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 찬 융합전공 육성정책, 현실은 보완할 점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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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 찬 융합전공 육성정책, 현실은 보완할 점 많아 
  • 이철승
  • 승인 2021.09.1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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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 노력에 16%까지 참여율 상승
강의 추가개설 등 개선은 지지부진
체계적인 관리방안 및 개편 필요

우리대학은 지난 2017년부터 ‘4차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융합형 인재 양성’이라는 목표로 융합전공 확대정책을 펼치고 있다. 2017년 문화재수리학, 사회복지학 등 기존의 7개 연계전공을 융합전공으로 명칭 변경했고 2020년 대거 9개 전공 신설을 거쳐 올해 총 21개의 융합전공을 운영 중이다. 융합전공 활성화의 일환으로 학사관리과는 지난해 11월 전체 재학생을 대상으로 다중전공제도에 대한 인식 여부를 조사했다. ‘다중전공제도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40.8%)와 ‘보통이다’(38.2%)로 답한 비율이 대다수였다. 학사관리과는 설문결과를 토대로 홍보 강화를 위해 다중전공 홍보동영상을 제작하고 홍보 클리어파일을 제작·배부했고 열린 상담실을 운영하며 관련 정보 접근성을 강화했다. 적극적인 전공 개설과 홍보로 2018년 79명에 불과했던 융합전공 이수 학생 수는 올해 216명(2021.08.01 기준)을 기록했다. 본부에서 2022년까지 목표한 졸업생 대비 융합전공 이수 학생 비율은 12%지만 2020학년도 졸업생은 1,346명으로 이미 16%를 넘어서는 참여율(216/1,346)을 기록했다.    

그러나 전공별 이수 학생 통계를 살펴보면 전체 융합전공 이수 학생 중 절반이 넘는 135명이 이수하는 사회복지학, 디지털마케팅융합전공(18명), 문화재수리전공(10명)을 제외하고 전공 당 5명 안팎에 불과하다. 2018년 이후 신설한 지식기반창업융합전공, 글로벌IT뱅킹융합전공, 융합공학전공은 올해 이수자가 없다.   우리대학 학사운영규정에는 ‘3년 통산 평균 이수자가 10명 이하일 경우에는 해당 융합전공을 폐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실제로 2017년에 실적 저조 융합전공 8개를 폐지한 전력도 있다. 하지만 교무과 문의결과 당장 전공 폐지 등 적극적인 개편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교무과 담당자는 “현재 융합전공별 이수인원은 파악하고 있다”며 “신설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전공들이기에 당장 평가하기보단 3,4년 이상 기다려야한다”고 답변해 당장 융합전공을 개편하는 것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줄어드는 강의 선택의 폭

