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위기에 칼 뽑아든 정부, 희생양은 지방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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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위기에 칼 뽑아든 정부, 희생양은 지방대?
  • 이철승
  • 승인 2021.05.1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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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 감소에 구조조정 나선 정부
20여 년 노력에도 지방대 위기 못 막아

국가가 조장한 지방대 난립

교육의 공급이 수요를 넘어섰다. 과도한 생산설비가 시장의 비정상적인 공급 과잉을 낳듯, 대학 난립은

 

학령인구 감소와 맞물려 지금의 위기를 자초했다.

시작은 1995년 김영삼 정부가 실시한 대학설립 준칙주의였다. 당시 우리나라는 경제성장률이 7%에 달하고 국민소득은 1만 달러를 돌파하며 최고의 경제 호황을 맞았다. 기업도 덩달아 팽창하며 대졸 인력 수요가 급증했다. 주요 대기업 공채 경쟁률은 10:1 안팎에 불과했고 기업은 대학을 찾아다니며 인재 모시기에 나섰다.

더 많은 대졸 인력을 기업에 공급하기 위해 정부는 대학설립을 인가제에서 준칙주의로 전환했다. 기존에는 부실대학 난립을 막기 위해 대학설립심사위원회가 학교 설립계획을 심사하고 인가기준충족여부, 재정투자능력, 지역사회 여건 등을 종합 검토한 뒤 최종 인가를 거쳐야 대학설립이 가능했다. 준칙주의가 시행되면서 교지 교사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 네 가지 요건만 갖추면 대학설립이 가능해졌다.

그 결과 전국 4년제 대학 수는 1995131개교에서 5년 만(2000)161개교로 늘었다.

비슷한 시기 시행된 대학 정원 자율화역시 지방대 위기를 부채질했다. 교원 수와 학교 건물 등 최소한의 조건만 충족하면 자율적인 정원조정을 허용했다. 두 정책을 통해 정부는 사실상 대학교육을 시장 논리에 맡겼다.

준칙주의를 시행하고 대학이 우후죽순으로 설립되던 1997년은 인구절벽의 시작점이었다. 90년대 후반 대학에 진학했을 70년대 후반 출생아 수는 해마다 80만여 명에 달했다. 그러나 1997년 출생아 수는 675,394명에 불과했다. 꾸준히 감소하던 출생아수는 2002496,911명까지 떨어지며 대규모 미충원 사태의 씨앗이 됐다.

우리대학 연도별 입학정원 감소추이
우리대학 연도별 입학정원 감소추이

 

지방대만 얻어맞는 구조조정

예고된 위기에 정부도 대학 구조조정에 나섰다. 2003년 출범한 노무현 정부는 총 대학 입학정원 71,134명을 감축했다. 역대 정부 중 가장 많은 감축 인원이다. 수도권 대형대학이 정원 10%를 줄이면 재정지원을 하는 방식으로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 등의 정원감축을 이끌었다. 또한 국립대 학부 입학정원 15% 감축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대학 입학정원은 20041,795명에서 20081,588명까지 207명 감축했다.

 

이명박 정부는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학사관리 및 교육과정을 기준으로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을 선정했다.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에 선정될 경우 학과 통폐합과 정원 감축 등 자체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지기 전까지 학자금 대출과 국가장학금 유형2 지원이 불가능하다. 더 낮은 등급인 경영부실대학에 선정될 경우 의무적으로 정부의 컨설팅을 받아야 한다. 그 결과 4개 대학을 폐교하고 정원 36,164명을 감축했다. 감축 정원 중 무려 28,000여 명이 지방대 정원이었다. 우리대학은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에 선정되지 않았으나 안동시에 있는 건동대가 선정돼 폐교수순을 밟으며 인접한 우리대학에 편입을 신청한 적 있다.

 

박근혜 정부는 20153년 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를 도입했다. 교육여건 학사관리 학생지원 교육성과 중장기발전계획 교육과정 특성화를 기준 삼아 대학을 A~E등급으로 평가했다. D등급 대학은 정원 감축(4년제는 10%, 전문대는 7%)을 요구하고 국가장학금 유형 미지급 및 정부재정지원사업 참여를 제한했다. E등급 대학은 정원 대폭 감축(4년제는 15%, 전문대는 10%)을 요구하고 국가장학금 1·2 유형 미지급, 학자금 대출 전면 제한 및 정부재정지원사업 참여 제한과 더불어 폐교심의대상이 됐다. 우리대학은 C등급을 받아 평균 수준(7%)의 정원감축을 요구받았다. 2015년에는 20, 2016년에는 92, 2017년에는 20명을 감원하며 입학정원을 1,456명까지 줄였다.

평가 영향으로 전국 4년제 204개 대학의 2015학년도 입학정원은 전년 대비 8,207명 줄었다. 그러나 이 중 96%(7,844)가 지방대 정원이었고 서울 소재 대학 감축정원은 0.2%에 불과했다.

 

문재인 정부는 대학구조개혁평가 주기(2018~2020)에 맞춰 대학을 5단계로 평가하는 대학기본역량진단을 실시했다. 상위 50% 대학은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해 감축 대상에서 제외하고 하위권 대학의 정원감축에 집중했다. 선정되지 못한 역량강화대학’, ‘진단제외대학’ ‘재정지원제한대학은 정원감축을 권고하고 정부재정지원사업 참여를 제한한다.

