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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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기다
  • 윤경민
  • 승인 2021.05.10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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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대의 아름다운 조화
보고 먹고 남길 수 있는 공간
전통적인 한옥에 현대적인 요소를 잘 포함한 '안동맥주' 내부 모습이다.
 잔잔한 바람이 불어오는 날, 안동 시내를 거닐다 보면 풍경소리가 들려온다. 풍경 속 붕어 모양 쇳조각이 바람에 흔들리며 딸랑딸랑 소리를 낸다. 맑고 경쾌한 소리에 이끌려 걷다 보면 정겨운 한옥이 눈에 들어온다. 안동시 중구동에 있는 한옥마을지구다. 한옥은 한국인의 집이다. 정연상 건축공학과 교수는 “한옥은 시대별로 조금씩 변화하는데 현대에는 시대가 요구하는 기능과 한옥의 성격이 결합해 또 다른 건축의 모습을 띤다”며 “오늘날 우리 삶의 방식과 형태, 신체 크기에 맞춰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안동 시내에도 자신만의 개성을 띤 한옥건축이 있다. 따사로운 햇볕 아래 한옥의 고즈넉함과 편안함을 간직하면서도 현대의 모습을 지닌 한옥을 찾아봤다.
추억을 남기다
 중구동에는 한옥 사진관인 사진공방소조와 초원사진관이 있다. 사진공방소조는 사진을 전공한 두 친구가 함께 운영한다. 소조는 초상을 높여 부르는 말로 부르기도 쉽고 공간의 이미지를 잘 표현한다. 사진공방소조의 공동 대표인 김지수(28세·중구동) 대표와 김도희(28세·중구동) 대표는 “한옥을 배경으로 한 사진관이라는 점이 사진공방소조만의 특별한 장점이다”며 “한옥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이 공간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사진을 찍고 그만의 안락한 분위기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초원사진관은 사진과 함께하는 사회·문화적 활동 공간이다. 초원사진관은 중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이 지어준 이름으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따왔다. 이재각(38세·중구동) 초원사진관 대표는 지속가능한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분단과 지방소멸 문제에 대한 생각을 사진으로 표현한다. 이 대표는 “이 공간은 사진관이면서 서로의 인생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모임의 장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매주 목요일마다 ‘사진의 숲’이라는 이름으로 오픈스튜디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참여 인원이 지금보다 더 늘어난다면 외부작가를 초청해 소통하는 시간을 마련할 예정이다”며 “다른 누군가의 시선을 통해 많은 사람이 조금 다른, 어쩌면 같은 세상의 단면을 만나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표했다.
고즈넉함에 쉬어가다
 사진공방소조와 초원사진관 사이에는 나란히 한옥카페가 붙어있다. 바로 오감과 미드레인지다. 오감은 전통채색화와 한옥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카페다. 오감이라는 이름은 한자 느낄 감에서 영감을 받아 오감으로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윤승민(40세·용상동) 오감 대표는 “원래 한국전통을 좋아했다”며 “있는 그대로의 한옥이 주는 아름다움에 반해 한옥카페를 운영하게 됐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편안함이 한옥의 매력이라고 생각해 인테리어도 크게 손대지 않았다. 불편한 부분도 있지만 똑바르지 않은 벽과 울퉁불퉁한 바닥이 심적으로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며 불완전함이 아름답다고 말했다. 미드레인지는 차를 전문으로 하는 티 카페다. 권오숙(55세·중구동) 미드레인지 대표는 첫 직장을 다닐 때 전통 찻집의 매력에 빠져 티 카페를 운영하게 됐다. 평소 친환경·친자연을 추구했고 우연히 한옥과 인연이 닿아 한옥카페를 운영하는 중이다. 권 대표는 “차와 관련된 상호를 고민하다가 관련 업계에서 최고는 아니지만 최하도 되고 싶진 않다는 생각이 떠올랐다”며 “중간 정도에서 최선을 다하고 진실한 마음으로 운영하자는 의미에서 미드레인지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옥은 유년 시절에 살았던 공간이라 익숙하기도 하고 어떤 것과도 조화롭다”며 “창과 마당을 통해 자연을 바로 즐길 수 있는 게 매력이다”고 밝혔다. 
그대의 눈동자에 건배 
 어두울 때 바라본 한옥은 또 다른 매력을 지니는데 펍(서양식 주점)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펍은 퍼블릭 하우스(Public House)의 줄임말로 동네 사람이 모이는 사랑방 같은 곳을 의미한다. 안동 시내에선 옥정과 안동맥주가 그런 공간이다. 옥정에서는 국내에서 생산하는 수제 맥주를 위주로 판매하고 있다. 옥정이란 이름은 가게가 자리한 옥정동(중구동)에서 따왔다. 구슬 옥에 우물 정자를 써 맥주에 잘 어울리는 맑은 우물이라는 뜻이다. 정선우(38세·중구동) 옥정 대표는 “한옥 펍을 운영하고자 약 6개월 동안 가게 인테리어 대부분을 직접 보수했다”며 “자연스러운 낡음이 한옥의 매력이다”고 말했다. 이어 “조금만 유심히 살펴보면 아름다운 건물이 많다”며 “살짝만 고쳐도 예쁜 공간으로 변신할 수 있는 한옥의 아름다움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안동맥주는 풍산 농공단지인 안동브루잉컴퍼니에서 생산하는 맥주를 지역민에게 소개하고자 만들어진 펍이다. 양준석(43세·예천군) 안동맥주 대표는 “맥주를 직접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최상의 맥주를 손님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데 이 점이 안동맥주만의 특별한 장점이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양조장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면서 로고(김득신의 파적도에서 파생된 고양이)도 현대적으로 살리기 적합한 공간을 찾았다”며 “두 가지를 어우를 수 있는 공간이 한옥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바깥채는 해방 전 일본풍 구조를 띠고 안채는 전형적인 한옥의 구조로 돼 있다. 양 대표는 한옥의 매력에 대해 “나무가 주는 느낌과 독특한 구조가 한옥의 매력이라 생각한다”며 “현대적 건물의 직선 및 뚫림의 특성과 달리 한옥은 곡선미와 공간 나눔이 재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한옥을 만들려면 아주 작은 것부터 주변, 우리 지역을 감싸고 있는 무수히 많은 것까지 알고 그것을 담아내야 한다. 그것이 미래의 한옥을 만드는 것이다”며 “결국 한옥을 어떻게 살리느냐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숙제다”고 말했다. 안동 시내에는 앞서 소개한 한옥의 다양한 매력을 살려 예스러우면서 현대적인 다양한 공간이 있다. 이 공간을 통해 한옥의 고즈넉함과 편안함, 조화로움을 즐기며 시험 기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쉬어갈 수 있다. 또한 한옥의 다양한 모습을 보며 나만의 한옥은 어떤 모습인지 고민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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