학생들이 융합전공 이수를 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사관리과는 다중전공을 이수 중인 학생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시행했다(76명 참여). 조사 결과 다중전공 이수 중 어려운 점으로 ‘시간표 중복으로 수강신청 어려움’(57%)을 가장 많이 선택했으며 ‘융합전공 수업의 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융합전공 시간표를 짜다 보면 같은 학과 수업이 아니기에 시간표가 겹쳐 수강신청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빈번하다. 한 융합전공의 경우 이번 2학기에 개설한 9개 과목 중 월요일 7교시에만 4과목이 중복편성 되기도 했다. 시간표 편성 과정에서 융합전공 이수자에 대한 고려가 충분했는지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모 융합전공을 주관하는 A 교수는 “참여 교수들이 각자 학과 수업을 담당하시느라 바쁜 상황이다”며 “굳이 융합전공 수업을 위해 강의를 신설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것이다”고 융합전공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융합전공의 교육과정 편성 방식도 시간표 중복의 원인이다. 대학 홈페이지에는 각 융합전공마다 참여교수 명단이 공시돼 있지만 실제로 모든 참여교수가 교육과정 편성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주관학과 및 주관교수가 전공 목적에 맞는 교과목을 선정한 후 해당 교과목 개설 교수에게 동의를 구해 교육과정 편성을 결정한다. 그러나 편성된 교과목을 담당 교수가 반드시 개설할 의무는 없다. 해당 교과목을 담당 교수가 개설하지 않으면 외부교원이 해당 강의를 맡거나 그대로 폐강한다. 이 경우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교과목의 폭이 줄어들지만 강의 추가 개설, 강사 추가 고용 같은 별다른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추가 강의 개설과 융합전공 수업 질 향상을 위해 A 교수는 명예교수제 활성화를 제안했다. 우리대학에는 15년 이상 재임 후 퇴임한 교수가 5년간 명예교수직을 맡아 학기당 한 과목을 담당할 수 있는 명예교수제가 있으나 활발히 운영되지 않고 있다. 올해 1학기 기준 명예교수 49명 중 강의를 맡은 명예교수는 5명에 불과했다. 올해 우리대학 강의료 지급 기준액에 따르면 명예교수 강의료는 3만 4,800원으로 강사 강의료 9만 3,600원에 비해 상당히 차이 난다. A교수는 “외부교원보다도 떨어지는 명예교수 처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명예교수 강의가 늘어나면 외부교원 고용의 부담이 줄고 학생이 느끼는 수업의 질도 전임교원에 비해 떨어지지 않을 것”라고 말했다. 따라가기 벅찬 타 전공 수업 다중전공 만족도 조사에서 ‘강의, 시험 관련 정보력 부족’(53.2%), ‘수업을 따라가기 벅참’(35.4%)역시 다중전공의 어려운 점으로 나타났다. 두 경우 모두 융합전공 이수자가 배경지식이 부족한 타 전공 수업에 참여하면서 발생한 문제다.      

인문예술대 B 학생은 지난해 융합전공 이수를 위해 공과대 전공 교과목을 수강했지만 수업에 적응하지 못하고 저조한 성적을 받고 말았다. B 학생은 “처음 들어보는 공대 수업이다 보니 진도를 따라가기도, 시험을 준비하기도 힘들었다”며 “전공자 사이에 낀 융합전공 학생을 위한 배려와 대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SW융합교육원은 SW수업을 듣는 비전공자들을 돕기 위해 올해부터 튜터링 제도를 도입했다. SW관련 과목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융합전공 이수학생은 SW관련전공 학생을 멘토로 만나 한 학기동안 주 1회씩 지도받는다. 지난학기 ‘데이터베이스입문및활용’ 교과목을 수강하며 튜터링에 참여한 임수빈(미술·18) 학생은 “아무래도 비전공자다 보니 걱정이 많았는데 튜터링 덕분에 학습 능률도 오르고 좋은 성적을 받았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융합전공 확대 위해 노력하는 SW융합교육원

2020년부터 SW융합교육원은 SW기초교육을 거쳐 심화과정을 희망하는 SW비전공자를 위한 SW융합전공 7개를 운영하고 있다. 기존 융합전공 커리큘럼이 이미 개설된 전공선택 과목으로만 이뤄졌던 것에 반해 SW융합교육원은 융합전공 이수학생 편의를 위한 별도과목 개설을 위해 노력했다. 현재 SW융합전공만을 위해 신설된 SW교과목은 컴퓨터프로그래밍(2-1), 데이터베이스입문및활용(3-1), 통계분석과 빅데이터(3-2), 데이터분석및활용(4-1), Machine Learning(4-2)이다. SW융합교육원은 매년 2번 융합교육위원회를 개최해 교육과정 개편과 SW교과목 활용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눠 필요한 교과목이 있으면 추가 및 재편성한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데이터분석및활용, Machine Learning은 올해 개설되지 않았고 나머지 세 과목도 의무편성이 아닌 전공별 재량에 따라 편성한다. 때문에 일부 SW융합전공은 SW교과목을 이수해도 전공과목이 아닌 일반선택 과목으로 인정한다. SW융합전공센터 소속 C 교수는 “융합전공 교육과정은 전공필수가 아닌 전공선택으로만 개설 가능하며 12학점 이하로만 신설 편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 융합전공과 관련된 SW교과목을 편성하므로 각 SW융합전공마다 편성되는 SW교과목은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이번 학기에 SW교과목으로 개설한 ‘통계분석과 빅데이터’가 디지털전통문화융합전공과 디지털마케팅융합전공의 교육과정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로 “전공별 교육목적에 따라 편성하는 SW교과목이 다를 수 있다”며 “인문대와 사회대가 중심이 되는 융합전공은 자연대나 공대가 주관하는 융합전공보다 SW교과목 수가 작게 편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 제도상으로는 SW교과목 개설과 수강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듣고 싶은 SW교과목을 들어도 전공학점으로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는 반면 이론적으로 SW교과목을 1개도 수강하지 않고 다른 전공선택 과목으로만 36(부전공은 21)학점을 채워도 SW융합전공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셈이다.    우리대학보다 앞서 비슷한 문제를 해결한 다른 SW중심대학도 있다. 충북대는 9개의 SW융합전공을 개설하고 EASY(Evening Altogether SW study in Yard)코스 교과목 10개를 운영 중이다. EASY코스는 모든 교과목을 야간에 개설해 수강 편의성을 제공하며 대부분 수업이 실습과 함께 이뤄져 SW비전공자의 눈높이에 맞춘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EASY코스 교과목은 각 융합전공 교육과정에 최소 3과목에서 최대 9과목 포함돼있고 EASY코스 교과목으로만 24학점을 이수할 시 SW융합 부전공을 인정해준다.   뿐만 아니라 학생설계 융합전공을 운영해 학생이 스스로 교육과정을 설계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이 개성과 창의성에 기반한 자기맞춤형 전공을 구성하면 설계전공 코디네이터가 SW융합전공 설계를 지원해준다.      

