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은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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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은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 이철승
  • 승인 2021.05.10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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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하나 의견도 없이 불만만 제기
학교 구성원 모두가 제 목소리 내야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에서 정경유착의 끝판왕 장 회장은 대형 포털회사 송 이사에게 야당 의원을 공격하기 위한 악의적인 뉴스를 포털 메인에 띄울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송 이사가 여론 반발을 우려해 거절하자 장 회장은 이렇게 내뱉는다.

댓글이나 쓰는 것들이 세상을 바꾸는 줄 알아? 착각하지 마. 세상은 침묵하는 자들 거지

 

일련의 상황들을 보며 저 대사를 자꾸만 곱씹게 되는 요즘이다. 우리대학 학생의 주된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도서관 개방시간이 짧다’, ‘휴식공간이 없다’, ‘학교 수준이 너무 낮다등 온갖 불만이 쏟아진다. 특히 지난달에는 학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우리대학의 대처를 두고 비난이 집중됐다.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한 비대면 수업을 주장하는 글에는 순식간에 수십 개의 공감이 달렸다.

그 중에는 의견을 모아서 학교에 전화를 하자’, ‘총장실에 건의하자’ ‘총학생회에게 건의하자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학생들은 공감 버튼을 누르고 댓글을 달며 호응했다. 그러나 이후 특별한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았다. 총학생회에도, 학교 홈페이지에도 아무 의견이 제시되지 않았고 e-총장실에 단 4건의 글이 올라왔을 뿐이다. 수십 개의 공감과 댓글에 비해 초라한 결과물이다.

댓글이나 쓰는 것들은 세상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에브리타임에 댓글 몇 개 쓴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학교 홈페이지에 글이라도 하나 올리거나 총학생회에 메세지 하나 보내는 노력조차 없이 무얼 기대할 수 있을까?

 

학생에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학내 구성원 모두가 자기 목소리를 낼 줄 알아야 한다. 교수도 예외가 아니다. 교수들은 본인들의 지위가 가진 무게감을 느껴야 한다.

총장 선거권부터가 교수직의 무게를 수치로 반증하지 않나. 학생의 한 표(0.22표 반영)와 교수(1.0표 반영)의 한 표는 같지 않고, 학생의 목소리와 교수의 목소리는 동등한 목소리가 아니다. 교수는 교수가 가진 지위에 걸맞게 학생보다 족히 다섯 배는 더 고민하고, 더 큰 목소리를 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우리대학의 문제점을 다룬 모 시사 프로그램에서 한 출연자가 이런 말을 하더라.

"교수라 카는 것들이, 연구 용역비는 꼬박꼬박 챙겨가면서 자기 조직의 위기극복 방안 하나 못 세우나"

국립대 교수로서 학교 발전을 위한 제언 하나 제대로 내지 못한다면 이 역시 침묵하는 자에 불과하다. 아무리 좋은 정책과 청사진이 있어도 적극 피력하지 않으면 댓글이나 쓰는 것들과 다를 바 없다.

 

학생의 소임은 공부에서 끝나지 않고 교수의 소임은 연구에서 끝나지 않는다. 부디 댓글이나 쓰는 것들, ‘침묵하는 자도 되지 마시라.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소리칠 줄 아는, 행동하는 양심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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