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자신을 알라, 감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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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자신을 알라, 감사위원회
  • 김미애 기자
  • 승인 2019.06.13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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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시선으로 보는 과정 필요
자기만족 아닌 자타공인 위한 길

너 자신을 알라소크라테스가 인용한 이 말은 그리스의 유명한 격언이다. 이는 나 자신을 알았을 때 제대로 된 성찰이 가능하고 그에 맞는 발전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스스로 성찰하기 위해 일기를 쓰거나 제 3자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이 말은 개인이 아닌 단체에도 유감없이 적용될 수 있다. 하나의 공통된 목적으로 모인 단체의 구성원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현주소를 누구보다 정확히 알아야 한다. 개인의 행동이 아닌 집단의 행동은 보다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본사는 매달 신문을 발행하고 모든 기자로부터 평가보고서를 받는다. 이 보고서에는 잘 된 지면, 그렇지 못한 지면과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들을 자세히 기술한다. 이를 통해 우리 신문은 이번 ‘500’호에 걸맞게 판형유형과 더불어 지면의 명칭까지 매번 재고한다.

지난 499호에는 40주년 특집으로 현직 기자와 독자들이 보는 우리 신문에 대한 의견을 받은 바 있다. 그 결과 내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점이 보였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재정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처럼 스스로 성찰함에는 한계가 있고 스스로 보는 나와 타인이 보는 나 사이의 괴리감은 어쩔 수 없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대학은 어떤가? 우리대학 총학생회는 지난 선거 때 감사위원회 권한 확대를 첫 번째 공약으로 내세웠다. 학생들이 의구심을 가질 수 있는 재정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사무나 업무 진행 등 감사 영역을 넓혀 깨끗한 학생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 그 목적이다.

여기서 감사위원회는 우리대학 학생회칙을 근거로 한다. 학생회칙 제54조 제7항 제1호는 정기감사는 2/4분기 및 4/4분기에 해당하는 학기말에 시행한다고 명시돼있다. 이에 총학생회장은 추후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를 열어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논의를 거쳐 일정을 정할 것이라고 했으나, 아직까지(5.30 기준) 전학대회 일정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벌써 학기 말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감사위원회 구성원 역시 정해진 바가 없다.

감사주체인 감사위원회의 구성도 짚고 넘어갈 사안이다. 감사위원에는 감사의 대상으로 하는 총학생회 집행국(), 단과대학 학생회, 학부() 학생회, 총동아리연합회(총동연)의 일원이 포함돼야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학생회칙 상 감사위원회 구성에서 총동연 일원은 찾아볼 수 없다. 감사자가 피감사자의 실정을 모른 채 제대로 된 감사를 할 수 있을까?

감사를 목적으로 대면하는 것은 긴장되는 일이다. 그 누구도 감독받고 평가당하는 것을 달가워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조직 및 단체가 올바른 방향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감사를 겸허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이는 비단 총학생회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총학생회 이전에 단과대 학생회가 있고 학과()별로 학생회가 있다. 물론 학생회는 자체평가를 통해 성찰하는 과정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앞서 강조했듯이 스스로가 보는 나와 타인이 보는 나의 모습은 같을 수 없다. 내가 찍은 나의 사진과 타인이 찍어준 나의 모습의 차이가 이를 뒷받침해준다. 내가 원하는 각도에서 알맞은 타이밍에 찍은 사진은 나의 모든 모습은 아니다. 이렇다면 단지 1인칭의 관점에서 나를 보게 되고 결국 자신에게 이 정도면 됐어와 같은 합리화만 늘어날 것이다.

감사는 감독하고 검사함을 뜻한다. 제대로 된 감사 절차를 거친 감사의 결과는 신빙성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고 피감사자에게 더 나은 발전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흠이 드러나는 것이 두렵고 이미지에 타격을 준다는 이유로 이 과정을 회피하는 단체는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

현 총학생회는 학생들이 의구심을 가질 수 있는 여러 영역을 감사해 깨끗한 학생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들이 내세운 첫 번째 공약이 언제 이행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우리의 손으로 개정한 학생회칙에 맞게 머지않은 날에 감사위원회가 발족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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