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포기가 아니라 선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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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포기가 아니라 선택합니다
  • 윤경민
  • 승인 2021.05.1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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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과 양육 힘들지만 후회는 없어
시행중인 제도, 사회 인식개선 필요
 최근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기 위해 자녀를 갖지 않는 딩크족이 늘어나고 있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게 부담돼 출산을 포기하는 사람(출포자)도 느는 추세다. 경제적인 부담과 아이를 돌보기 힘든 환경 등이 출산 거부와 포기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우리대학 학생을 대상으로 출산에 관한 생각을 조사한 결과(227명 참여) ‘출산을 할 생각이다’가 30.4%(69명), ‘출산하지 않을 생각이다’가 37.9%(86명), ‘고민 중이다’가 27.3%(62명) 등으로 나타났다. 출산이 당연시되던 과거와 달리 현재 출산은 선택임과 동시에 하기도 힘든 일로 변했다. N포세대가 출산을 포기하게 된 배경과 출산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듣고 실제 우리대학 어린이집 학부모의 이야기를 통해 현실적인 모습을 알아봤다.
출산, 필수가 아니라 선택
 인간은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각각의 기능을 수행한다. 출산이란 쉽게 말해 앞선 기능을 수행할 인력을 생산하는 행위다. 이재경 생활복지학과 교수는 “출산은 재생산의 과정이다. 이를 통해 사회의 존립과 존속, 유지가 이뤄진다”며 “출산율이 낮아지면 사회 안에서 여러 역할을 수행할 인구가 줄어들게 되고 이는 곧 사회문제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918명으로 1명이 채 되지 않는 상황이다. 과거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와 같은 슬로건은 사라진 지 오래다. 현재는 ‘자녀에게 물려줄 최고의 유산은 형제입니다’와 ‘1.2.3 운동(결혼 후 1년 내 임신하고 2명의 자녀를 35세 이전에 낳아 건강하게 잘 기르자)’처럼 출산을 독려하는 분위기로 변했다. 출산율 저하에는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와 도시화·산업화로 인한 개인주의적 사고의 확산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 여성의 사회참여로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이 증가하고 개인주의적 사고가 확산함으로써 출산을 미루거나 거부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이 교수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며 출산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달라졌다”며 “여성의 돌봄 기능을 강조하는 전통적인 가치관에서 벗어나 여성의 사회참여와 남성의 육아가 당연시되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출산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현재 우리나라 젊은 세대는 긍정적인 부분보다 부정적인 부분이 크다고 느낀다. 가족보건복지실태조사에 따르면 아이를 1명 키우기 위해 약 4억가량의 비용이 필요하다. 취업도 힘들어 포기하는 상황에서 양육비와 교육비 등 경제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젊은 세대는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경력이 단절돼 사회에서 뒤처지는 걸 두려워한다. 또한 내 아이가 끊임없이 경쟁하는 사회에서 살지 않길 바란다. 결국 우리 사회의 현실이 출산을 부담스러운 일로 만들었다. 설문조사 결과 우리대학 학생 37.9%도 부정적인 시각이다. 인문예술대 A 학생은 “출산을 해도 내 커리어가 보장된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사회에서 내 커리어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생명대 B 학생은 “아기를 낳고 키우는 과정은 전부 돈이다”며 “나의 삶을 포기하면서 아기를 낳을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긍정적으로 보는 학생도 있다. 사범대 C 학생은 “부모님이 나를 키워주신 것처럼 나의 아이를 낳아 키우며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싶다”고 밝혔다. 공과대 D 학생은 “결혼과 별개로 인생의 후반기에 접어들었을 때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학부모인 배 모 씨는 “직장을 다니며 출산 준비·임신기간에 단축 근무나 육아휴직 사용은 아직 눈치 보이는 게 현실이다”며 “육아는 주변 도움 없이는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출산에 대해 후회하느냐에 대한 질문엔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이 아이를 낳은 것이다”며 “출산 전으로 돌아가도 다시 아이를 낳을 생각이다”고 밝혔다. 이어 “많은 희생이 필요한 출산과 육아지만 태어나서 내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 건 어떤 일보다 소중하고 행복한 일이다”며 “부족한 부모이지만 학생들은 지금부터 관심을 가지고 정확히 배워 좋은 부부, 부모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양한 출산 지원과 미래  
 우리나라 출산 정책은 육아휴직, 출산장려금 등 가정에서 아동 양육 역할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도움 주는 제도와 통합교육과정, 시간제 보육 등 국가가 돌봄 기능을 대신하는 제도로 나뉜다. 가족 기능 강화 정책을 시행하는 것으로 여성의 욕구를 모두 충족할 수 없다. 여성의 활발한 사회참여를 지원하면서 가족의 돌봄 부담을 국가가 대신하는 형태로 발전돼야 한다. 저출산 기본계획도 그런 모습을 띠고 있다. 이 교수는 “정책이라고 하는 건 사람의 행동을 바꾸기 위한 제도적 노력, 정책이 행동의 변화를 위해 그 사회의 생활패턴과 문화, 행동 양식을 변화시키는 데까지 영향을 미쳐야 한다”며 “모든 정책이 만들어지고 한 개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기본적인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정책이 효과가 없고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며 “실질적으로 우리의 행동 변화를 끌어낼 대안에 대한 우선순위가 적절하게 매겨졌는지는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안동시는 출산과 관련해 다양한 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흔히 알고 있는 출산장려금 지원이나 가정양육 수당 지원에서 나아가 ▲출생아 및 입양아 건강보험료 지원 ▲임신, 출산 진료비 지원 ▲시간제 보육 외 약 30개의 정책이 있다. 또한 안동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및 안동시육아종합지원센터 등에서 출산 및 육아에 여러 도움을 준다.
 공과대 E 학생은 “현재 있는 제도를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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