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 좀 주세요”, 국책사업비 지원에 목매는 국립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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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돈 좀 주세요”, 국책사업비 지원에 목매는 국립대
  • 박주원
  • 승인 2023.04.04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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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지자체로 재정지원 주체 전환
글로컬 사업 등 대규모 정책 변동 예정
사업 선정 위해 ‘통합’ 추진하는 우리대학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사업)와 글로컬 대학 사업 등 최근 급변하는 정부의 대학교육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방안과 추진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달 진행한 우리대학 총장임용후보자선거 토론회에서 가장 먼저 등장한 질문이다. 총장임용 1순위 후보자 정태주 교수를 포함한 네 후보자는 사업 선정에 모든 역량을 동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차기 총장의 1순위 과제로 언급될 정도로 우리대학이 사업에 목매는 모습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전국 대학을 휩쓸고 간 지난 2016년 프라임 사업은 물론이고 늘 부족한 대학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각종 사업 선정에 뛰어들어 ‘국책사업 10관왕’을 달성할 정도로 이 분야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사업 의존도 높은 우리대학

우리대학은 학생 역량 강화를 위한 비교과 프로그램은 물론 즐거운 학교생활을 위해 도서관, 중앙광장 등에서 크고 작은 행사를 진행한다. 그런데 이 모든 프로그램의 홍보문을 보면 하나같이 프로그램명 앞에 괄호가 따라붙는다. 바로 [00사업단],[00사업] 안내다. 도서관의 북모닝과 도서관 캠프,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의 취·창업 프로그램, 학생상담센터의 상담 프로그램, 심지어 월드컵 응원전까지 전부 사업의 도움을 받았다. 대학 재정지원사업은 정부가 특정 목적을 이루기 위해 국고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국립대학육성사업 ▲대학혁신지원사업 ▲LINC 3.0 (산학협력 선도대학육성사업) ▲SW중심대학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 교육부가 대학혁신지원사업과 국립대학육성사업의 재정비를 예고하며 두 사업에 속했던 프로그램의 진행이 주춤했고, 그 여파는 캠퍼스에서 곧바로 체감할 수 있었다. 지난해 3월에는 국립대학육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ANU Square에서 개강 기념 행사(두근두근 개강, 너희들을 환영해)와 월드컵 응원전을 진행했으나 올해는 별다른 행사 없이 지나갔다.    

나라 허락받고 쓰는 용돈 ‘사업비’

우리대학의 예산에는 등록금(수업료), 입학전형료 등으로 충당하는 대학 자체수입금 외에도 외부에서 받아오는 ‘지원금’이 적지 않은 액수를 차지한다. 이는 국립대학육성사업, 대학혁신지원사업 등에서 끌어온 수입으로 지난해 기준 95억 가량이다. 대학 자체 수입금은 대부분 인건비와 물건비, 공공요금(전기, 수도 등), 자산취득 및 운용 등 대학 운영에 반드시 필요한 분야에 사용된다. 하지만 우리대학은 연이은 신입생 충원율 하락과 재학생 중도탈락으로 등록금 수입에 큰 타격을 입었다. 2019년 우리대학의 등록금 수입은 200억 원에 달했지만 정원 감축과 신입생 미충원을 겪은 올해 등록금 수입은 160억 원 가량에 불과해 예산지출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지만 ‘지원금’에서 예산을 끌어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재정지원사업에서 벌어들이는 사업비는 사용 규칙과 방법이 명시돼 있어 대학이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고 지정된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아무리 많은 사업을 유치해 재정을 충당해도 해당 용도 예산이 아니라면 그림의 떡일 뿐이다. 궁여지책으로 등장한 것이 ‘대체사업 발굴’이다. 기존에 대학 자체 수입금으로 지출하던 예산을 지원금으로 대체할 수 있는 근거를 찾는 일이다. 간단하게는 사무용품 구입비부터 기존 대학 행사의 예산을 재정지원사업에서 끌어오는 등의 방식으로 2021학년도부터 매년 8억 원 가량을 지원금으로 대체했다.    

대학 재정지원의 대규모 변동

지난해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지방대 지원과 대학 규제 완화 등을 언급하며 정책에 큰 변화가 예상됐고, 지난 3월 9일 교육부의 발표가 마침내 그 신호탄을 쐈다. 주요 발표 내용은 국립대학육성사업과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운영방식 변경이다. 지난해와 달리 국립대는 국립대학 육성사업의 지원만 받는다. 대신 기존 대학혁신지원사업의 국립대 지원분(1,565억 원)을 국립대학육성사업으로 옮겨 4,580억 원 규모로 국립대학 육성사업을 운영한다. 주목할만한 희소식도 있다. ‘사업비 집행 자율성 제고’를 통해 이전보다 유연한 사업비 운용이 가능하게 됐다. 쉽게 말해 사업비(지원금)로 공공요금 부담을 덜 수 있게 된 셈이다.      

학교에서 적잖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재정지원사업이 이번년도부터는 격변하게 된다. 정부는 ▲국립대학육성사업·대학혁신지원사업 통합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사업의 개시 ▲글로컬대학 사업 시행을 예고했다.