우리대학 SW융합교육원 역시 융합전공 이수 학생들의 원활한 수강을 위해 의견을 최대한 반영중이라고 밝혔다. SW융합교육원 측은 “시간표 중복을 방지하기 위해 수업이 적은 금요일에 융합전공 수업을 개설 중이며 상황에 따라 저녁시간대에 수업을 진행하는 방법도 고려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공통과목 확립과 융합전공 포함 과목 확대 등 이수학생들의 수강 편의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C 교수는 “융합전공이 정착되는 과도기 과정이라 학생들이 교육과정운영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며 “많은 학생들이 관심 있는 SW융합전공에 참여해 SW역량도 키우고 학문이나 취업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미흡한 융합전공 관리, 컨트롤 타워 필요

창의융합학부는 인문사회계열 4개 융합전공, 이공계열 2개 융합전공을 개설했지만 심리과학융합전공(25명)과 지능정보기술융합전공(19명)을 제외한 전공은 전부 이수자가 10명 이하다. 2019년 융합전공 확대정책에 힘입어 야심차게 출범한 창의융합학부지만 기대한 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세훈 창의융합학부장은 무분별한 융합전공 개설을 지적하며 융합전공 구조개편을 주장했다. 정 교수는 “타 대학에 비해 과도하고 불안정한 융합전공 커리큘럼이 학생들의 혼란을 야기한다”며 “주전공을 기반으로 전공지식을 확산할 수 있는 구조를 확립해야 하지만 우리대학 융합전공은 이런 구조를 포함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저조한 융합전공 이수현황에 대해 “학생들에게 충분한 설명과 홍보 없이 국책사업이나 구조 개혁을 위해 융합전공을 개설하는 문제점이 수레바퀴처럼 돌아간다”며 “이렇게 개설된 융합전공은 사업이 끝나 관심이 떨어지면 유명무실해지고 만다”고 말했다. 특히 창의융합학부의 현 상황에 “6개 융합전공에 대한 구조 개편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학생들의 교육선택권에 지장을 주는 등 유·무형적 손실이 발생하지만 관련 제도 및 규정문제로 융합전공 개편이 어려운 현실이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융합전공 구조 개편을 주장하며 “융합전공을 전담 관리할 컨트롤타워를 세워 무분별한 융합전공 개설을 막고 중복되는 융합전공을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발전계획의 핵심으로 내세운 융합전공이지만 어느 부서도 책임지고 관리하지 않는다. 다양한 융합전공 개설을 외치며 홍보에 나서기 전에 학생들이 믿고 공부할 수 있는 융합전공의 내실을 먼저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SW융합전공을 이수하는 학생들이 튜터링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SW융합전공을 이수하는 학생들이 튜터링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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