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만 보고 달리지 말고 시야를 넓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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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만 보고 달리지 말고 시야를 넓혀라
  • 김혜미
  • 승인 2021.05.10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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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 유망주에서 공연 기획자로
지역사회·문화 살리는 공연기획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뿌듯함
조 동문이 필 엔터테인먼트 사무실 앞에서 웃으며 서 있다.
감성 문화 콘텐츠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지역이 품은 이야기를 재구성한 공연으로 지역 주민의 심금을 울리고 관광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감성 문화 콘텐츠에 진심인 사람이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더욱 어려워진 예술 공연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콘텐츠를 생산하는 필 엔터테인먼트 대표 조정민(음악·02) 동문이 그 주인공이다.
따스한 봄바람이 온몸을 감싸듯 불어오는 4월, 지역 예술인과 지역 주민의 힘이 돼 주는 조 동문을 만나 그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봤다.
 
우리대학 음악과에 진학한 이유
어릴 때부터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다. 그러다 중학교 1학년 때 친구 권유로 교회를 다니게 됐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성가대를 봤고 성악에 흥미가 생겼다. 성가대에서 활동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클래식도 많이 접했다.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 3학년이 됐을 무렵 친구들이 4년제 대학을 목표로 공부한다며 하나둘씩 떠났다. 당시 공부에는 관심이 없던 터라 교회 성가대에 열성을 다했다. 그 모습을 본 성가대 지휘자 선생님이 성악과 준비를 권유했다. 어설프게 적성과 맞지 않은 학과에 진학하는 것보다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노래 관련 전공을 택하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부터 성악을 전문으로 배우기 시작했고 그 결과 음악과에 입학했다.
 
대학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
신입생 때 4·19 기념 마라톤에 선배 권유로 출전한 적이 있다. 그때 너무 긴장한 나머지 “5, 4, 3, 2, 1!”하면 출발해야 하는데 2에 출발했다. 그 상황 자체도 황당해서 기억에 남는데 해맑게 웃으며 출발하는 모습이 어떤 신문 1면에 실려 더욱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
축제 또한 기억에 많이 남는다. 현재 중앙광장 자리에 시계탑이 있을 때인데 학생회관 앞에서 축제를 진행했다. 학생회관이 중앙무대가 되고 양쪽으로 학과에서 주막을 열었다. 학교 정문 버스 정류장에서 학생회관을 바라보면 살짝 언덕진 길 위에 무대와 함께 축제 전경이 보여 마치 야시장에 온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 속으로 들어가면 각 주막에서 술 마시는 사람들 모습, 무대 위에서 공연하는 다양한 동아리, 주막의 주방 공간을 더 늘리기 위해 천막을 덧대 증축하는 사람들 등이 어우러져 즐거운 추억을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었다. 정말 재미있었다.
졸업 전 독창회를 했던 일도 생각난다. 멋지게 공연을 마친 후 환호성과 함께 앙코르가 들려오는 순간 지금까지 고생했던 모든 일을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감격에 벅차 앙코르 노래 반주가 흘러나오는데 계속 눈물이 흘러 네 마디밖에 부르지 못했다. 더 감동인 건 관객들이 대신 불러줬다는 점이다.
 
학과생활 중 힘들었던 점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건 성악 연습보단 학점 관리였다. 성악 자체를 좋아했기 때문에 밤늦게까지 연습하는 건 그나마 괜찮았다. 그러나 중고등학교 때 공부를 싫어한 것처럼 대학에서도 이론 공부에는 흥미도 없고 어렵게만 느껴졌다. 1학년 때는 영어와 같은 교양 수업도 있는데 이는 꼭 오전수업이었다. 거의 매일 새벽까지 연습하다 들어가는 상황에서 오전수업을 듣기란 매우 힘겨웠다. 그 결과 실기에서는 모두 1등이라는 성과를 거뒀지만 학점은 학사 경고를 받을 정도로 좋지 못했다. 4학년 시절, 남들 다 취업전선에 뛰어들 때 20학점 이상을 들어야만 했다.
 
전공을 살리지 않은 이유
원래는 후원회를 비롯한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아 어학연수를 가려고 했다. 그래서 서울에 올라가 준비했는데 금전적으로 문제가 생겼고 겁이 났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외국에서 혼자 생활해야만 한다는 현실이 무서웠다. 조금씩 현실과 타협하기 시작했다. 다시 지방에 내려와서 공연하게 되고 생계 위주의 삶을 살다 보니 현재에 안주하게 됐다.
공부를 계속해서 성악가로 이름을 떨치기보단 공연으로 성악을 대중화시키려고 노력하는 쪽을 선택했다. 길이 조금 달라졌을 뿐이기에 후회하진 않는다.
 
