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느낀 미리 보는 컵보증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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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느낀 미리 보는 컵보증제
  • 안정은
  • 승인 2023.03.0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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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시행했던 컵보증제 부활
제주, 울산 시범운영, 회수율은?
컵보증제 보이콧. 고통받는 점주

컵보증제는 일회용 컵, 용기 회수와 재활용을 목적으로 판매자가 정부가 정한 보증금을 제품 가격에 반영해 구입하고 반납과 동시에 보증금을 되돌려받게 되는 제도를 말한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2020년 5월 20일 국회를 통과해 2022년 6월 10일에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환경부가 6개월 유예된 2022년 12월 1일 시행을 발표했다. 제주, 울산에서 시범운영 중이며 보증금은 300원이다.

폐지됐던 컵보증제, 부활하다

일회용 컵 사용이 늘어나자 2003년 7월 1일부터 환경부는 컵보증제를 시행했다. 39개의 브랜드, 3,500여개의 패스트푸드점 및 커피전문점과 ‘일회용품 줄이기 자발적협약’을 체결해 컵보증제가 시행됐다. 일회용 컵 한 개에 보증금은 50원부터 100원이었고 컵보증제 이후 일회용 컵 회수율은 2003년 23.8%, 2004년 31.6%, 2005년 33.6%, 2006년 38.9%로 매년 2~5%씩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미 환불금을 기업이 홍보비용과 같은 부당한 용도로 쓰거나 자발적 협약에 의해 진행된 제도였기에 보증금 반환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2008년 3월 1일 컵보증제는 폐지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카페를 비롯한 수많은 프랜차이즈 가게가 생기면서 일회용 컵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컵보증제가 폐지된 2008년 발생한 일회용 컵은 3,500여 개가량이었지만 10년 뒤인 2018년엔 3만 549개로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게다가 2018년 4월 중국의 폐비닐 수입 금지 조치로 인해 재활용되던 폐비닐을 수출하지 못하자 수거 거부가 일어났다. 일회용품 사용 증가와 겹친 악제로 쓰레기가 상당히 늘어난 것이다. 이에 제주, 울산에서 내년 12월까지 컵보증제를 시범운영 후 성과 평과를 거쳐 2024년에 제도 확대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환경부의 입장이다.

제주도 한 매장에 설치된 일회용컵 반납기이다.
제주도 한 매장에 설치된 일회용컵 반납기이다.

 

컵보증제 시행 3개월, 제주에서 바라보다

1월 5일 환경부에서 진행된 비공개 브리핑에 따르면 12월 2일부터 한 달간 소비자들이 찾아간 보증금은 2,539만 7,300원으로 컵으로 환산하면 9만 7,991개가 회수된 셈이다. 10개당 2~3개가 반납된 것으로 환경부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수치를 봤을 때 결코 느린 속도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여기엔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다. 현재까지 컵보증제 대상 가게는 전국 매장 100개 이상 보유한 프랜차이즈 브랜드이다. 지역에는 매장이 많지만 전국으로 봤을 때 100개가 안 되거나 개인 소유의 작은 카페들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러한 형평성 문제로 인해 제주도는 컵보증제 의무 대상 사업장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 추진을 검토 중이다. 현재 컵보증제를 적용받는 가게 중 가장 매출이 적은 가게를 기준으로 삼아 그보다 일회용 컵을 더 사용하거나 매출액이 높은 가게도 컵보증제 의무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이다. 한편 제주에서 프랜차이즈 가게를 관리 중인 박 점장은 “하루에 컵이 약 100개 정도 팔린다” 며 “하지만 실제 반납되는 컵은 하루 2~3개의 불과하다”고 전했다. 이어 “타 가게의 일회용 컵을 우리 가게의 두고 가는 사람들도 많다. 일회용 컵은 각 브랜드와 가게마다 차이를 두고 있어 우리 가게에 반납이 불가함에도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민재희 담당자는 “하루에 100개가 넘는 컵에 라벨 스티커를 붙인다”며 “매장 업무도 바쁜데 일이 추가된 느낌이다”고 말했다. 이어 “피크타임 때는 라운드를 잘 보지 못한다. 피크타임이 끝나면 일회용 컵과 매장에서 제공하는 컵이 뒤섞인 채 쌓여 있다”고 밝혔다. 실제 환경부는 다른 프랜차이즈 브랜드 일회용 컵은 반납받지 않아도 됨에도 다른 브랜드 컵을 받아준 매장이 117곳이라 밝혔다. 제주와 세종의 컵보증제 대상 매장은 652곳이다. 이에 환경부와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는 일회용 컵 교차 반납을 허용하기 시작했으나 일부 매장에서 교차 수거를 불허해 일부 상품은 보증금 환수를 받으려면 해당 매장을 재방문해야 한다.

컵보증제는 사실상 점주 부담? 컵보증제 보이콧

지난달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컵보증제 시행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서 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은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를 시행하기 앞서 충분한 보상방안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일회용 컵에 붙이는 라벨지는 환경부 방침에 따라 자원 순환보증금 관리센터에 선입금하면 약 3주 후에 매장으로 배송되는 구조다. 라벨 스티거값은 개당 7원이고 컵이 표준 용기면 4원, 비표준 용기는 10원의 처리요금이 들어 음료 한 잔을 팔면 약 11~17원의 점주 부담이 생긴다. 또한 매출의 대부분이 테이크아웃인 매장의 경우 컵보증제 이후 매출이 감소했다. 재활용 컵 보관 및 처리 문제도 있다. 일회용 컵을 사용한 고객이 컵을 씻고 반납하는 게 권장 사항이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손님이 몰리는 피크타임에는 회수, 관리하기 어렵다. 이에 제주의 매장 467곳 중 187곳은 컵보증제를 보이콧 중이다. 법적으로 컵보증금제를 이행하지 않으면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나 강제 징수보다는 설득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제주의 입장이다. 한편 환경부는 컵보증금제 활성화를 위해 자원순환보증금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보증금을 반환받으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탄소중립실천포인트를 일회용 컵 한 개당 200원 지급 방안과 개인 텀블러 사용 시 300원의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어 교차 수거와 보증금 환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버스정류장과 같은 사람들이 자주 들리는 장소에 간이 수거기를 배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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