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져 가는 건물을 예술로 되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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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져 가는 건물을 예술로 되살리다
  • 김혜미
  • 승인 2021.05.10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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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인의 땀으로 지어진 성좌교회
내면을 들여다보는 감각적인 작품
아직도 개선되지 않은 차별과 혐오
성좌교회 1층 미디어아트 전시를 진행 중이다.
“가깝거나 혹은 멀다는 것은 물리적 거리를 지칭하기도 하고 마음이 가는 간격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내게 성좌원이란 곳은 물리적으로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었지만 마음으로는 바다 건너 저 멀리 어느 마을처럼 멀었습니다” 이는 성좌원 근처에 사는 어떤 주민의 말이다.
현재 많은 사람을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19처럼 과거에도 많은 사람에게 공포를 준 병이 있다. 바로 한센병이다. 과거 한센병을 앓은 한센인은 전염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흉측하단 이유로 많은 사람에게 손가락질받았다. 한센인 재활 시설인 안동성좌원 내에 있는 성좌교회 또한 성좌원 밖 사람들은 가지 않았다. 성좌교회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교회로 15년간 방치됐다. 현재는 솜아트에 의해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었다. 이들의 뛰어난 미적 감각으로 한센인의 이야기를 예술에 녹여 전시회를 열었다.
 
성좌원? 성좌교회?
별자리 마을이란 뜻을 가진 안동성좌원은 한센사업 대상자와 한센 가족 구성원이 의료·사회·경제·정신적 재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전인치유사업 수행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1945년 안동시 철교 일원에 거주하던 한센인 100여 명이 풍산 석문정에서 첫 예배를 드리며 처음 모이게 됐고 1951년 국립 나요양소 칠곡 ‘애생원 분원’으로 편입했다. 그 후 1952년 안동읍 일 때 의회결의로 사유지 1만 2,257평을 무상제공 받아 요양시설을 확충해갔다. 2001년엔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현대화사업 진행으로 깨끗하고 안락한 생활시설이 갖춰졌다. 현재 안동성좌원엔 아파트 6동과 생활관이 있고 한센병 후유장애를 가진 평균연령 85세 노인 120여 명이 종교적인 믿음 아래 직원과 한 가족처럼 생활하고 있다. 
성좌교회는 원래 애생교회로 1946년 12월경 창립됐고 1959년에 개칭됐다. 성좌원 내 한센인들이 식량을 아끼거나 구걸해 모은 돈으로 목돈을 마련하고 모두가 함께 힘을 합쳐 벽돌을 찍어내 성좌교회를 지었다. 그만큼 성좌교회는 성좌원 어르신들의 땀과 마음이 녹아 있는 소중한 장소다. 그러나 많은 한센인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생활관에서 성좌교회로 이어지는 언덕을 오르지 못해 15년간 사용하지 못했다.
 
별자리 : 별이 남겨진 공간
솜아트 팀이 기획하고 제작한 ‘별자리 : 별이 남겨진 공간’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공모한 공공미술프로젝트 ‘우리 동네 미술’에 선정돼 진행하는 사업이다. 성좌교회 건물과 성가대 연습실을 활용해 많은 편견과 아픈 역사를 안고 산 한센인의 문화적 경험, 관람객의 편견 해소를 목표로 한다. 사업 기획과 제작에 참여한 성다솜(미술·09) 동문은 “지난해 여름 지인 소개로 처음 방문한 성좌교회는 작가로서 너무 탐나는 공간이었다. 2006년에 멈춘 이 공간에서 전시해야만 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며 “좋은 기회로 시간이 다시 흐르게 됐고 과거와 현재를 함께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게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별자리 : 별이 남겨진 공간’은 총 3부로 나뉜다. 1부에선 김현정 작가, 손호원 작가, 성 동문의 작품을 전시했다. 김 작가는 자연이 가지는 대칭적 구조와 이중적 부조 형식을 그림으로 나타냈다. 그림에서 반복해 나타나는 데칼코마니 구조는 완전한 삶을 향한 환각이나 강박, 미완성의 삶이 만들어내는 자연과 내면의 심리적 구조물이다. 손 작가는 인간 내면에 잠재된 트라우마를 조각상으로 나타냈다. 불안감과 공허함 같은 감정들까지 전부 다 포용하는 모습이나 해탈하는 모습을 동시에 보여준다. 성 동문은 ‘식물공동체’라는 주제로 모양이 변할 수 있는 가변설치를 했다. 공간 속에 있는 식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서로를 보듬어 주기도 하고 찌르기도 하는데 그 상처는 서로의 위로와 공감으로 치유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2부에선 김재현 작가, 장수익 작가가 작품을 선보였다. 김 작가는 자연에서 오는 영감으로 만든 그림을 전시했다. 그림은 매 순간 새로운 자연의 순간을 포착한 작품으로 정서적 안정과 위안을 준다. 장 작가는 전선을 이용해 ‘달려라 하니’와 같이 옛날 캐릭터들을 마치 옛 TV에서 노이즈가 발생하는 것처럼 형상화했다. 
현재 진행 중인 3부에선 이상익 작가와 장창원 작가가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이 작가는 보는 것과 재현하는 수준을 넘어 실존적 의미 연구와 회화적 모험을 작품에 담았다. 영화 속 등장인물을 한 가지 색감만 이용해 ‘감각의 모호함’을 나타냈다. 장 작가는 작품이 공간을 만든다는 큰 틀 안에서 작품을 만들었다. 전시장 자체가 작품이 되도록 공간을 구성해 그 작품 안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형성했다.
한편 상설전시에는 솜아트 작가 전체의 작품인 ‘은하수’와 이상재 작가의 ‘별자리’, 성좌원 한센인의 삶을 담은 ‘아카이브 영상·사진전’이 있다. 은하수는 블랙라이트를 이용해 작가들 물품과 성좌원 한센인의 물품을 반짝이는 별로 만들어 하나의 은하수를 형성한 작품이다. 별자리는 교회 1층 전체를 활용한 미디어아트다. ‘아카이브 영상·사진전’은 한센인이 들려주는 옛이야기를 담은 영상과 당시 사진들로 이뤄져 있다.
 
여전한 편견
한센인에 대한 편견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자리 잡고 있다. 젊은 사람들은 그나마 덜하지만 일부 중장년층들은 잘못된 편견으로 한센인들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모습을 보인다.
솜아트 팀은 ‘별자리 : 별이 남겨진 공간’을 준비하기 위해 청소를 해야만 했다. 오랜 시간 동안 사용하지 않아 폐기물이 많았고 자체적으로 치우기 힘들어 업체를 불렀다. 그런데 폐기물을 치우기로 약속한 하루 전날, 업체 측에서 전화가 와 정확한 주소를 묻더니 성좌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취소했다. 성 동문은 “이미 계약을 완료한 상태에서 갑자기 취소를 당하니 정말 당황스러웠다”며 “아직도 중장년층은 한센병에 대한 편견이 있다는 걸 느꼈다. 성좌원 한센인들이 그동안 어떤 상처를 받았는지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고 호소했다. 이어 “우리 전시회에 찾아오는 사람들만큼은 그러한 편견을 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항상 차별받지 않기 위해 싸우며 살아간다. 차별 문화를 만들지 않기 위해 우리 사회는 ‘틀림’이 아닌 ‘다름’을 강조한다. 그러나 편견과 차별은 여전히 우리 삶 속에 녹아 있다. 성 동문은 “사람을 치유할 수 있는 건 사람뿐이라고 생각한다”며 “어떤 사람이든 차별하지 않고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해주는 문화가 자리 잡는다면 아름다운 사회로 바뀔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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