필 엔터테인먼트 창업 과정
원래는 몇몇 예술인이 모여 활동하는 공연 팀이었다. 단순 공연 팀이다 보니 업체에서 공연비를 받을 때 문제가 있었다. 공연비는 대체로 현금으로 받는데 업체 측에선 이를 증빙할 서류가 없으니 세금을 처리할 때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로 계속해서 갈등을 겪다보니 더욱 체계적인 환경에서 공연 팀을 꾸려 사업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017년 7월 7일 필 엔터테인먼트를 만들었고 당시 7명 정도의 인원으로 함께 이끌어 나갔다.
필 엔터테인먼트는 주로 공연기획을 다룬다. 공연은 각 지역에 있는 이야기를 이용해 구성한다. 역사적인 인물이나 배경, 지명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재해석·재구성해 공연을 제작한다. 공연 중간중간에는 이야기를 잘 이해하도록 스토리텔러를 등장시켜 공연 구성의 배경을 설명한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와 문화를 살리는 역할을 한다. 2019년엔 스토리텔러 역할을 해준 류필기 씨가 해외진출유공 문화교류공헌 부문에 수상해 공연 관련 의뢰가 많이 들어왔다.
이 외에는 문화교류사업의 하나로 해외에서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전에는 중국과 활발히 교류했으며 안동대 공자학원이나 대외협력과에서 중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주최하는 행사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기억에 남는 사업
2019년 안동시 문화예술공연 ‘함께해요! 힐링 콘서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는 처음으로 시 보조금을 받아 진행한 사업이다.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면 우리의 기획안을 안동시가 처음으로 인정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함께해요! 힐링 콘서트’는 지역에 있는 예술공연자들을 모아 1년에 3~4회 정도 지역 방송국과 협의 후 촬영해 경북 내 23개 시·군에 방송으로 송출하는 사업이다. 햇수로는 3년 째며 올해도 약 3~4회 정도 진행할 예정이다.
‘엄마 까투리 출격대’도 기억에 남는 사업이다. 보조금 사업은 아니지만 경북콘텐츠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엄마 까투리’ 사업 중 하나로 ‘엄마 까투리 출격대’를 우리가 대신 맡았다. 엄마 까투리 탈을 쓰고 홍보 행사나 관공서 행사에 참여하는데 주로 어린아이들을 상대한다. 어린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기에 아버지의 마음으로 진행하고 있다.
 
우리대학과 함께 한 사업
안동대 링크플러스 사업단과 함께한 ‘졸업, 새로운 시작’이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졸업식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친구들과 추억을 만들지 못한 졸업생을 위한 행사로 안동역과 함께 졸업한다는 의미를 가진 사업이다. 친구들과 짧게나마 시간을 같이 보내며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는데 다행히도 참가한 학생들이 즐거워하고 웃는 모습을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공자학원과는 중국인 유학생을 중심으로 자매결연을 한 대학과 함께 음악회를 진행했다. 우리는 음향이나 무대 장치 등을 제공해주며 전반적인 음악회 준비를 도와주는 역할이었다. 또한 한국 공연단을 만들어 중국 공연단과 교류하도록 도와줬다. 콘서트도 2번 정도 진행했다. 중국 학생들이 안동시에 방문했을 때 K-pop 공연을 열어주기도 했다.
 
필 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면서 까다로운 점
세금 문제나 인력 문제, 일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는 게 가장 까다롭다. 부가세, 원천세, 소득세 등처럼 세금 관련 지식이 부족할 때 생각지도 못한 돈이 빠져나가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따라서 사업을 시작할 땐 세법에 관한 어느 정도의 지식을 충분히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정확한 예산을 측정할 수도 없으며 대충 넘어가다가는 나중에 큰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인력 문제는 어떤 직종에나 있다. 이벤트 사업이나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사람이 곧 돈이기에 사람이 모이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우리가 행사를 진행하려면 그에 따른 많은 스태프가 필요하고 각 업무에 맞는 사람을 일일이 구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안동대 학생들이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도와주기도 해 그나마 다행이지만 여전히 부족한 건 마찬가지다.
창조는 그 어떤 일보다 힘들다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걸 만들어 개척해야 하는 점은 관중이 공연을 기대하는 마음만큼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반대로 그 어려운 과정을 거친 후 최종적으로 관중에게 보여줬을 때 뜨거운 반응을 얻는다면 뿌듯함이 두 배로 돌아오기에 그 하나만 보고 열심히 달려가는 중이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시야를 넓혔으면 좋겠다. 음악과 친구들의 장점이자 단점은 자신의 전공 분야를 기가 막히게 잘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피아노 전공이라면 대학에 진학하기 전부터 피아노만 연습했으니 정말 잘 친다. 그런데 만약 불의의 사고로 손을 다쳐 피아노를 칠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감에만 빠지는 상황이 초래된다. 이러한 절망감에서 빠져나오려면 시야를 넓히는 수밖에 없다. 내가 성악을 하고 음악을 하는 상황에서 조금만 시야를 넓히면 음악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하게 많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하나만 보지 말고 시야를 넓혀 다양한 길로 뻗어갔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최종 꿈
핵심만 말하자면 ‘정직한 사업’과 ‘건강한 가정’이다. 클라이언트가 어떤 사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믿고 맡길 수 있는 업체가 진정한 업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가족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도록 항상 정직하게 사업해야 한다. 또한 일을 제대로 진행하기 위해선 항상 버팀목이 돼주는 가정이 화목해야 하기에 건강한 가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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