지자체가 돈줄 쥐는 RISE 사업

총장임용후보자선거 공개토론회를 뜨겁게 달군 RISE사업도 윤곽이 드러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내놓은 ‘지방대학 시대’의 일환인 RISE사업은 중앙정부에 달려있던 재정지원사업의 관리·감독 권한을 지자체로 이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우리대학이 참여하고 있는 지역혁신플랫폼사업 (RIS), LINC 3.0사업과 이미 진행 중인 평생교육체제 지원사업 (LiFE),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사업 (HiVE), 지방대활성화 사업을 모두 통합하고 지자체가 주도해 재정지원을 결정한다. 기존에는 교육부·과기부·중기부 등 분야별 정부 부처가 대학에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었다면 RISE 사업은 ▲지역정주형 취·창업 연계 ▲지·산·학·연 협력 ▲직업·평생교육 ▲지역현안해결을 모범 모델로 삼아 정부 각 부처가 지자체에 예산을 지원하면 지자체의 전담 기관이 예산을 조정·심의해 통합 지원하는 형태로 변모한다. 2025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사업이지만 우리대학은 경상북도가 RISE 사업 시범지역에 선정돼 올해부터 시행 예정이다. 경상북도는 ▲1시·군 1대학 ▲경북연합대학 등의 형태로 대학을 지원할 예정이다. 경상북도 RISE 사업은 경북연구원이 전담 기관을 맡아 ‘투자는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방침으로 향후 10년간 가용 재원의 10%인 약 1조 5천억 원을 교육 대전환에 투자할 계획이다.

전국에 30개만 남긴다, 글로컬 대학 사업

RISE 사업만큼 큰 주목을 받은 사업이 2027년까지 비수도권 대학 30개교에 교육부가 5년간 1천억 원씩 지원하는 글로컬 대학 사업이다. 경상북도 내에 글로컬 대학이 선정될 경우 경상북도 또한 5년간 1천억 원을 함께 투자할 방침이다. 글로컬 대학 사업 선정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1천억 원 때문만이 아니다. 교육부는 글로컬 대학 선정 시 규제 우선 완화, RISE 체계 내 집중 지원·중앙부처 재정지원사업 신청 시 가점 및 예산 인센티브 부여, 산업계 우수 인력 파견과 같이 다양한 지원으로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글로컬대학 선정에 있어 ‘과감한 도전’, ‘혁신’을 핵심 키워드로 삼았다. 함께 제공한 예시는 ▲대학 간, 지역 연구기관 간 통합 ▲교수진을 기업 경영인으로 구성하는 ‘창업 대학’과 같이 기업-학교 간의 벽 허물기 ▲무학과 단일계열 모집과 같은 학문·학과간 벽 허물기 ▲외국인 유학생 50% 이상 유치 ▲재교육과정을 학부 교육과정으로 운영 ▲지역 산업에 맞춘 학과 재편 등이다. 총장임용후보자 공개토론회를 비롯해 최근 대학 통합 이슈가 자주 언급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교육부는 올해 안에 10개 내외 대학을 선정하고 2027년까지 총 30개 대학을 선정할 예정이다. 경북도립대 통합으로 돌파구 찾는 우리대학 공개토론회뿐만 아니라 최근 우리대학 학습관리시스템(LMS)를 통해 진행한 설문 역시 대학 통합 논의의 불씨를 지폈다. 구체적인 통합 대상 대학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구성원 의사를 묻는 등 글로컬대학 사업에 적극 대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혁재 기획처장을 만나 우리대학과 타 대학의 통합 가능성, 진전사항을 묻자 “이미 경북도립대와 통합을 논의 중이다”는 구체적인 답변을 받았다.   경북도립대(도립대)는 예천군에 위치한 13개 학부(전공), 전체 재학생 850여 명 규모의 경상북도 직속 공립대학이다. 이미 지난 십 수년간 여러 번 통합설이 일었으나 최근 글로컬대학 사업과 RISE사업으로 급변한 분위기에 보다 발전된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이 처장에 따르면 도립대와의 통합 과정은 국립대학인 우리대학 위주로 이뤄질 전망이다. 전문대인 도립대의 학과들은 4년제로 완전히 전환하거나 2·3년제를 유지하는 특화 단과대학 설치 등 다양한 방법을 준비 중이다. 도립대가 수행하던 및 평생교육 기능은 우리대학이 이어 나갈 예정이다. 대구·경북 권역 타 대학과의 추가 통합도 장기적인 과제로 남아있으나 금오공대, 경북대와의 통합은 요원하다. 금오공대와의 통합 논의는 제대로 밝혀진 바가 없으나 공개토론회에서 ‘금오공대는 안동대가 공대를 주면 통합을 고려한다고 했다’(안상준 후보) ‘금오공대는 통합이 아닌 공대만 가져가길 희망하고 있다’(정태주 후보)는 발언으로 미루어보아 현 상황에서 통합 논의는 실현 가능성이 적어보인다.  

이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이 처장은 이번 글로컬대학 사업이 “생존이 아닌 성장의 기회”라고 말하며 글로컬대학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미 현재진행형인 대학 내부 구조조정의 갈등은 물론 타 대학과 통합으로 인한 갈등까지 첩첩산중이 예상된다. 과연 차기 총장은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지 그 능력과 우리대학의 운명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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