정원감축 대상이 지방대에 집중됐다는 비판을 의식해 평가 방식을 권역별(수도권, 충청권, 대구경북·강원권, 부산·울산·경남권, 호남제주권)로 바꿨다. 진단 결과 수도권 대학의 87.9%가 자율개선대학에 선정된 것에 반해 대구경북·강원권 대학 선정비율은 64%에 불과해 여전히 지방대에 불리하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학생 충원율이 평가점수의 10%를 차지하는 점은 정원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대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결국 수도권 대학 정원감축은 이뤄지지 않고 지방대 정원만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우리대학은 2018년 진단에서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돼 감축 대상에서 제외됐다. 오는 5~7월은 2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이 예정돼 있다. 2018년 진단과 비교해 학생 충원율 배점이 20%(신입생 12, 재학생 8)로 상승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 재정지원 효과 있었나

정부가 일방적인 구조조정만 강행한 것은 아니다. 각종 재정지원을 통해 대학 역량 강화를 꾀한 정책도 있었다.

김대중 정부는 연구중심대학 육성을 위해 1999년부터 7개년 단위로 BK21사업을 추진했다. 지방 산업 수요와 연계한 지역대학 특성화를 목표로 연간 2,000억 규모 예산을 투입했다. 사업은 정권이 바뀐 후에도 2단계 BK21(2006~2013), 3단계 BK21 PLUS(2013~2020), 4단계 BK21(2020~2017)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3단계 사업의 경우 전체 사업비의 35% 내외를 지방대학원에 지원하고, 전체 사업단 수의 45% 내외를 지방대에서 선정했다.

우리대학은 2단계 사업에서 2개 팀, 3단계 사업에서 3개 팀, 4단계 사업에서 2개 팀이 선정됐다.

2단계 사업 종합평가에서 매우 우수등급을 받고, 3단계 사업에서는 민속학과 사업팀이 전체 172개 팀 중 우수사업팀 26팀에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노무현 정부는 2004년부터 2008년까지 5년간 14,000억여 원을 투입해 지방대학 혁신역량강화사업(누리사업)을 진행했다. 누리사업은 BK21과 달리 학부 차원에서 대학 특성화와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교원 확보, 신입생 충원, 학생 취업률 등 지표에서 성과가 있었으나 대학 특성화라는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2005년 국정감사에서 지병문 의원은 누리사업을 두고 사업단 수가 지나치게 많아지고 많은 대학이 협력대학으로 참여하면서 우수한 사업단에 집중 지원한다는 취지가 퇴색됐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대학 기계산업사업단을 두고 해마다 단장이 교체되는 등 사업단장의 잦은 교체(평균 재임 기간 20개월)로 지표관리가 거의 이뤄지지 못해 성과 기대감이 깎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는 학부 교육 선진화 선도대학 지원사업(ACE) 사업, 교육역량 강화사업,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LINC)을 통해 지방대 지원을 확대했다. 우리대학은 세 가지 사업에 모두 선정돼 ACE 사업으로 4년간 120억 원, 교육역량강화사업으로 연간 20억 원 안팎, LINC 사업으로 5년간 150억 원가량 지원받았다. 우리대학은 친환경 융복합 생물산업 청정에너지 부품 소재 유비쿼터스 정보기술을 특성화 분야로 설정했으나 구체적인 성과나 취업률 상승은 확인할 수 없었다.

 

박근혜 정부는 2016년 인문·사회·예체능계열 학과 축소와 공학계열 학과 확대를 위한 프라임 사업을 진행했다. 사업 참여를 위해서는 입학정원 10% 또는 정원 200명 이상을 이공계열로 조정해야 한다. 학교마다 50~300억을 지원하는 대규모 사업을 따내기 위해 각 대학은 앞다퉈 구조조정에 나섰다.

우리대학 역시 프라임 사업을 위해 정원 171명을 공학계열로 이동시키고 7개 단과대학을 5개로 감축 계획했다. 그러나 우리대학은 프라임 사업에 탈락하며 구조조정의 잡음만 남겼다. 탈락 당시 권태환 전 총장은 한국대학신문 국공립대 프레지던트 서밋에서 국립대는 성격상 학과 개편이나 구조조정에 한계가 있다며 국립대 사정을 고려한 재정지원사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현 정부의 대학정책과 우리대학의 미래

문재인 정부는 출범 전부터 대학서열 타파를 위한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를 주장했다.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에서 거점국립대 통합론을 꺼냈고 거점국립대 9곳은 학점교류·자원공유·공동입시 등을 두고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 논의 단계에서 우리대학을 포함한 지역중심국공립대는 배제됐다. 지난해 8월 열린 제2차 지역중심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는 거점국립대 기반 통합 네트워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거점국립대는 연구중심, 지역중심대는 교육중심이라는 뚜렷한 역할의 차별성과 지역균형발전 차원 논의가 미비하다는 점이 거론됐다. 개선방안으로 대학별 특수성과 지역산업을 고려한 다양한 발전모델 도출 지역중심대학 간의 연합 및 협력프로그램 지역중심대학과 정부 소통 기획처장 협의회를 활용한 의견수렴 등을 제안했다.

권순태 총장은 총장협의회 회장교인 한밭대를 중심으로 거점국립대 통합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 중이다고 말했다. 국립대 통합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인구감소 등으로 앞으로 많이 논의될 것이다통합은 지역과 대학의 연계, 상생구조, 지역 인재 양성, 산업구조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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