위한 국가기관으로서, ‘국립’으로서의 공공성 강화와 ‘대학’으로서 교육·연구의 경쟁력 제고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며 우수 지역인재 양성 및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난해 수도권 인구는 2,605만 3,000명으로 대한민국 전체인구의 50.5%를 차지하고 있다.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모든 인프라가 서울에 몰려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조차도 다 서울에 정착한 모양이다. 수험생뿐만 아니라 학교 구성원들 모두가 취업, 창업, 공부를 향해 ‘인 서울’을 위해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이런 비정상적인 쏠림 현상 속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우리 ‘국립안동대학교’는 어떤 위상과 역할을 가지고 있는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나

국가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 우리대학은 중요한 학문연구와 우수한 인재 양성을 통해 정부와 발맞춰 나아가고 있지만 여간 쉽지 않은 모양이다. 교육부 역시 다양한 재정지원사업으로 우리대학을 비롯한 국립대학과 긴밀한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있지만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경제적 지원이라는 ‘당근’과 가혹한 구조조정이라는 ‘채찍’은 자꾸만 ‘국립대학’라는 위치를 쥐고 흔들고 있다. 순수학문의 요람이 될 국립대학은 국가에 의해 단순히 신입생 등록률이 저조한 인문학, 기초과학 등 비인기 학과를 중심으로 통폐합할 수밖에 없다. 교내 길목에 널린 ‘어느 학과 누가 어디에 취업했다’라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보며 우리대학은 누구나 아는 유명한 곳에 학생을 내보내기 위한 ‘취업양성소’인지 학문과 연구를 위한 ‘진리의 상아탑’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교육부는 얼마나 실적을 냈는지 확인하는 성과 위주 평가를 통해 우수 대학을 판단하고 이런 평가를 위해서라면 정말 ‘대학과 대학원에서 굳이 인문학을 공부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말을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안동대는 안동에 없나요

‘안동’이라는 키워드를 검색창에 넣어보면 우리대학은 안동에 없는 대학 같다. 안동과학대는 바이오‘헴프’로 헴프 구제자유특구라는 지역 특색을 잘 살린 특성화학과를 신설했다. 또한 관광거점도시로서 안동이 잘 나타나는 ‘향토음식 스토리 상품 레시피 공모전’라는 특별한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가톨릭상지대는 반려동물 인구 증가에 발맞춰 ‘반려동물케어과’를 신설해 최근에는 ‘반려동물 보호 및 올바른 반려문화 조성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에 비해 우리대학은 각 대학에 비해 눈에 띄는 ‘안동시’에 관련한 행사나 ‘특색’ 있는 학과의 행보를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국립대학보다 더 ‘지역상생’ 목적에 더 부합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취업과 지역 발전 모두 한발 늦는 우리대학은 어떤 특색과 목표 의식을 가져야 할까.

빚쟁이가 된 마음으로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에 집중된 자원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우리대학은 몰락의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른다. 지역의 위기는 대학의 위기로 다시 대학의 위기는 지역의 위기로 끊어낼 수 없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지역과 대학의 존속을 위해 대학 구성원, 정부, 교육부, 지역단체 모두가 협력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르러 ‘사회초년생’으로서 대학생은 ‘좋은 직장’에 취업해 ‘잘 먹고 잘살기’가 목표일 수밖에 없다. 나 역시 학문을 위해 좀 더 공부할지 취업을 통해 지역사회에 이바지할지 하루에도 열두 번 고민하는 처지에서 우리대학과 지역의 미래를 걱정하는 게 우스워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든 우상향 그래프의 성과를 내야 한다는 숨 막히는 시선과 독촉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학생으로서, 교수로서, 직원으로서 해야 할 역할을 잘하다 보면 뭐라도 나아질까. 이제는 조금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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