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평가 기준으로 ‘부실대’ 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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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평가 기준으로 ‘부실대’ 낙인
  • 조준희
  • 승인 2021.09.1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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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개교 대상 대학기본역량진단… 52개 대학 선정 안 돼
기획재정부·교육부, 관할 사안 아니라 선 그어 지원 불투명
진단평가 지표 개선해 대학이 받아들일 만한 결과 도출해야

교육부가 지난달 17일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 일반대 136개교와 전문대 97개교가 일반재정지원대학에 선정됐다. 학령인구 감소 등에 대응하기 위해 2015년부터 3년 주기로 시행하는 진단평가는 대학 구조조정과도 끊을 수 없는 관계다. 우리대학은 2021학년도 신입생 충원율 72.9%에도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했다.

이번 진단에서 탈락한 52교는 3년간 총 140억 원가량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한다. 그뿐만 아니라 2022학년도 수시모집이 시작되기 직전 결과가 발표돼 입시 결과에도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지난달 20일까지 이의 신청을 받았지만 이전 진단에서 선정 결과가 바뀐 적은 아직 없다. 일반재정지원대학에 선정되지 못하면 흔히 ‘부실대’로 불리기도 한다. 특히 인하대, 성신여대, 군산대를 비롯한 25개 대학은 일반재정지원 확대를 위한 건의문을 기획재정부와 교육부에 제출했다. 이들 대학은 재정지원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으로 평가를 한 만큼 참여 대학엔 차등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측은 담당하는 부분이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다. 정부가 전체 예산 규모를 더 늘려준 상황에서 선정 대학 비율을 정하는 것은 교육부의 관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로써 대학은 재정지원에서 탈락한 부분에 대해 교육부에 구제 요청을 해야 한다. 하지만 교육부도 혁신지원사업비 배정과 관련한 기존 입장을 바꿀 수 없다고 밝히며 탈락 대학이 회생할 수 있는 길은 미지수다.

교육부 대학기본역량진단의 공정성을 의심해볼 수 있다. 전체 13개 지표(총점 100점) 중 배점이 가장 높은 ‘교육과정 운영 및 개선’(20점)이 정성평가 방식으로 반영된 탓에 논란은 더 커졌다.  학생 충원율이나 취업률 등 객관적 지표로 진단하는 정량평가보다 중장기 발전 계획이나 교육과정 등 정성평가가 진단에 영향을 미친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를 봤을 때 교육부가 ‘정량적 정성’이라고 발표한 지표 대부분이 ‘정성’ 지표로 기재돼 있다. 객관적이고 정량화한 수치로 평가한 것처럼 꾸민 정성평가였다.

인하대는 평가 대상 기간과 같은 시기에 교육부 대학자율역량강화 사업 중간평가에서 91.34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음에도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는 정반대였다. 인하대 총학생회까지 직접 나서 “공정한 평가인지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단 측은 “회생 불가능하거나 도덕성을 결여한 극소수 한계대학만 탈락시켜야 하는데 건전하고 회생 가능성이 높은 대학마저 권역별 줄 세우기로 떨어뜨렸다”고 입장문을 냈다. 여태껏 대학은 등록금 동결 정책에 따라 부족한 부분을 일반재정지원으로 채워왔다. 만일 탈락한 대학이 요구한 지원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등록금 인상도 고려할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

대학기본역량진단의 근본적 개선도 필요하다. 각 지표에 매겨지는 점수는 소수점 첫째 자리로 나오고 이를 평균 계산해 소수점 셋째 자리까지 나오는 값으로 평가한다. 군산대는 정량평가 50점 만점에 49.006점을 받아 높은 점수를 받고도 정성평가 45점 만점에 35.122점을 받아 탈락했다. 평가 지표 가운데 ‘수업 관리 및 학생 평가’는 정량 5점과 정성 4점으로 구성돼 있다.

군산대는 정량평가에서 4.733점을 받고도 정성평가에서 2.769점을 받았다. 같은 지표지만 정량·정성평가에서 불균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표다. 교육부는 이와 같은 점수를 주게 된 근거를 밝혀 모든 대학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여러 이유로 대학 구조조정이 더욱 필요해지며 교육부도 제자리걸음만 할 수는 없다. 25개 대학의 이의신청을 적극 검토하고 지원책을 늘려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 지역대학이 많이 포함된 이번 평가에서 지역사회 발전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어 공정하고 균등한 재정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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